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통신

 

이라크인의 해방전쟁은 곧 시작될 것이다

로버트 피스크 인터뷰

 

 

로버트 피스크 RobertFisk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세계적인 중동 전문기자. 1971~75년에 『더 타임즈』(The Times)의 벨패스트 특파원으로, 1976~87년에는 중동 특파원으로 근무했고 1985년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그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디펜던트』에서 중동을 비롯한 이슬람권 분쟁의 종군취재로 맹활약하고 있음. 북아일랜드 분쟁,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란혁명, 이란·이라크전쟁,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1차 걸프전, 보스니아 전쟁, 팔레스타인 봉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취재하였고, 영국 국제사면위원회 언론상(1998, 2000)을 비롯하여 여러차례 언론상을 수상함. 저서로는 『돌아갈 수 없는 지점』(The Point of No Return: The Strike Which Broke the British in Ulster, 1975) 『전쟁의 시기』(In Time of War: Ireland, Ulster, and the Price of Neutrality, 1983) 『이 나라를 가엾게 여겨라』(Pity the Nation: The Abduction of Lebanon, 1992) 등이 있음.

에이미 굿먼 Amy Goodman

 미국의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로서 현재 미국의 독립방송 디마크러씨 나우(Democracy Now)의 팀장.

*이 대담은 2003년 4월 22일 ‘디마크러씨 나우’(Democracy Now)에 방영되었으며 홈페이지(www.democracynow.org)에서 들을 수 있고, 그 스크립트는 Znet(www.zmag.org)에 올라와 있다. 고딕체로 표시한 부분은 피스크가 방송에서 특별히 강조한 대목이다.–옮긴이

 

 

 

굿먼 오늘(2003. 4. 22) 우리는 영국 『인디펜던트』의 특파원 로버트 피스크와 대담을 나누려고 합니다. 그는 지난 한달간 이라크전을 취재하고 방금 자신의 근거지인 베이루트로 돌아왔습니다. 로버트, 이라크에서 한달간 종군취재를 하신 소감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피스크 글쎄요, 역사란 반복되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불과 5일쯤 전에 나는 나자프 출신의 상당히 전투적인 시아파 이슬람교도를 취재하고 있었는데, 다른 기자 하나가 그에게 “요즈음이 얼마나 역사적인 날들인지 실감합니까?”라고 질문하기에 나는 그에게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걸 실감합니까?”라고 말했지요. 그랬더니 그가 나를 돌아보며 “그렇소, 역사가 반복되고 있소”라고 답했는데,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았지요. 그는 1917년 영국의 이라크 침략과 육군중장 스탠리 모드(Stanley Maude)경을 염두에 둔 것이지요. 그때 영국인들이 바그다드에 진격했고 스탠리 모드경이 “우리는 정복자로서가 아니라 여러분을 여러 세대의 독재로부터 자유롭게 해줄 해방자로서 여기에 왔습니다”라고 적힌 포고문을 발표했어요. 그런데 그로부터 3년 동안 우리 영국인은 이라크인과의 게릴라전에서 매년 수백명의 군인을 잃었어요. 이라크인은 우리 영국인의 힘으로 오토만(오스만)제국에서 벗어나는 그런 해방이 아니라 그들의 힘으로 우리한테서 벗어나는 진정한 해방을 원했는데, 난 그와 똑같은 일이 이라크에 들어온 미국인들에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으로는 해방전쟁이 곧 시작될 것인데, 그건 물론 처음에는 테러리스트들, 알카에다, 사담정권의 잔여세력–‘잔여세력’이란 말을 기억해두세요–등이 벌이는 전쟁으로 언급될 테지만, 그 전쟁은 누구보다 시아파 이슬람교도들이 우리를 이라크에서 몰아내기 위해 영국과 미국에 대항하여 벌이는 전쟁이 될 것이며, 이런 사태는 분명코 벌어질 겁니다. 이 씨나리오에 따르면 이 사람들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우리의 꿈은 이뤄지지 않을 겁니다.

내가 지난 며칠간 쓰고 있던 내용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이런 것이에요. 우리는 이라크 사람의 민족적 유산을 보존하기 원한다고 주장하지만, 내가 떠나기 직전 바그다드에 불타고 있는 정부청사의 수를 세어보니 158개였고, 미 육군과 해병대가 보호하는 정부청사는 이라크의 정보부가 있는 내무부와 석유부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다른 모든 부서가 불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고등교육·컴퓨터과학부조차 불타고 있었어요. 그리고 몇몇 경우에는 미 해병대원들이 근처의 담 위에 올라앉아 청사가 불타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나는 컴퓨터과학부에서 해병대 상병 티나하(Tinaha)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사실 내가 그의 약혼녀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안전하게 잘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줬지요.) 그러니까 미국인들은 내무부와 석유부만 지키고, 차기 이라크 정부의 핵심과 기간시설 전체의 파괴를 묵인한 겁니다.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뻔하지요. 게다가 나는 국립고고학박물관, 오토만제국 및 국가의 문서들이 보존된 국립문서도서관, 그리고 종교부의 꾸란도서관(Koranic Library)에 들어간 최초의 기자 중 하나인데, 이 건물들이 모두 불타고 있었습니다. 이런 문서들에 휘발유를 부어서 3000도의 고열로 모두 태워버린 겁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정말 섬뜩한 아이러니지요–나는 오토만 서고에서 오토만 문서 26쪽을 가까스로 구해낼 수 있었어요. 오토만제국의 군대와 낙타도둑들의 문서와 메카의 후쎄인 지사가 (바그다드의 오토만 통치자인) 알리 파샤(Ali Pasha)에게 보낸 편지인데, 내가 요르단 국경에 도착하자 요르단 세관당국이 이 문서들을 탈취하고는 나한테 영수증조차 끊어주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아랍세계도 그렇지만 특히 미국의 바그다드 점령을 매섭게 질타하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요.

