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이소진 『시간을 빼앗긴 여자들』, 갈라파고스 2021

여성노동자의 시간을 사유하다

 

 

최시현 崔時賢

연세대학교 학술연구교수, 여성학 sihyun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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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이웃이 몇년째 동네 기업형 슈퍼마켓 매장에서 시간제 캐셔로 일한다. 그녀가 늦은 시간에 근무하기에 나도 기왕이면 저녁에 마트를 들르곤 했다. 어느날 갑자기 계산대가 모조리 셀프계산대로 바뀌어 있었다. 두개의 계산대로 충분히 운영하는 매장이었는데 셀프계산대는 네개였다. 예전과 달리 그녀에게 말 한마디 붙일 틈이 없었다. 그녀는 홀로 많은 계산대를 책임지고 있었다. 허둥지둥하는 손님들의 계산을 일일이 봐주고, 주류처럼 확인이 필요한 물품에는 직원카드 인증을 해주고, 종량제 봉투를 내어주고,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모습은 지켜보기만 해도 정신이 없었다. 너무 고생스러워 보여 한마디 했더니 “(셀프계산대 도입 이후) 정직원은 다 잘렸어. 나 같은 알바만 죽어나는 거야. 화장실도 가기 어려워”라며 대뜸 핸드폰을 꺼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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