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점

 

 

이 계절에 주목할 신간들

 

 

김선애 金善愛

1980년 경북 상주 출생. 대구서부고등학교 사서교사. 독서모임 ‘책톡’ 대구지부를 운영하고 있음.

01europe@hanmail.net

 

안상학 安相學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안동소주』 『아배 생각』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등이 있음.

artandong@hanmail.net

 

임정균 林貞均

1985년 대구 출생. 2019년 창비신인평론상으로 등단.

주요 평론으로 「마음의 리얼리즘」 「운명을 모르는 페넬로페(들)」 등이 있음.

wolverine10@naver.com

 

 

 

 

왼쪽부터 안상학 김선애 임정균 ©신나라

왼쪽부터 안상학 김선애 임정균 ©신나라

 

임정균(사회) 안녕하세요. 문학평론을 쓰는 임정균입니다. 지난 봄호의 전남 순천에 이어 두번째로 수도권을 벗어나 진행하는 문학초점인데요. 이번에는 경북 안동에 있는 ‘시집도서관 포엠’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도서관 관장으로 이곳을 맡아 운영하며 장소를 내어주신 피재현 시인께 감사 말씀 먼저 드립니다. 저는 아버지의 고향인 봉화가 안동과 면해 있어 이 고장이 낯설지 않습니다. 마침 가까운 곳에서 문학을 읽고, 쓰고, 가르치고 계시는 두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더욱 반갑습니다.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상학 안녕하세요. 시 쓰는 안상학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 안동에서 함께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좋은 시와 소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운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김선애 안녕하세요. 대구서부고등학교에서 사서교사로 일하는 김선애입니다. 문학초점에 초대받아 독자 여러분 그리고 대구·경북에 기반을 두고 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상학, 임정균 선생님과 책을 매개로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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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균 진은영 시집으로 시작해볼까요. 『훔쳐가는 노래』(창비 2012) 이후 10년 만의 신작이라 더욱 반갑습니다. 전작들은 멜랑꼴리의 정서가 지배적이었던 것 같은데 사회와 현실정치로 시선을 많이 돌린 듯하죠. 그도 그럴 것이 10년 사이 한국사회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시집의 주요한 모티브이기도 한 세월호참사, 촛불혁명 등 그 시간이 정말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듯한 시집이더군요.

 

안상학 저 역시 오랜만에 진은영의 새 시집을 읽어서 기뻤습니다. 전작에 비해 조금 더 현장에 밀접해 있다는 느낌이 들어 인상적이었고요. 제목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는 첫번째 시 「청혼」에서 가져왔더라고요. 저는 이 구절을 ‘내 마음은 오래된 그 거리에서처럼 변함없이,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고 읽었습니다. 그리고 너에게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주고 너의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겠다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사랑을 맹세하죠. 그러나 ‘슬픔이 담긴’ “쓴잔을 죄다 마”신다는 구절에서 읽히듯이 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너는 일종의 이격된 시간과 공간에 있는 듯한데, 잃어버린 사랑의 크기만큼 슬픔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시인이 이렇게 슬픔에 집중하는 것도 그 옛날 그 사랑의 거리에서처럼, 우리 사랑을 그 시절로 되돌려놓자는 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김선애 사실 저는 시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니라 읽는 데 조금 고생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시는」이라는 시를 가장 인상 깊게 읽었어요. 도대체 이렇게 어려운 시를 쓰는 시인은 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던 거죠. 이 시에 따르면 “죽은 아이들 얼굴/우수수 떨어”질 때 시는 “제법 볼륨이 있는 분노,”이자 “나를 안을 수 있”게 하는 것이면서 “여기 있”는 것, “죽어가는 사람 옆에 고요히 모여 앉은” “내 속에 매달린/영원히 익지 않는 검은 열매 하나”입니다. 정확한 의미는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이 시를 읽는 동안 시인이 시집 전체를 어떤 마음으로 써냈는지가 보여서 좋았습니다.

