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지 尹慧智

202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parrhe@naver.com

 

 

 

전전 역

 

 

추웠으므로

 

설산을 생각했다

 

눈의 원형이 고스란히 남은

산기슭 곳곳

 

묻혀 있는 게 많았다

 

걸친 것을 모조리 벗고

언 입으로 말했다

 

아버지

더워요

 

쪄 죽을 것 같아요 어떻게 좀 해봐요

제발

 

가짜 더위야

체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도리어 열이 펄펄 나는 것 같다고

 

몸에 붙어 이야기해주는 게 있었다

 

그냥

보풀인 줄 알았는데

 

미세한 갈고리였다 갈고리들

다닥다닥

추운 사람의 표면에 꽂혔다

떨어졌다

 

떨어져서 나쁜 게 묻으면요?

이를테면 아주 작정하고 나쁜 거

그건

 

후후 불고 먹으면 된다

먹어도 돼

안 죽어

 

나는 용케 살아서

 

손잡이를 잡고 노란 안전선 안쪽에 서서

걷거나 뛰지도 않아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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