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신인문학상

 

제3회 창비신인시인상 발표

 

 

우리 소설문학을 이끌어갈 참신하고 역량있는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본사가 제정한 창비신인소설상의 제3회 입선작이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선정되었음을 알립니다. 시상식은 11월 17일(금) 오후 6시 프레스쎈터 국제회의장에서 만해문학상·백석문학상·신동엽창작기금·창비신인평론상과 함께 열립니다.

 

 

가작  김지우 단편소설 「눈길」

 

2000년 10월

(주)창작과비평사 

 

 

 

 

심사평

 

 

응모 편수는 총 576편으로 예년과 비슷했다. 그러나 질적 수준은 전체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인소설상이 이렇게 흉작을 면치 못한 것은 그만큼 응모자들의 문학적 열정과 수련이 부족하다는 뜻일 것이다. 예선을 통과한 작품들의 문장 됨됨이는 그런대로 사줄 만했지만, 소재·주제의 선택에서 신인다운 기백이 부족했다. 새로운 개성을 무기로 기성의 문학을 수정하거나 전복하려는 열정이 미흡하다는 말이다.

재능이 돋보이는 몇몇 응모자들이 아직도 채만식류의 작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입담 재간 하나로 소설을 만들고 있는 걸 보고 적잖이 실망했다. 그 입담이 도시의 자본주의적 삶에 대응하는 것이라면 의미가 작지 않겠지만, 이미 낡아버린 농촌정서에 기반을 둔 것이어서 문제가 된다. 아직도 한국문학은 자본주의의 상품문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형식과 언어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딜레마는 응모작품들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소비향락적 상품문화에 영합한 경박한 언어들, 무슨 의미를 담기에는 너무도 가벼운 언어들…… 영합이 아닌 반성·비판·부정의 언어, 그러한 언어의 예술적 승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기성의 몇몇 재능있는 젊은 작가들이 도시를 외면한 채 농촌정서에 의지하여 작품을 생산하는 것을 봐도, 그러한 언어의 획득이 얼마나 어려운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도시 위주로 형성되어 있는 현실에서 문학이 도시를 외면한다면, 이는 자기모순일 수밖에 없다.

예심위원(손경목·공지영·진정석·방민호·백지연)의 심사를 거쳐 본심에 진출한 작품은 「호나우두의 꿈」(김연화) 「전사」(이우) 「선산 가는 길」(방진석) 「맞불」(이경아) 「소멸」(김미숙) 「눈길」(김지우) 등 여섯 편이었다. 본심위원은 그것들을 꼼꼼히 읽고 숙고한 끝에 「전사」와 「눈길」 두 편을 골라 서로 경합시켜보았다.  

‘매일매일 너의 존재를 증명하라’는 강요된 모토 아래 혹시 도태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사원들의 심적 억압상태를 연수활동의 일환인 써바이벌게임을 통해 드러낸 「전사」는 그 예사롭지 않은 발상과 도시적 감수성은 칭찬받을 만했으나, 소설의 뒷마무리가 허술한 것이 결정적인 흠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눈길」은 이른바 농촌정서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능수능란하게 구사되는 남도 사투리의 구수한 맛과, 그러한 토속어에 실려 교류되는 밑바닥 인생들의 풋풋한 인심 묘사는 이 작품을 다른 어느 것보다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사투리가 지나치게 남발되어 지문에까지 넘쳐나고, 허장성세의 표현이 적잖은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바, 이 작품을 당선작 대신 가작으로 삼게 되었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참다운 도시적 감수성을 이번에도 만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玄基榮  崔元植〕

 

110-273
김지우 (金智雨)
1963년 전북 전주 출생.
1986년 전북대 국문학과 졸업.

 

 

 

수상소감

 

 

17년 전, 10월 30일이었습니다. 대여섯시 무렵이라고는 하나 이미 해는 넘어가고 상당히 어둑신할 때였습니다. 우연히 길도 없는 길을 걷고 있는 한 아버지와 아들을 보았습니다. 몹시도 작고 초라하고 어설픈 행색의 그 부자는 놀랍게도 위봉폭포 옆의 벼랑길을 아슬아슬하게 질러가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발길에 놀란 돌멩이가 마구 굴러떨어지는 길, 죽을 마음이 아니면 도저히 갈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태연히 걸어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조심스레 한발을 내딛고 손을 내밀면 예닐곱살 된 아들아이가 그 손을 붙잡고 차근하게 내려서고, 그러고 나면 다시 아버지가 또 한발을 내딛고.

그날 밤 그 산중엔 첫서리가 내렸습니다. 오리털 파카를 입고, 모닥불을 피우고, 추위막이 술을 마셨어도 부들부들 떨렸지요. 한데 그들은 겨우 얇은 점퍼 한장씩을 걸쳤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내내 눈에 밟혔습니다. 어디선가 덜덜 떨고 있을 아이에게로 달려가 파카를 벗어주고 그 아이의 엄마가 되어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날 밤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그 가슴아픔이 제 글 속 인물들과 눈길을 걷게 했습니다.

전주 기전여고 김환생 선생님, 얼마나 감사드려야 할지요. 정수남 선생님, 고맙습니다. 함께 공부했던 글친구들, 눈과 마음을 틔워준 사람들, 가족들, 모두 생각났지요. 제 글 속의 인물들을 밖으로 불러내어주신 현기영·최원식 선생님, 창작과비평사 여러 선생님들께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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