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장편소설을 말하다

 

전국의 조교들은 단결하라!

이기호│소설집『최순덕 성령충만기』『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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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어려운 과제를 내줬다. 장편이 침체되었다, 이유는 뭐냐? 장편 집필할 환경은 어떠냐, 의미있게 읽은 장편은 어떤 것이 있느냐, 일본소설에 대해선 어찌 생각하느냐, 장편의 장르적 특성은 무어라 생각하느냐 등등. 사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뻔하다. 답이 뻔하다는 것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나, 과제를 내준 편집인들이나, 모두 다 알고 있는 사항이다. 다 알면서도 모른 척, 이 글을 읽고, 과제를 내준다. 그리고 나 또한 아이고 그렇게 어려운 글을 제가 어떻게 써요, 엄살을 잔뜩 떨며 청탁을 받아들였다. 그러니, 이건 뭔가? 모두가 알면서도 모른 척 멀뚱멀뚱 시치미 떼고 있는 상황.‘시치미’의 카르텔. 어쩌면 문제는 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바로 그‘시치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듯하다.

 

2

 

시치미를 떼고, 나는 먼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처음 내게 그 문제에 대해 얘기해준 사람은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 동기였다.

“레이먼드 카버 형님이 말씀하시길, 장편소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의미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일 때에만 비로소 존재이유를 지닐 수 있는 장르라고 하셨지. 합리성이나 인과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야.”

“카버 형? 그 형은 단편만 썼잖아? 그런 형 말을 어떻게 믿어?”

나는 레이먼드 카버가 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