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창비신인평론상 심사평

 

11회를 맞이한 창비신인평론상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을 뽑지 못하였다. 작년에 이어 수상자의 이름을 공란으로 남겨두기로 한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다. 기성 평론가들과 다른 독창적인 작품읽기를 보여주는 신인을 발굴하고 싶었다. 더불어, 변화한 문학적 지형도에서 창비가 새롭게 주목해야 할 비평적 성과가 무엇인지를 신예 비평가의 목소리에서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번 신인상 응모작들에서는 나름대로의 열정과 고민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신인의 고유한 개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창작과비평』지의 비평적 성격을 경직된 관점으로 읽어낸 후 이에 기대어 작가와 작품을 상투적인 주제어로 재단한 글들이 많은 것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다가왔다. 심사위원들은 여러차례의 논의를 거쳐 신인 배출을 다음 기회로 미루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심사위원들은 10월 1일 1차모임에서 응모작 중 5편을 추려냈고 10월 4일에는 그중에서 2편을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김만석의 「보는 것에서 어루만짐으로: 이정록론」은 근대적인 시간체험과 주체의식의 극복이라는 문제의식으로 이정록의 시를 분석한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시 해석의 이론적 논거를 과도하게 노출하는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잘 읽히지 않는 개념어 중심의 비문도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함께 투고된 「새로운 수사학과 마조히즘의 윤리: 김유정론」 역시 이론적 틀에 작품이 장악당하는 유사한 문제를 드러냈다.

황석영의 『심청』과 김영하의 『검은 꽃』을 분석대상으로 다룬 이현석의 「외부에 대응하는 두 가지 방식」은 주제의 시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두 작품이 지닌 공간적 배경의 유사성이라는 공통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여 정작 두 작품이 주제의 측면에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데 소홀하였다.

2차 심사에서는 이 세 편을 제외한 두 사람의 응모작을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주명린의 「결혼, 미완의 서사」는 개별 작품의 스토리에 대한 재치있는 분석과 요약이 돋보이지만, 기본적으로 비평문의 형식에서 요구되는 주제의 통합성, 일관된 논리전개에서는 헛점을 많이 드러냈다. 이 글은 한강, 신경숙, 오정희, 은희경, 권지예, 전경린 등의 단편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는데 소재의 유사성만으로 이들을 한자리에서 거론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더불어 평문에서 언급된 ‘히스테리/미스테리’ 서사나 ‘대중적/급진적’ 페미니즘, ‘미시서사/거대서사’의 개념 역시 모호하다. 여성작가와 작품에 접근하는 해석방식으로 육체의 상상력과 히스테리 개념이 유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비평적 주제로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문학사의 맥락에서 작품을 읽어내는 안목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박정선의 「지혜와 희망의 새 길: 백무산의 『길 밖의 길』론」은 최후까지 당선여부를 고심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어서 안타까움이 크다. 정돈된 구성과 안정된 문장, 일목요연하게 논의를 정리하고 전개하는 힘은 이 평문의 돋보이는 미덕이었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이 글의 논점이 이분법적 시각에 기초하여 80년대와 90년대를 대립항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90년대 이래 노동과 자본의 모순은 삶의 현장에서 더욱 복잡다기한 형태로 발현되고 그것에 대응하는 문학전략 역시 ‘해방의 상상력’대 ‘부정의 상상력’이라는 이분법적 틀로는 설명되기 힘든 점이 있다. 또 백무산의 최근 시에 이르면 개체적 주체의 자기성찰이 시의 기조를 이루는 뚜렷한 변화가 눈에 띄는데 이러한 변화의 양상과 의미를 작품의 형식적인 특성과도 연관해 읽어내려는 시도가 부족하였다. 문학작품으로서 백무산의 시가 보여주는 최근의 변화 속에 시인 자신의 정치적·사상적 신념이 어떠한 방식으로 투영되는지를 모순과 충돌의 관점에서 읽어냈더라면 훨씬 더 입체적인 글이 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당선자를 내지는 못했으나 비평적 글쓰기를 향한 응모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신인상 심사과정은 의미있는 자리였다. 응모자들의 관심에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건필과 정진을 기원한다.

林洪培 韓基煜 白智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