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웹북으로 보기 스크랩 시 김중일 金重一 1977년 서울 출생.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내가 살아갈 사람』 『가슴에서 사슴까지』 『유령시인』 등이 있음. ppooeett@naver.com 유독 무릎에 멍이 잘 드는 너와 산책하는 일 * 빌딩 대형 스크린에 단풍 든 산맥들이 펼쳐지다 까맣게 불탄 산봉우리에서 멈춘다. 산은 구부린 공중의 무릎 같고, 그중에 불탄 산은 멍든 무릎 같다. 기어오르던 벼랑에서 그만 미끄러지는 절체절명의 어느 순간 자일 한줄이 허공에서 나를 잡아채듯 너의 손이 나를 붙든다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는 내가 스크린에 시선을 빼앗긴 채 넘어지려는 너를 아슬하게 붙잡는다. 다행히 너의 무릎은 간신히 바닥에 찧지 않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