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법은 근대성의 중요한 표지이다. 관습법과 같은 불문의 법 규범으로는 복잡해져가는 자본주의사회가 평화롭고 안전한 질서 속에 유지되도록 하는 데 한계를 가진다. 무엇보다도 법 규범의 예견가능성이 떨어지고 지배자의 자의(恣意)가 개입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근대화에 뒤처져 성문법제를 받아들인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가 어렵사리 이룩한 민주화의 뒤안길에서 때아닌 관습법의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홍역의 징후는 지난 10월 21일 헌법재판소가 국민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관습헌법의 이름으로 무효라고 선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