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

 

일상을 포착하는 내밀한 시선

영화 「오! 수정」

 

 

백문임 白文任

영화평론가. 연세대 강사

 

 

홍상수(洪尙秀)의 세번째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와 관심을 모은 「오! 수정」은 의외로 매우 코믹하고 극적 집중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일상의 이율배반과 지리멸렬을 보아내는 시선은 전혀 무뎌지지 않았지만, 그 일상의 곳곳을 메우는 어떤 감응 내지 공감의 에너지마저 포착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성급한 평자들은 에릭 로메르(Eric Rohmer)나 압바스 끼아로스따미(Abbas Kiarostami)의 여유와 유머를 홍상수의 미래 작품들에서 점쳐보기도 한다. 이웃의 아주 작은 얘기들을 둘러보는 세심함, 그리고 얼핏 아귀가 맞지 않는 삶의 표면들을 편안하게 웃으며 관조하는 여유. 그렇다면 「오! 수정」은 홍상수의 미미하지만 중요한 전환의 징후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2개월간에 걸친 남녀의 연애담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들이 최초의 육체관계를 맺기 직전의 순간에 서사가 시작되어 이들이 처음 만나던 날로 플래시백되면서 그간의 만남에 대한 각자의 기억이 재구성된 후 다시 서사가 진전되는 영화이다. 독특한 것이 있다면 지난 2개월간의 만남에 대한 남녀의 기억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은 술자리에서의 대화내용이나 좁은 골목길에 함께 들어갔던 대상, 키스할 때 바닥에 떨어졌던 물건 등등에 대한 기억의 사소한 어긋남이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고 접근하기 시작하는 동기 또는 태도에 대한 기억의 어긋남이기도 하다. 이 어긋난 기억 속에서 때로는 상대방에게는 숨기고 있는, 다른 이성과의 미묘한 관계가 포착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어긋남들은 이들의 연애를 위선적이거나 가증스러운 것으로 만들 만큼 위력적이지는 않다. 우리 누구나가 조금씩은 기억의 착오와 악의 없는 거짓포즈를 지니고 살듯이, 이들도 그렇고 그런 연애관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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