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점

 

이 계절에 주목할 신간들

 

 

김성중 金成重

소설가. 소설집 『개그맨』 『국경시장』이 있음. hippieshow@naver.com

 

박소란 朴笑蘭

시인.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이 있음. noisepark510@hanmail.net

 

한영인 韓永仁

문학평론가. 주요 평론으로 「‘문학과 정치’에 대한 단상」 「세계의 불안을 견디는 두가지 방식」 등이 있음. jwhyi@naver.com

 

 

왼쪽부터 한영인, 김성중, 박소란.  Ⓒ 신나라

왼쪽부터 한영인, 김성중, 박소란. Ⓒ 신나라

 

 

박소란 안녕하세요. 겨울호 문학초점 좌담에는 김성중 소설가를 모셨습니다. 지난 계절부터 함께한 한영인 평론가와 저, 이렇게 세 사람이 모두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한층 다양한 견해를 주고받을 수 있을 듯해 기대됩니다.

 

김성중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자리에 초대받고, 우선 한 계절에 나온 신작을 우수수 읽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한편으로 동료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말하는 것에 두려움이 일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좌담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왔습니다.

 

한영인 저 역시 이번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폭넓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박사랑 『스크류바』(창비)

 

177_410박소란 다양한 주제를 통해 현 세태를 꼬집고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박사랑의 첫 작품집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작가의 선명한 세계관이 좋았어요. 가령 “불빛은 환했지만 오히려 더 어두워 보였다. (…) 그들은 모두 서로를 외면한 채 제각기 흔들리고 있었다”(「이야기 속으로」 123면) 같은 진술이 여러 작품에서 반복되는데, 이를 통해 작가가 현재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우리의 현실과 그것을 견디는 일반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낸 부분들이 인상적으로 읽혔습니다. “회사에 도착해서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걸레를 빠는 것이었다”(「어제의 콘스탄체」 137면)라거나 아이를 잃어버리고 패닉 상태에 빠져 동분서주하는 ‘나’의 휴대폰으로 “무담보 무서류 대출 아이러브론입니다!”(「스크류바」 62면) 같은 ‘기계음’의 전화가 걸려오는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는데요. 매 작품마다 삶의 고단이 사실적으로 배어 있고 그것을 토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 작품에 대한 실물감과 함께 작가에 대한 신뢰를 갖게 했습니다.

 

김성중 소설집을 덮고 난 첫번째 느낌은 발랄하고 산뜻하다는 것입니다. 선이 활달한 크로키같이 무리하지 않고 쓱쓱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좋았어요. 작가도 즐겁게 썼을 것 같아요. 읽다보니 세가지 정도 다른 결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첫번째는 모성 이야기를 어둡고 강렬하게 풀어낸 「스크류바」 「하우스」 「울음터」고, 두번째는 유머를 섞어 밝지만 고단한 젊은 세태의 감수성을 짚어낸 「#권태_이상」 「높이에의 강요」 「어제의 콘스탄체」 같은 작품이에요. 세번째는 「바람의 책」이나 「이야기 속으로」같이 메타적인 요소가 강한 소설이죠. 이렇게 다른 컬러와 리듬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채로운 느낌이 들었고, 첫 소설집답게 작가가 여러 글쓰기를 시도하며 자신의 인장을 찾아가는 궤적이 엿보였습니다.

 

한영인 저는 읽으면서 ‘문청’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어요. 제가 생각하는 ‘문청’은 문학의 논리로 세계의 실상을 이해하려 드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에요. 그때 세계를 바라보는 틀이 되는 문학은 타락하고 비속한 현실의 세계와 구별되는 순수한 낭만의 공간이죠. 문학의 세계와 실제 현실의 대립구도는—이는 순수와 타락의 이분법이기도 할 텐데— 사실 여러편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가령 「#권태_이상」에 달린 각주들은 모두 국문과 전공수업에서 읽었을 법한 책들이잖아요. 반대로 그걸 추억하는 자신은 지금 의지, 희망, 생각 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 한권 읽지 살고 있죠. 이건 「높이에의 강요」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나요. 문학이 하던 걸 연극이 대신하지만 순수했던 시절과 타락한 현재의 대비는 여기서도 역력합니다. 값싼 삼겹살과 일등급 한우의 구도로 말이죠.

「#권태_이상」은 제목에 이상을 내세웠지만 실은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와 강력한 상호텍스트성을 맺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뭐 가지고 갈래?”라는 매앵의 말에 “책, 기타, 카메라”(23면)라고 대답하는데 「아담이 눈뜰 때」에서는 세상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세가지가 타자기, 턴테이블, 뭉크 화집이라고 나오죠. 나의 책, 기타, 카메라와 아담의 타자기, 턴테이블, 뭉크 화집은 모두 타락한 현실에 그대로 순응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저항의 표지인데 박사랑의 소설 속에서는 이미 그 저항이 무력화된 이후의 풍경을 담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곤궁하고 권태로운 것이겠죠.

