촌평
신경숙 장편소설 『리진』(전2권), 문학동네 2007
우울한 응시, 애도의 글쓰기
복도훈 卜道勳
문학평론가 nomadman@hanmail.net
신경숙(申京淑)의 장편소설 『리진』은, 그녀의 다른 소설들이 그렇듯, 매혹적이며 아름다운 작품이다. 최근 한국소설에서는 드물게 완벽에 가깝도록 아름다운 주인공을 창조했기 때문에 그렇고, 독자들로 하여금 끝까지 그 형상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에도 그렇다. 이것은 순전히 작가의 빛나는 공력 덕분이다. 소설 속 리진은 아름답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하려 들면 독자들은 당혹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소설의 대단원,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후 교태전(交泰殿) 후원에서 독을 묻힌 불한(佛韓)사전을 한장씩 찢어 씹으며 자살하는 장면에서도 그녀가 죽었다기보다는 사라졌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남는다. 이렇게 말한 까닭은 리진이 재현 불가능한 존재임을, 나아가 『리진』이 재현 불가능한 것에 대한 서사라고 강조하기 위해서다. 『리진』은 표상할 수 없는 것, 말없는 우울(melancholy)의, 또는 우울에 대한 글쓰기다. 글쓰기가 무엇을 대신하고 표상하며 대표하는(represent) 행위라는 것, 또한 주요 작중인물들이 모두 글을 쓰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점도 아울러 언급해두기로 하자.
물론 소설에는 리진에 대한 재현, 이른바‘묘사’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녀를 형상화하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