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자동화, 디지털 플랫폼 그리고 노동의 미래

 

 

전병유 田炳裕

한신대 교수, 경제학. 저서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정책과제』 『디지털경제와 일자리 창출』 『한국 경제 규칙 바꾸기』(공저) 등이 있음. bycheon@hs.ac.kr

 

 

첫번째 이야기: 과거의 자동화와 미래의 자동화

 

지금으로부터 구십년 전 전세계가 대공황으로 비관주의에 빠져 있을 때, 경제학자 케인즈(J. M. Keynes)는 「우리 후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 1930)이라는 낙관적 에세이를 썼다. 기술 혁신이 하루 3시간, 주당 15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면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고, ‘우리 안의 아담’(the old Adam in most of us), 즉 인간 본능을 충분히 만족시킬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케인즈의 걱정은 ‘기술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에 있었다. “노동의 새로운 용도를 찾기 전에 노동 자체를 줄이는 수단을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케인즈는 사회와 경제가 더 높은 생산성 수준으로 조정되면서 “부적절한 조정의 일시적 단계”가 오리라 걱정한 것이다.

버클리대학 교수인 들롱(J. B. DeLong)도 자본과 노동은 보완하는 것이 아니며 자본축적의 고도화는 상대적 과잉인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맑스(K. Marx)의 주장은 맑스 시대부터 지금까지는 틀린 것이었으나 다음 세기가 지나기 전에는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1 그러나 역사적으로 기술 혁신은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냈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인류의 생활수준을 높였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정설이다. 인간 활동의 자동화는 생산과정에서 오류를 줄이고 품질과 속도를 향상시켰으며 경우에 따라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인간 노동을 심화-확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자동화시대는 다르게 작동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플랫폼으로 구축되는 데이터 기반의 기술 혁신은 두뇌 작업의 자동화를 극적으로 가속화할 수도 있다. 자동화를 통해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면서 자본은 노동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고 있으며, 자동화 투자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는 미국의 경우에도 2006년 이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연 인공지능과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자동화는 이전과는 다른 특이점(singularity)을 가지는 것인가?

4차산업혁명에 대해 왈가왈부가 있지만, 이를 과거의 산업혁명과 굳이 구분 짓는 하나의 특징을 들라면 비트(bit, 최소 정보 단위)와 아톰(atom, 최소 물질 단위)의 결합, 온라인 정보세계와 오프라인 물질세계의 융합을 들 수 있겠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계학습 그리고 로봇공학의 발달로 인간은 새로운 자동화시대의 첨단을 맞이하게 되었다. 자동화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확산되는 중이고, 로봇이 조립라인을 떠나 당신의 지적 노동까지 떠맡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화와 노동에 관한 대표적 연구자인 레비(F. Levy)와 머네인(R. Murnane)은 2004년 실증 연구에서 컴퓨터는 규칙으로 쉽게 분류할 수 없는 패턴 인식 작업에서 인간에게 도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2 일상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구조화되지 않은 인지적·창조적 과제는 영원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인간은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는 폴라니의 역설(Polanyi’s Paradox)과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단순 반복 계산)을 컴퓨터가 더 잘하지만, 인간이 하기 쉬운 일(감각 감정 추론 판단)을 컴퓨터는 하기 어렵다’는 모라베크의 역설(Moravec’s Paradox)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상용화를 앞둔 자율주행차량에서 보듯이, 인지와 판단을 동시에 해내야 하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자동화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던 운전 같은 활동도 조금씩 기계로 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은 법조인과 의료인 등 자동화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여겨지던 광범위한 범주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기계의 인지능력이 확장됨에 따라 이른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영역조차 기계에 의해 침범당하면서, 인간은 최후 영역인 창의, 배려와 공감, 정치적 판단의 영역으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제2의 기계시대’의 자동화는 막강한 컴퓨팅 능력으로 기존의 자동화와 차별화된다. 오늘날의 인공지능을 뒷받침하는 기본 알고리즘 대부분은 이미 수십년 전에 개발되었지만, 당시의 능력으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컴퓨팅 능력의 거대한 도약은 인공지능 기술의 많은 문제들에 대해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는 인공지능을 더욱 강화해준다. 만물의 디지털화는 미래의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함으로써 인공지능의 힘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량은 시간당 약 2.5테라바이트의 정보를 생성한다. 빅데이터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도록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MIT의 에스모글루(D. Acemoglu)와 보스턴대학의 레스트레포(P. Restrepo)에 따르면 기술 혁신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

  1. J. Bradford DeLong, “Marx and Mechanical Turk,” Korea Herald 2014.4.4.
  2. Frank Levy and Richard J. Murnane, The New Division of Labor: How Computers are Creating the Next Job Market,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