꾸란도서관에 불이 난 후에 내가 바그다드의 제3해병대 사단본부로 달려가서 이 거대한 꾸란도서관이 불타고 있으니 무슨 조치를 취할 수 없겠느냐고 했지요. 제네바협약에 의해 미 점령군은–어떤 나라의 점령군이든 마찬가지지만 이번 경우는 미군들인데–서류들이랑 각국 대사관을 보호할 도덕적·법적 의무가 있어요. 한 젊은 장교가 무전기를 켜고는 “어떤 성경도서관 같은 곳에 불이 났대”라고 말하더군요. 나는 그 장교에게 정확한 지점들을 표시한 지도를 주고 해병대원들에게 그 지점들에 관한 부대상황까지 일러주었는데, 아무도 거기에 가지 않았으며, 꾸란들이 몽땅 타버린 겁니다. 16, 17세기경의 꾸란들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차기 이라크정부의 핵심과 이라크의 문화적 정체성을 파괴하려는 속셈이 있는 거지요. 지금 미국의 노선은 이들이 사담의 잔여세력, 사담정권의 잔여세력이라는 겁니다. 나는 이를 믿지 않아요. 내가 사담정권의 잔여세력이고, 가령 내게 도서관을 파괴하라고 2만 달러를 주었다면 나는 무척 고맙다고 하면서 정권이 사라졌으니 그 돈을 착복하겠지요. 하지만 도서관을 파괴하러 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돈을 이미 챙겼으니까요. 오늘 바로 이 시간에 어떤 사람이나 기관 혹은 어떤 조직이 이라크의 문화적 정체성과 차기 이라크정부의 핵심이 될 정부 부처들을 파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겁니다. 과연 누가 배후세력인가, 누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하고 있는 건가, 그리고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건너 바그다드에 입성할 만큼 막강한 전투력의 미군이 무엇 때문에 제네바협약에 따라 이런 기관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으려는 걸까요? 그게 문제예요. 근데 나는 그 답을 갖고 있지 않아요.

 

굿먼 미군이 민간인 고문들의 경고를 들었더라면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의 약탈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 경고를 무시했다는 런던 『업저버』(Observer)의 보도가 오늘 나왔더군요. 재건을 감독하기 위해 설치된 재건인도지원청은 한달 전 미군 지휘관들에게 보내는 비망록에서 국립박물관이 약탈자들에게는 최고 표적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해요. 비망록에는 그것이 미군에게 국립은행을 방비하는 것 다음의 우선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답니다. 인수책임자 제이 가너(Jay Garner)장군이 격노했다고 하는군요. 분노한 재건청 관리 하나가 『업저버』 기자에게 “우리는 각각의 건물에 다만 몇명의 군인이라도, 만일 저격수들이 두렵다면 최소한 탱크 한두 대라도 배치해주기를 요구합니다”고 말했답니다. 탱크가 일단 시내로 들어온 후엔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장군들은 탱크 배치를 거부했다는군요.

 

피스크 그래요. 그런데 『업저버』는 항상 뒷북을 치지요. 몇주 전에 이미 미국의 고고학자들과 국방부를 이어주는 웹싸이트가 만들어져 거기에 약탈·손상·습격·방화의 가능성이 있는, 이라크의 정말 중대한 민족적 유산들의 목록이 올라 있었거든요. 그 목록에 박물관이 끼여 있었습니다. 미 해병대원들이 바그다드 시내에서 기동하기 위해 소지하고 있는 위성사진에 그 박물관이 뚜렷하게 표시된 것을 내 눈으로 보았어요. 그들은 박물관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게 어떤 박물관인가를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박물관에 갔더니–그때가 일주일도 더 지났지요–폭도들과 약탈자들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총탄이 박물관 밖의 아파트 벽 사이로 쌩쌩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약탈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보니 상황이 아주 분명했어요. 누군가가 박물관 창고의 거대한 안전문들을 열쇠로 연 거예요. 약탈이 더없이 치밀하고 정확하고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겁니다. 약탈자들은 자기네들이 어떤 물건을 가져가고 싶은지 미리 알고 있었던 거죠. 그들이 원치 않은 그리스 조상(彫像)들은 목을 부러뜨려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노리던 귀고리들이랑 황금 장신구 그리고 황소모양의 귀고리 신상은 가져갔거든요. 그리고 며칠이 안되어서 이라크 역사의 소중하기 짝이 없는 문화재들이 유럽과 미국의 시장에 나왔습니다. 난 이런 일이 우연히 일어났다고 믿지 않아요.

흥미로운 사실 두 가지만 말하지요. 하나는, 약탈자들이 자기네들이 무얼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물건을 너무나 신속하게, 우리 기자들이 국외로 기사를 송고하는 것보다 더 재빨리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