 

박소란 박사랑의 인물들은 대체로 무력해요. 이 시끄럽고 재빠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낡은 책”(「바람의 책」)이자 “의지할 데가 없이 그저 막다른 길에 서 있는 존재”(「울음터」 191면)들이죠. “떠나지도, 비를 피하지도, 목을 매지도 못한 채 그냥 그곳에 멈춰 서 있”(「높이에의 강요」 58면)을 뿐인 이들은 그러나 결론부에 이르러 때때로 어떤 견딤의 힘을 발휘할 때가 있는데요. 가령, 「어제의 콘스탄체」에서 “내일 만나자고요”(152면) 하는 부분이나 「울음터」의 “아무도 울지 않”는데 “주저앉아 울어버렸다”(202면)는 구절이요. 이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도약하는 순간이 뭉클함을 주기도 했어요.

 

한영인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은 「높이에의 강요」인데요, 현재 청년들이 대면하고 있는 한국적 ‘입사 의식’을 잘 포착해서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입사(入社)는 일차적으로 성인의 통과의례를 뜻하는 ‘이니시에이션’(initiation)이지만 동시에 ‘조인 어 컴퍼니’(join a company)이기도 하죠. 실제로 요즘은 취업이 가장 중요한 입사 의식 아닐까요? 서류, 자기소개서, 압박 면접, 경쟁 프레젠테이션 등의 관문을 거치면서 주체를 회사형 인간 혹은 자기계발형 인간으로 주조해가잖아요. 작품 속에서 주인공도 이때 럭키의 이야기를 자기 것인 양 훔쳐 쓰면서 세상의 논리에 무릎 꿇게 되는 장면이 나오죠. 근데 흥미로운 건 이러한 ‘입사’가 좌절된다는 거예요. 여성과의 섹스는 전통적으로 남성적 입사 의식의 한 예로 통용되는데 작품의 결말에선 고고와의 섹스에 실패하죠. “아직은 안 돼”(57면)라는 거절의 말과 함께요. 여기서 주인공의 ‘입사’ 역시 실패하리란 예감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유예와 좌절은 사실 전통적인 남성 서사를 구성해온 것이기도 하죠. 박사랑의 소설이 어딘가 낯익은 구석이 있다고 느끼는 건 바로 그런 점 때문 같아요.

 

김성중 적자생존 모드에 놓인 청년들의 피로감 같은 것이 진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런 고단함은 당연히 도피의 욕망을 불러일으키잖아요. 「어제의 콘스탄체」에서는 전생으로 가서 일종의 ‘캐릭터 놀이’와 비슷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모차르트가 나오고 갈릴레이가 나오는데, 살짝 유치할 수도 있는 소재를 천연덕스럽게 잘 썼더라고요. 다만 이런 도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유통기한이 길지 않죠. 박사랑 소설은 현실의 핍진함을 덤덤하게 그려놓고, 그로부터 해방되는 세계가 있습니다. 그 세계는 메타적이고 알레고리화되는 경향이 있죠. 이것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언젠가 이 알레고리라는 ‘고리’를 끊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컨대 「울음터」에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빌려온 “아, 참 좋은 울음터다. 한바탕 울어볼 만하구나”(191면)라는 문장이 등장하는데, 이 작품은 인용을 빼고서도 충분히 굳건하거든요.

 

한영인 말씀하신 관념성과 연결될 수도 있는데, 학교 다닐 때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쓴 소설은 아니라고 할 때 이 소설집에 달린 각주들은 한편으로 작가의 경험이 협소함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순수했던 과거를 구성하는 텍스트들로 기능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무매개적으로 낭만화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어요.

 

김성중

김성중

김성중 국문과 전공서적이라기보다 국어교과서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교과서적인 풍경을 현실의 젊은 남녀 위에 띄워놓은 것이지요. 이것은 ‘다시 읽기’보다 지금 이 시간의 풍경 속에 이상이나 김승옥의 작품을 띄워놓고 덧대어 읽는 것으로 보입니다. 「#권태_이상」에서 스포츠카를 몰고 시골 할머니 집에 온 ‘나’는 이상의 수필을 떠올리는데 결국 끝에 이르러서 “이상은 다르지 않을 내일에 오들오들 떨었지만 나는 내일이 달라질까 오들오들 떨었다”(31면)는 문장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이러한 ‘번짐’이 어떻게 현실로 다시 환원될 것인가, 어떻게 인물에게 작용하는가 하는 지점에서 머뭇거리게 됩니다. 관념적이고 일시적인 환기구 이상이 될 수 있을까 싶거든요. 물론 그 환기구에서 새롭게 불어오는 공기도 있겠지만요.

 

박소란 말씀하신 것처럼 박사랑은 책, 특히 고전 텍스트를 통해 현실을 되비추고 과거와 비교했을 때 오늘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음을 강조합니다. 한편 책이라는 장치는 일상에 지친 이들이 기묘하고 환상적인 사건으로 빠져드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도 활용되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바람의 책」 「이야기 속으로」 「어제의 콘스탄체」 「사자의 침대」 「히어로 열전」 등 다수 작품이 유사한 스토리라인을 취한 듯해요. 작품들이 일정 부분 패턴화되어 있다는 인상이 들어요. 때로는 메시지를 너무 쉽게 드러내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러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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