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통신

 

재일 조선학교

탈분단시대의 대안교육 현장

 

 

정병호 鄭炳浩

한양대 교수, 문화인류학. 공저로 『북한의 식량문제 실태와 대책』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문화와 국가경쟁력』 『함께 크는 우리 아이』 등이 있음. bhchung@hanyang.ac.kr

 

 

“김일성 대원수님 고맙습니다!”

일본의 웬만한 대도시에서 전철을 타고 가다보면 차창 밖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빨간 한글 간판이 눈에 뜨일 때가 많았다. 재일 조선학교이다. 다른 일본학교들과 별로 구별되지 않는 평범한 학교건물 옥상에 바로 얼마 전까지 보란 듯 세워놓았었다. 분단시대를 살아온 남한사람으로서는 그런 글자를 유심히 읽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닐까 염려될 정도로 자극적인 간판이었다.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궁금증 때문에 그런 학교 문앞에서 어정거리면 끌려들어간다고도 했고, 그 안을 구경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남한사회가 민주화되고, 남북정상회담까지 하게 되어 비로소 남한의 평범한 학자도 그 안에 들어가볼 수 있게 되었다. 반갑게 우리말로 맞아주어 오히려 이쪽의 긴장감이 어색할 지경이었다. 아이들이 공부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자랑스레 보여주어 교실 안까지 들어가보니, 김일성·김정일 사진과 각종 구호가 적힌 환경 구성물들 때문에 북한 교실에 무심코 발을 들인 것 같아 다시금 불안해졌다. 막 소년단 모임을 마친 아이들은 빨간 스카프를 휘날리며 달리다가 낯선 손님과 마주치니 반듯이 서서 “안녕하십니까” 또박또박 우리말로 인사를 한다.

 

토오꾜오 고급학교 게시판 포스터

토오꾜오 고급학교 게시판 포스터

 

이런 학교가 지난 반세기 동안 일본사회 안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졸업생이 지금까지 모두 1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현재도 유치원에서 초·중·고, 대학까지 120여개 학교에 1만5천명 정도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이는 재일동포사회 전체 취학연령 인구 중 약 10% 정도를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학생들의 부모 중 30% 이상이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다.

이들 재일 조선학교는 일본의 문부성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학교가 아니다. 따라서 졸업을 해도 학력 인정이 안되고, 일본에서는 의무교육인 초·중등 과정도 무상이 아니라 따로 학비를 내야 한다. 교육내용도 일본학교와는 아주 다른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학교에 어떤 부모가 자기 자식들을 보내나? 왜 보내나? 학생들은 그곳에서 무얼 배우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나? 또한 이곳의 교사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오늘날 일본사회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다. 물론 남북한 주류사회 구성원들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일본은 단일민족국가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획일적 국민교육을 강조해온 사회이다. 중앙이 통제하는 교육제도의 틀 안에서 학교와 교사 그리고 교과서 내용까지 철저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서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문화가 폭넓게 일상화되어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차별받는 소수민족이 스스로를 교육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은 더욱 필요하고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재일 조선학교같이 눈에 띄는 공식(formal) 교육기관을 전국적으로 설립하고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한 일이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나?

일본 내에 최초로 대규모 민족교육체제가 만들어진 것은 해방 직후였다. 처음부터 빼앗긴 말과 글 그리고 이름을 되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는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강제된 일본어 사용과 창씨개명 등 문화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고, 당시 일본으로 끌려온 대다수 동포들은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로서 민족교육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조국의 분단과 정세 불안정으로 아직 상당수의 동포들이 귀국하지 못하고 있을 때 모든 민족학교들을 일본의 의무교육체제로 편입시키라는 미국 점령군의 불합리한 명령이 내려졌고, 이에 저항하다가 대부분의 민족교육현장들이 폐쇄되는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이때의 치열한 집단적 저항의 성과로 오오사까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일본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민족학급이란 특별반 교육이 가능하게 되어 현재도 170여개의 민족학급에서 3천여명의 어린이들이 민족정체성 교육을 받고 있다.

한편, 미군의 학교 폐쇄령에 저항하는 민족교육투쟁을 통해 더욱 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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