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이명박정부, 이대로 5년을 갈 것인가
이명박정부의 지역개발전략과 민주주의
하승수 河昇秀
제주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저서로 『교사의 권리 학생의 인권』 『지역, 지방자치 그리고 민주주의』 등이 있음. haha9601@dreamwiz.com
1. 대운하 중단? 그것으로 해결된 것은 없다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선진화’와 ‘신개발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사태로 인해 이명박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는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사상 최대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면서 당선되어 출범한 정부이다. 또한 여당인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180석이 넘는 압도적 다수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정부의 지금 지지율과는 별개로 이명박정부가 서 있는 이념적·정책적 기반이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와‘한반도 대운하’가 이슈화되면서 오히려 이명박정부에 대한 진지한 분석이 소홀하게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명박정부가 표방하는‘선진화’이데올로기는 정부에 대한 정치적 지지율의 등락과는 별개로 한국사회에서 지배적 담론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는 점이다. 또한 지역개발과 관련해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신자유주의와 결합하면서 되살아난 개발주의의 흐름, 즉 신개발주의1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단기적 이슈보다는 장기적 흐름을 보아야
이런 흐름이 지속되는 한, 한가지 이슈가 해결된 듯 보인다고 해서 그 문제가 실제로 해결된 것은 아니며 다른 모든 문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단되었던 새만금 공사가 재개되어 결국 새만금 갯벌이 죽은 것처럼, 2004년 부안에서 중단되었던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이 2005년 비이성적인 주민투표를 거쳐 다시 경주에서 시작된 것처럼, 지리산 자락에서 시민단체와 불교계의 반대로 중단되었던 지리산댐이 다시 추진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처럼, 잠정적으로 중단된 듯 보이는 한반도 대운하는 언제든지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낙동강운하, 영산강운하처럼 변화된 모습으로 등장할 수도 있고, 현재 대운하사업 실시를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등에 업고 한층 적극적인 형태로 재등장할 수도 있다.2 지금도 김태호(金台鎬) 경남도지사는 “대운하 포기는 직무유기”라며 사업실시를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규제완화’를 명분으로 한 교육·의료 시장화도 지역에서부터 추진되고 있다. 노무현정부 때부터 교육·의료 개방과 규제완화의 테스트베드(testbed)가 된 제주도에서는 올해 7월에 국내 영리병원 허용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도에 한해서 국내자본이 설립하는‘주식회사 병원’을 허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민 1,1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이 더 많이 나오는 바람에 일단 유보되기는 했지만, 제주도지사는 다시 기회를 보아 영리병원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제주도에 추진되고 있는 영어교육도시에는 영어전용 교육을 하는 초·중·고등학교 12개가 설립될 예정이다. 애초에는 1년 정도의 단기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을 두려고 했으나, 지금은 정규 교육과정을 둔 사립학교들을 유치하겠다는 안으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외국자본도 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의료 시장화는 언제든지 제주도를 뛰어넘어 전국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선진화’론자들이 추구하는 기본방향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 발생하는 문제들은 일련의 흐름에서 파생되는 것들이다. 따라서 단기적 이슈에 매몰되기보다는 장기적인 흐름과 경향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미국산 쇠고기나 한반도 대운하가 하늘에서 떨어진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이명박정부가 말하는‘선진화’이데올로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이 지역개발정책과 관련해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지역개발정책에서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소속정당에 관계없이 대운하사업에 부화뇌동하려 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행위는 어떻게 볼 것인가? 부동산값 상승과 무분별한 개발을 부추기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신개발주의에 대한 민주적 대안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답하지 않는 이상, 대운하사업이 중단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해결된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2. 토건국가+신자유주의 시장화=이명박식 선진화?
선진화론자들이 빠진 함정
지난 몇년간 정부는 부동산가격 폭등을 통제하지 못했다. 특히 민주화 이후의 정부라는 김대중-노무현정부도 그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부동산가격을 잡겠다고 공언했던 노무현정부에서 부동산가격은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폭등했다. 그런데‘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이명박정부의 정책아젠다들을 미리 생산해온‘선진화’이데올로그들은 노무현정부가 추진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로 인해 전국적으로 땅값이 오르고 부동산투기가 조장되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런 도시 건설을 위해 전국의 토지 약 1억 5천만평이 파헤쳐지고, 토지보상비로 5년간 약 67조 5천억원이 풀렸으며, 전국의 땅값이 4년간 88.3% 상승했음을 지적하고 있다.3 상당히 설득력있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은 환경적 입장에서 노무현정부를 비판해온 사람들의 주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선진화론자들이 기대를 건 이명박정부는 더 큰
- 신개발주의(neo-developmentalism)는 조명래(趙明來)가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서, 1960~70년대식 개발주의가 IMF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시장만능주의의 성향을 띤 신자유주의와 결합한 것을 지칭한다. 조명래 「욕망과 자연의 상품화와 신개발주의」, 『신개발주의를 멈춰라』, 환경과 생명 2005, 43~47면 참조. ↩
-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는 집요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반면, 이슈를 중심으로 반대운동을 하는 시민사회나 주민들은 그 이슈가 장기화될수록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역의 개발선호세력들은 끊임없이 지역여론을 조성하고,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중앙정부에 개발사업 추진을 요구한다. 그러다 보면 일단 중단된 개발사업은 일정한 잠복기간을 거친 후 다시금 수면 위로 나오고, 그때는 이전보다 반대여론이 줄어들게 된다. 전국의 수많은 지역에서 각종 개발사업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추진되어왔다. ↩
- 신도철 『21세기 새로운 지역발전정책 패러다임』, 한반도선진화재단 2008, 79면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