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상의 생활정치, 마을민주주의
김영배 金永培
서울시 성북구청장, 전국자치분권개헌 추진본부 상임대표,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저서 『동네 안에 국가 있다』 『작은 민주주의 사람의 마을』 등이 있음.
삶의 문제, 새로운 해결방식이 필요하다
모의시민의회를 열다
지난해 12월 16일 추운 겨울날, 성북구 평생학습관에서는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지방자치의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아파트 경비원 고용안정 방안 마련을 위한 성북 모의시민의회’가 열린 것이다. 참여한 주민 80명은 어떻게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해소해 경비원의 고용을 보장할지를 두고 토론했고 합의에 이르렀다. 지난겨울, 광화문광장 촛불의 열망과 열기가 시간과 공간을 이동해 일상의 공간인 마을에서 시민의 삶 속에 파고들어 생활민주주의를 일궈내고 직접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성북 모의시민의회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회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아파트 경비원 고용안정이 의안이었고, 아파트 경비원과 동대표, 관리소장 등의 증인 진술과 참고인 진술이 이어졌다. 1일 의회시민들은 정부 측 고용업무 담당자, 민주노총 조직국장, 성북구 동행(同幸) 아파트 설계자 등과 함께 토론을 거쳐 그동안 제시된 방안을 검토하고 바람직한 해법을 직접 결정하였다.
하루 동안 수십개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한 결과 경비원 업무조정 및 임금피크제, 아파트 관리 효율성 제고, 경비원 고용형태 변경, 관리비 인상 주민부담, 관련 고용법규 정비 및 한시적·차등적 정부지원, 감원 후 택배 및 재활용 등 단기적 고용, 무인시스템 도입 등 6가지 대안으로 집약되었다.
결국 최종권고안은 “경비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보장을 위해 경비원 근무형태(다양한 방식) 조정을 도모하도록 하고, 경비직 노동자 고용안정 위협의 보완대책에 대한 이해당사자인 아파트 주민의 인식과 공감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소통을 지원해야 한다”1는 내용으로 정리되었다. “주민회의가 없었더라면 귀도 기울이지 않았을 의견을 경청했고 그 배경에 놓인 애로를 이해했다. 최종권고안이 최선의 방책이 아니더라도 주민들은 일장 박수로 권고안을 채택했다. 사회적 합의는 이렇게 도출된다. (…) 공익과 사익의 균형을 찾고 갈등을 해결하는 민주적 기제다.”2 하루 종일 의견내용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토론하는 숙의(熟議)였고, 작지만 주민 스스로 직접 결정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경험의 장이었다.
서울 강남의 어느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이 전원 해고된 실태와 비교해볼 때 경비원들과의 공존을 위해 주민 스스로 시작한 동행(同幸)3의 가치가 운명공동체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주민자치를 마을민주주의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내 가슴 깊은 곳에 작은 울림이 있었다.
도시문제의 해결, 민주주의가 답이다
우리 사회는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영향과 소득양극화로 주민이 행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개인화된 주민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무관심하다. 결과적으로 지방정부와 주민 사이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고 주민참여는 형식화되었다.
시민단체 가입률을 보면 민주주의의 미시적 기초가 얼마나 허약한지 알 수 있다. 2016년 한국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시민단체 가입률은 6.4%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 성인의 80%, 스웨덴은 90%가 시민활동을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