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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덕 金姸德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2학년. 1995년생.

elfy95@naver.com

 

 

 

재와 사랑의 미래

 

 

우리는 나란히 누워 천장에 길게 난 유리를, 그 위로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을 잡고 눈을 감고 반쯤 잠들어, 그간의 어떤 오후보다 사이가 좋게.

스스로 망가뜨린 기억도 잊을 수 있게.

 

나는 고개를 돌려 네가 움켜쥔 이불을 보고. 늘어나는 구석을 그대로 둔다. 네가 싸우는 싸움을 다 알 수는 없다.

 

가루가 날린다. 바닥이 기운다. 마른 잎이 하나씩 바스러진다.

 

굳게 잠긴 문고리를 흔드는 바람. 깨우는 사람도 없는데 숲이 환하다.

 

정했던 마음은 왜 실내에서 금방 녹을까. 지속되는 운동은 왜 밖에 있을까. 되뇔수록 어제들은 가벼워진다.

 

완전한 암흑에서만 떠다니는 먼지가 있어. 꼬리가 타야 단단해지는 대기가 있어. 너는 휴지를 뭉쳐 운석들 간의 충돌을 설명하고. 나는 태아처럼 웅크린 채 그걸 듣는다. 일어난 적 없는 일이 서서히 부풀다 빛에 싸여 부식되는 순간을 본다.

 

뒤척여도 같은 색을 띠는 얼굴들.

 

부서지는 온도를 짐작하지 못한다.

 

가까스로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있을 때

가지런한 사물들은 어두워지고.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걸어보다가 선반과 벽 사이에서 번지게 된다.

 

만져보기 전에 모두 스미게 된다.

 

눈을 뜨면 가지보다 낮아진 하늘. 어떤 균열도 소리도 없이 창이 깨진다.

 

맞잡은 손 바깥으로 잎이 모인다.

 

대폭발은 책에서나 보던 단어라 종말이란 말도 그저 농담 같구나.

 

 

 

솟는 이마. 열리는 문. 흐르는 햇살. 지나간 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너의 옆에서 여전하게 자라나는 손톱을 본다.

 

함께 보낸 시절들을 돌이켜본다.

 

숨과 숨을 비껴가는 투명한 고리. 걸어볼 수 있을 만큼 둥글고 크다.

함께 만든 먼지가 달라붙는다.

 

생명은 가끔 끔찍하고 거짓말 같아. 나부끼는 옷깃에도 티브이에도 희망에도 유리에 베인 살갗에도 깃들어 있다.

“수고했어, 처음부터 기다리느라……” 미안해하는 너에게도 남아 있는 것.

 

무감과 무연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예감할 수 없는 빛 속에서 나는 웃는다.

 

마지막은 왜 드라마 같은 느낌을 줄까.

정리될 의지는 누구부터 가지는 걸까.

 

창틀처럼 딱딱하고 무표정한 시간이 우리의 마음을 관통해 지나가고 있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방과 입술들. 그대로 두면 튀어오르는 몇마디 말들.

 

좋은 것만 떠오르는 하루가 있지. 어제의 수치도 배경처럼 느껴지는 오후가 있다. 그런 날엔 할 말부터 잃어버리지. 쓰레기통에 가득 찬 운석을 들여다보며 이곳은 참 좁구나 생각하다가. 내가 버린 것을 꺼내 펼치고 나면, 내일이 또 올 것처럼 휴지를 산다. 동그랗게 뭉친 말을 굴려도 본다.

 

해가 지면 멀어지는 것들이 있다. 손대지 않아도 갈라지는 구름이 있다.

 

고리가 다 끊어지면 무엇을 할까. 국수를 넣고 멸칫국물을 마시고 싶다. 투명해지는 얼굴을 감추고 싶다.

 

방치할수록 조금씩 커지는 감정.

 

돌아누워도 움직이는 등을 안는다.

 

 

 

세계의 끝은 나뭇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점으로도 선으로도 같이 꾸는 꿈으로도. 물이 끓는 시간처럼 정해진 게 아니다.

 

불붙은 가지 위로 박히는 조각.

 

국수를 삶다 한줌을 더 넣어본다. 부족하진 않지만 남기고 싶어. 냄비가 넘쳐흐른대도 만들고 싶다. 완성되는 맛은 낭비. 그리고 온기.

 

남은 빛은 티브이에서 보도해준다. 커다란 집에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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