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재보선 이후 진보진영의 전략적 과제

 

 

하승창 河勝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함께하는 시민행동 운영위원. 저서로 『하승창의 NGO이야기』 『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 등이 있음. chang@action.or.kr

 

 

1. 복합적 메씨지가 담긴 재보궐선거

 

4·29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참패로 마감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맨 으뜸의 자리를 차지한 메씨지는 이명박정부의 역주행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명한 경고이다. 그간 재보선의 경우 낮은 투표율이 특징이었는데, 이번에는 지난 총선에 버금갈 정도로 적극적인 투표 양상을 보였다.

마침 다가온 촛불시위 1주년에 맞추어, 진보진영은 경기도 교육감 선거의 승리와 한나라당의 재보선 패배에 힘입어 어느덧 훌쩍 100일을 넘겨버린 용산참사 문제를 해결하고 6월 국회에서 재격돌이 예상되는 미디어법 등‘MB악법’을 저지할 동력을 얻은 셈이다. 전멸에 가깝게 패배했음에도 이명박정부는 당장은 자기 노선을 수정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청와대의 반응도 지역선거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한나라당도 당 사무총장을 경질하는 선에서 선거패배의 책임을 마무리하고 있다. 어쩌면 몇달에 걸친 촛불시위를 겪고 나서도 변하지 않은 노선이 한번의 보궐선거 패배로 바뀌리라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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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중앙선관위

 

민주당은 수도권의 부평(을) 국회의원 선거와 시흥시장 선거의 승리에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이번 선거의 승리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그들이 패자가 아님은 분명하다. 격전지인 수도권에서의 승리는 이명박정부에 대항할 집단으로 유권자들이 민주당이라는 제1야당을 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남에서의 패배는 유권자들이 여전히 민주당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무투표당선 지역을 제외하고 민주당은 사실상 호남 전지역에서 패배를 기록했다. 현실적으로 호남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소속과 민주노동당 후보의 당선은 현재의 민주당이 향후 한나라당의‘대안’으로서는 여전히 미덥지 않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울산에서의 진보신당 승리에는 분열된 진보정당이 아니라 연합이든 통합이든 하나의 세력으로 나서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메씨지가 분명하게 담겨 있다. 또한 시흥시장 선거에 나선 민주노동당·진보신당·시민진영 연합후보의 패배는 현상태에서 민주당을 배제한 연합으로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해준 셈이다.

유권자들이 신뢰할 만한 대안이 없다는 메씨지를 던지면서도 한나라당에 전패를 안겨준 것은 앞으로 반이명박전선이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또는 다른 진보세력에게 미래적 비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될 것임을 말해준다. 동시에 촛불에서 확인한 기존 정당과 정치집단에 대한 불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이번 선거의 결과인 셈이다.

 

 

2. 중첩된 변화와 진보진영의 상태

 

결국 이번 선거 결과는 최근의 위기 앞에서 어느 세력에도 나라 다스리기의 책임을 맡길 수 없다는 유권자들의 메씨지라는 점에서 진보진영의 과제 또한 분명하게 해준 것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사회는 중첩된 변화의 시기에 있다. 첫째,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인터넷의 발전은 중세의 활자인쇄술의 발전에 비견할 만큼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근본적으로 뒤바꾸고 있다. 이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며 여전히 그 끝을 알기 어렵다. 언론재단의‘2008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이미 정보를 취하는 주요한 수단이 구미디어에서 인터넷으로 바뀌고 있으며, 그 신뢰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1. 언론수용자들이 꼽은 가장 영향력있는 매체는 KBS(31.6%) MBC(21.8%) 네이버(17.3%) 다음(4.1%) 조선일보(4.0%) 등이며, 신뢰하는 매체 역시 KBS(30.1%)에 이어 MBC(21.3%) 네이버(13.7%) 조선일보(5.2%) 다음(3.3%)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29세 이하 층에서 신뢰하는 매체는 네이버(27.5%) MBC(20.3%) KBS(19.8%) 기타(6.2%) 다음(5.2%) 조선일보(2.9%) SBS(3.0%) 순으로 나타나 젊은층일수록 인터넷에서 획득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가 높음을 알 수 있다.‘200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한국언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