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윤영수

1952년 서울 출생. 1990년 제1회 현대소설신인상으로 등단. 소설집 『사랑하라, 희망 없이』 『착한 사람 문성현』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이 있음. yeongsuyoon@hanmail.net

 

 

 

이인 소극(二人笑劇)

 

 

눈썹가위로 파운데이션 튜브를 반으로 자른다. 가위날이 곡선이라 튜브도 비뚤배뚤 우습게 잘린다. 그래도 상관없다. 남이 볼 것도 아니다. 이렇게, 손가락으로 찍어 쓰고 스카치테이프로 봉하면 몇번은 더 사용할 수가 있다. 내용물이 얼마 남지 않아 잘 짜지지 않으면 호기롭게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아줌마가 되었다는 얘기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서 아줌마가 된 게 아니라 돈이 궁하면 자동으로 되는 게 아줌마다. 파운데이션을 바른 후 금방 분을 두드리면 화장이 뭉칠 염려가 있다. 막간을 이용하여 앞머리에 감았던 롤 풀기.

“지금 외출하시려고……”

콩나물 쟁반을 들고 주춤주춤 방으로 들어서는 당신의 모습이 화장대 거울에 잡힌다. 뒤를 돌아보며 기다렸다는 듯 호통을 친다.

“방에는 왜 따라 들어와? 콩나물 발이나 끊으라는데!”  

단숨에 넋이 나간 당신은 그대로 문지방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당신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마폭과 방바닥에 쏟아진 콩나물들을 녹슨 양철쟁반에 그러담다가는 또다시 바닥에 엎고 허둥지둥 나물 허리를 분지른다.

“아까운 콩나물을 아주 요절내느먼. 되다 만 화상이 주제도 모르고 시시콜콜 참견은. 내가 나가면 왜, 같이 단장하고 따라나설 거여?”

큼직한 빗을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나는 당신의 시어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미 저세상으로 가신 나의 할머니. 홀며느리 손에 대소변을 맡기신 후에도 온갖 까탈과 호령이 변함없던 할머니.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여. 음식에 간 하나를 제대로 맞출 줄 알어, 저고리 동정 하나를 반듯이 달 줄 알어. 친정에서 뭘 배워 온 거여.”

“죄, 죄송해유 엄니. 지가 잘못했어유, 노염 푸셔유 엄니.”

당신은 콧물을 훌쩍이며 용서를 청한다. 애꿎은 콩나물이 당신 손에서 망가지는 동안 나는 열심히 머리를 매만진다. 앞으로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거울에 머리를 비춰본다. 나는 당신의 시어머니, 당신은 나의 변변치 못한 며느리. 연극. 이인소극.

등장인물은 물론 두 명이다. 소매 짧은 보라색 티셔츠에다 허벅지에 꼭 달라붙는 청바지 차림이지만 눈밑에는 벌써 눈주머니가 그려지기 시작한 마흔의 노처녀 박진희, 올 풀린 하늘색 스웨터에 월남치마를 받쳐입은 일흔둘의 노파 김금례. 금방이라도 허물어져내릴 듯한 살림살이들 사이로 사람 길을 뚫어놓고 앉고 서고 돌아서는 딸, 그 딸의 뒤를 쉴새없이 따라붙으며 앉고 서고 돌아서는 늙은 어미.

당신이, 당신이 먼저 시작한 연극이었다. 내가 아니었다.

얘 좀 봐. 장롱엔 왜 올라가고 그래. 진희년 보면 무슨 애먼 소리를 들으려고.

당신이 목소리를 죽여가며 내 등뒤에서 먼저 그렇게 속삭였었다. 나는 잠깐 당신이 말실수를 했지 싶었다. 재봉틀 의자에 올라서서 장롱 위에 얹어놓은 여행가방을 내리던 중이었다.

진희년 들어온다니께. 장롱 위는 왜 뒤져? 그 위로 달구새끼 올라갔어?

닭 얘기를 듣고서야 나는 이모를 떠올렸다. 대전 근교에서 양계장을 하는, 수건을 머리에 들쓰고 밤이나 낮이나 중얼거리며 닭을 키우는 당신의 여동생. 당신은 당신의 딸인 나를 동생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머리에 두른 수건 때문이었다. 금방 샤워를 하고 난 후라 마르지 않은 머리에 달 묵은 먼지를 들쓰기 싫어 궁여지책으로 세숫수건을 두른 참이었다.

진희년이 보면, 제년이 나한테 어쩔 건데. 한마디만 해봐. 제년 모가지를 배틀어버리지.

여행가방을 방바닥에 내려 여름옷들을 꺼내면서 나는 천연덕스레 이모의 말투로 대꾸했다. 몸의 뼈마디를 빗대어 욕을 해대는 것이 이모의 버릇이었다. 모가지를 채어 홱 배틀어버릴라. 다리몽뎅이를 잡아서 오독오독 분질러버리지. 갈비짝 뼈를 망치로 부숴버릴라. 물 한솥 크게 잡아 뼈를 고을 놈들.

