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이욱연 『포스트 사회주의 시대 중국 지성』, 서강대출판부 2017
비판적 중국학의 길에서 만난 ‘이중과제론’
백영서 白永瑞
연세대 사학과 교수 baik2385@hanmail.net
개혁개방 이후 중국 지식인사회의 사상적 모색과 분화의 지형도에 대한 유용한 지식을 제공하는 국내 연구자(조경란 이종민 전인갑 등)의 저서들이 최근 잇따라 간행되고 있다. 그중 중문학자 이욱연(李旭淵)은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의 ‘이중과제론’에 기반해 다양한 사조를 비평하면서 ‘비판적 중국학’의 길을 제시하고 있어 돋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민족위기와 문명위기 극복 과정에서 서구중심주의와 중국중심주의라는 극단적인 인식이 반복적으로 출현한 것이 중국 근현대사상사의 줄기라고 말한다. 중국 역사학자 거 자오광(葛兆光)의 표현대로라면, 중국은 자기를 비춰 볼 타자라는 거울이 하나도 없는 ‘자아중심적 상상시대’를 거쳐, 거대한 타자인 서구라는 ‘하나의 거울만이 있는 시대’를 통과한 뒤, 이제는 ‘다양한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보는 시대’로 들어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중국이 G2 대국으로 부상한 지금도 사상계는 중국 대 서구라는 이분법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양자를 균형있게 투시할 수 있는 매개항을 가지지 못한 형편이다. 바로 여기서 저자는 백낙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