 

임정균 특히 2부는 ‘한 아이에게’라는 제목과 함께 딜런 토머스(Dylan Thomas)의 시가 헌사처럼 붙어 있습니다. 여기서 아이는 2부 수록작 몇편에 걸쳐 등장하는 세월호참사 희생자 ‘예은’이라는 학생인 듯하고요. 세월호참사를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고통스럽게 읽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안상학

안상학

안상학 세월호참사가 2014년이었죠. 1980년 광주를 겪은 세대의 문학이 있어왔다면, 세월호참사 역시 동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의문과 슬픔을 함께 던진 사건입니다. 진은영 시인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고요. 편지 형식의 시 「그날 이후」는 읽는 내내 굉장히 고통스러웠습니다. 예은이 시인을 빌려 말하는 듯한 무척 긴 시인데, 폭포수가 쏟아지는 것같이 빠른 호흡으로 진행됩니다. 만약 지금 여기 없는 예은이 생일을 맞이해 단 몇초라도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래서 대면한다면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말을 쏟아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빠 아빠” “엄마 엄마” 다급하게 반복해서 부르는 구절들 말이죠. 공교롭게 어제(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큰 참사가 있었습니다. 거짓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임정균 김선애 선생님께서는 아무래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계시니 이 시를 남다르게 읽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학교현장에서는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적인 활동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선애 저 역시 “여기에도 아빠의 넓은 등처럼 나를 업어주는 뭉게구름이 있어” “여기에도 똑같이 주홍빛 해가 저물어”(「그날 이후」)라는 구절에서 예은이 잘 있다는 안부를 들은 것 같아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러운데요. 제가 사서라는 비교과 교사다보니 커리큘럼을 짜는 데 직접 관여하지는 않아요. 또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의 분위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세월호참사 관련 이야기나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에요.

 

임정균 맞습니다. 국민의 안전이란 보수와 진보, 정치나 지역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일 텐데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워요. 그리고 시집이 읽는 이의 감정을 많이 흔들리게 하는데 한편으로 시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언급해주신 「그날 이후」는 세월호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 서른네명의 생일에 맞춰 서른네명의 시인들이 아이들의 육성으로 쓴 시를 묶은 『엄마. 나야.』(난다 2015)에 수록되었죠. 아이의 시선으로 쓰는 ‘육성시’를 시도하는 것이 시인의 입장에서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재현의 윤리 문제도 있을 것이고, 타인의 고통을 내화해야 했던 고통이랄까요.

 

안상학 저도 비슷한 기획에 참여해서 한 희생자의 약전을 쓴 적이 있습니다(『416단원고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 굿플러스북 2016). 그래서 진은영 시인이 시를 쓰기까지 어떤 고통과 고민을 겪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갑니다. 시인이라면 자기 아픔도 아픔이지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슬픔의 전모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이 시는 그 극치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성경을 보아도 가난한 사람과 함께한다는 건 돈을 빌려주는 것도 아니고 집을 사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가 가난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 들어 있지 않습니까. 타인의 슬픔을 함께 겪기 위해서 나도 그 슬픔에 육박해 들어가 그 자체가 되어보는 그런 진정한 슬픔의 자세를 읽어낼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임정균

임정균

임정균 부의 제목이 ‘사실’이라고 되어 있는 3부의 시들은 약간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령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의 말을 인유하는 「쓰지 않은 것들」에서 ‘사실’의 의미를 좀 헤아려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흔히 사실이라고 할 때는 객관적인 대상으로서의 사실 혹은 “원의 둘레에서 시작과 끝은 공통”이라는 경험조차 초월한 단단한 기하학적 사실을 떠올리지요. 그런데 이 시에서는 “공통이 아니라 고통”이라 중얼거리는 헤라클레이토스를 등장시키며 사실 너머의 어떤 진실을, 특히 고통을 마주하려는 의지가 읽힙니다. 3부 전체가 사실이란 모두 인간의 해석을 경유한 것이라는 쪽으로 향하는 듯한데, 전작으로부터 10년의 공백 동안 상담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짐작도 해보게 됩니다.

 

안상학 10년의 시간을 보내며 하고자 한 이야기를 1, 2부에서 풀어낸 뒤 3부에서는 그후 어떻게 희망을 찾아가야 할지, 이 끝나지 않는 슬픔의 진원에 어떻게 도달해야 할지 모색하는 듯했습니다. 물론 구절구절은 “물에 빠진 사람들처럼”(「스타바트 마테르」), “내 귀는 익사할 지경이 되었다”(「죽은 마술사」), “월요일은 오지 않네”(「월요일에 만나요」)와 같이 끝나지 않는 슬픔과 절망이 지배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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