그래, 가져가라. 갖다가 경자 경애 다 입혀라. 진희 저 미친년, 옷들은 언제 이렇게 사모았다니. 그런데 경수댁은 아직두 소식 없는겨?

무슨 소식?

빈 가방에 겨울 스웨터들을 챙겨넣으며 내가 되물었다.

계집년이 시집을 왔으면 새끼를 낳아야지. ……네가 허구헌 날 달구모가지 비틀어대니까 부정탄 거 아니여. 삼신할머니 노하신 거 아니여.

도대체 어떤 년이야? 조동아리를 망치로 바숴버릴라. 내가 달구모가지 돌리구 싶어 돌려?

진희년이 그러지.

나는 기가 막혀 당신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살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눈을 내리까는 당신. 경수오빠네 큰아들이 대학을 삼년째 낙방하고 군에 입대했다는 소리를 들은 지가 벌써 오래 전이었다.

애먼 헛소리 하지 말고 진희 말이나 들어요. 괜히 달구새끼처럼 졸졸 쫓아다니지 말고!

이왕 걸걸한 이모가 된 김에 나는 당신에게 한마디 각지게 일렀다. 당신이 나를 조심스레 올려다보았다. 당황스러웠다. 나를 알아보는 것일까. 그래도 나는 시치미를 떼었다. 연극배우 박진희 아닌가. 이 나이 먹도록 내가 할 줄 아는 일이 연기뿐 아닌가. 연극무대에 선 지 16년, 웬만한 역할은 감독의 별도지시 없이도 척척 소화해내는, 말하자면 연기는 수준급인데 마스크와 몸매가 받쳐주지 않아 비중있는 배역을 맡을 기회는 앞으로도 없을 서글픈 따라지이기는 하지만.

진희년 자꾸 따라붙기만 해봐. 나한테 혼찌검 날 테니까. 성, 내 성질 알지? 달구모가지 돌리는 건 일두 아냐.

효과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저 맡은 역할에 충실하게 감정을 싣는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웬일로 당신은 꼼짝하지 않았다. 여행가방에 겨울옷을 다 챙겨 다시 장롱 위에 얹는 동안 당신은 세운 무릎을 두 팔로 감싸안은 채 방 한쪽에 오도카니 앉아 있는 것이었다. 여느때 같으면 어림없었다. 옷가지를 하나하나 들추고 헤치며 어디서 났느냐 입어봐야지 한바탕 법석을 떨 양반이었다. 더럭 겁이 났다. 딸인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엄마, 어디 아파?

당신의 이마를 짚으며 내가 물었다. 무릎 위에 얹은 두 손을 얌전히 포개며 당신이 나를 찬찬히 올려다보았다.

……느이 이모는?

다행이었다. 딸인 나를 알아보니 큰 걱정은 없었다.

그애는 왜 그렇게 성깔을 부린다니? 정신 사나와 죽겄어.

당신이 중얼거렸다.

사람이 순간적으로 너무 기뻐도 몸에 소름이 끼친다는 사실을 나는 그 때 처음 알았다. 물벼락이라도 맞은 병아리처럼 나는 부르르부르르 몸을 떨어댔다. 우리집 위로 쌓인 4층 일곱 가구의 집채들을 마치 애들의 조립식 장난감집처럼 한꺼번에 반짝 들어내고, 이 곰팡내 나는 반지하방의 구석구석을 환한 햇빛으로 거풍하는 기분이었다. 등허리에 들러붙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신화 속의 노인네를 다른 이의 등에 잠시 옮겨놓고 꿈처럼 기적처럼 허리를 펴는 느낌이었다.

수건을 머리에 쓴 이모의 등장으로 나는 당신 앞에서 슬쩍 비켜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인물을 데려온다면. 당신이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를 당신 앞에 내세운다면. 이를테면 닭모가지를 비트는 이모, 모진 말만 골라 하던 할머니, 말로만 들었지만 착하고 자상하다던 외할머니.

아침, 내가 눈을 뜨기 전부터 내 머리맡에 앉아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당신. 하루종일 방으로 주방으로 욕실로 나를 따라붙는 당신. 온갖 잡사에 참견하고 휘젓고 어떤 형태로든 당신 식의 뒷갈망을 해야 속이 풀리는 당신. 그런 당신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임이 분명했다. 뿐만 아니었다. 4천만원, 당신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영 기억이 나지 않는 그 돈도 이 방법으로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돈의 행방을 추궁하는 형사, 경찰을 등장시킨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별한 분장도 의상도 필요없었다. 인물의 특징만 살려주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누구라도 불러낼 자신이 있었다. 미국으로 날아가버린 작은오빠, 필요하다면 허망하게 죽어간 큰오빠까지도 무덤에서 끌어낼 용의가 있었다. 제 식구들 앞에서 시연하는 마술사처럼 편안하게, 비둘기와 토끼와 만국기를 차례대로 끄집어내었다가 제자리에 도로 넣으면 되는 일이었다. 어두운 객석을 향해 잠깐 나와보라고, 같이 연기하자고 손짓만 하면 기꺼이 올라오는 관객들. 새삼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대는 작게, 촛점을 바짝 당겨서. 중앙에는 주방, 왼쪽에는 주방만한 크기의 방 한칸, 그리고 오른쪽에 주방 반만한 욕실. 높이 달린 창문 바깥으로 동네 쓰레기봉지들이 놓여 때때로 악취가 스며들어오는, 너저분하면서도 딱히 버릴 수 없는 살림살이들로 사람이 대신 밀려날 듯한 이 폐쇄된, 밤낮으로 켜대는 형광등 불빛 아래 무대보다 더욱 무대 같은. 이모가 있는 대전 쪽을 향해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당신 집으로 합친 지 넉달째, 바로 달포 전의 일이었다.

“워째 너 같은 화상이 우리집에 굴러들어왔는지 몰러. 살림을 가르쳐주면 제대로 알아듣길 허나, 그렇다고 부지런하길 허나. 해가 중천에 걸리두룩 자빠져 요분질이나 해대면 다여!”

“잘못했어유 엄니. 용서해주셔유.”

당신은 드디어 울먹이기 시작한다. 나는 열심히 손을 놀린다. 뺨에는 볼터치를, 눈밑에는 좀더 밝은 톤의 아이섀도우를. 한숨이 나온다. 눈밑으로 드리워진 검은색의 반원을 화장으로 감추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세월이 가는 것일까. 이대로 사그라져 폐품이 되는 것일까.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에브리 모닝 유 그릿…… 휴대폰이다.

─나야, 경은이.

오경은, 이번 연극에서 나와 함께 동네여자 역할을 맡은 배우다.

─나 여기, 극단에 도착했는데, 오늘 너랑 나랑은 연극연습 없대. 주연들 연습이 너무 안되어서. 집에서 아직 안 떠났으면 오지 말라고.

“그래? 잘됐네. 그러지 않아도 귀찮았는데. 그깟 두세 마디, 안 맞춰본다고 소화 못 시키겠니.”

말은 그리 하면서도 맥이 빠진다. 이 집에서 잠시나마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그녀로서는 알 수가 없을 터이다. 그녀가 나처럼 독신이라면 만나서 실컷 떠들기라도 할 텐데. 그녀는 바쁘다. 강남의 소아과 개업의인 남편과 음악을 전공하는 딸 둘 뒷바라지가 보통이 아니라는 자랑 비슷한 신세한탄을, 상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고장난 레코드처럼 반복해댄다. 자신이 결혼만 하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 연극사를 바꿔놓았을 것이라는 투의 반농담을 하지만 그녀도 이 바닥에서는 나와 똑같은 따라지 신세다. 하기야 주부로서는, 비중이야 어떻든 현역 연극배우라는 명함은 코에 걸고 다니기에 꽤 그럴싸한 장식품일 것이다.

─그런데 금방, 이용훈이란 사람한테서 전화왔어. 너한테 연락이 안된다고 해서 네 휴대폰 번호 가르쳐줬는데, 괜찮지? 얘, 이용훈이면, 옛날의 그 심리학 박사 아니니? 그때 너, 그 사람하고 왜 끊어졌지?

“아아, 성격이, 성격이 워낙 안 맞아서. 나이 먹어서 짝 찾기가 어디 쉽니.”

적당히 얼버무리며 전화를 끊는다. 이용훈. 가짜 심리학자, 가짜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녀석이 무슨 일로 내 연락처를 묻는가.

“빨래가 이게 뭐여. 속옷은 그때그때 삶아야 될 것 아녀. 너는 도대체 할 줄 아는 일이 뭐여?”

아뿔싸.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나선다. 당신은 플라스틱 세숫대야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야무지게 스위치를 돌려대고 있다. 허겁지겁 대야를 들어 욕실 바닥에 가져가 내동댕이친다. 당신이 몸을 떨며 발을 구른다.

“이년, 시에미를 뭘로 보고!”

당신과 나, 이 이인극의 단점은 장면 자체가 그리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2,3분, 배역 설정을 재확인시켜주지 않으면 당신은 어느새 당신이 바라는 장면으로 돌아가버린다. 호시탐탐 당신이 돌아가고 싶은 장면은 지금부터 8년 전. 당신으로서는 평생을 통해 가장 행복했었을, 중풍으로 고생하던 여든여덟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큰오빠 내외와 함께 살며 손녀의 재롱을 즐기던, 며느리를 손발처럼 부리며 살림을 가르치던 그 시절이다.

“엄마, 나하고 둘이서 같이 죽을 거야? 정신차리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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