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경위

 

 

 

만해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올해 예심위원으로 김성규 송종원 장이지(이상 시 부문) 강경석 차미령 천운영(이상 소설 부문) 백영경 이남주(이상 비문예 부문)를 위촉했다. 예심위원들은 만해문학상 운영규정에 따라 등단 10년 이상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이의 최근 2년간(2018년 5월 31일까지) 출간된 한국어로 된 문학적 업적을 대상으로 예심을 진행하였다. 각 부문별로 진행한 예심회의에서 논의 끝에 아래와 같이 시집 6종, 소설 6종, 비문예물 3종(총 15종)을 본심 진출작으로 선정했다.

김용택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해자 『해자네 점집』, 문태준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신경림 외 『검은 돌 숨비소리』, 이원 『사랑은 탄생하라』, 장석남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이상 시), 김애란 『바깥은 여름』, 안재성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이기호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정미경 『새벽까지 희미하게』, 조해진 『빛의 호위』, 편혜영 『죽은 자로 하여금』(이상 소설), 이삼성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최규석 만화 『송곳 1~6』, 현민 『감옥의 몽상』(이상 비문예).

마찬가지로 만해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위촉한 4인의 본심위원들은 8월 3일 1차 본심을 열고 총 15편의 본심 진출작을 대상으로 한 심사에서 앞의 발표문에 나온 대로 시집 3종, 소설 4종을 ‘최종심 대상작’으로 결정했다. 만해문학상은 2016년에 개편된 방식에 따라 최종심인 2차 본심에서 수상작(상금 3천만원)을 선정한다. 아울러 본상과 다른 장르의 작품에 특별상(1천만원)을 수여할 수 있다. 9월 중순의 2차 본심(최종심)을 거쳐 10월 초 2018년 만해문학상 수상작이 결정되며 본심위원 명단 및 자세한 심사평은 『창작과비평』 2018년 겨울호에 발표된다.

최종심 대상작 7편에 대한 예심평은 다음과 같다.

 

 

33회_만해문학상_최종심후보

 

 

최종심 대상작 예심평

 

 

시 부문

김해자의 『해자네 점집』은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한 시집이다. 시인은 고통과 수난으로 얼룩진 사람들의 삶을 꾸밈없이 그려낸다. 이 시집은 가난과 상처로 내몰린 사람들의 삶을 징그럽게도 날카롭게 묘파하며 무엇이 그들의 삶을 그렇게 망쳐놓았는지를 추궁하고 되묻는 시적 실천을 행한다. 시집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사람 냄새의 대부분은 고통과 수난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인간의 위엄을 지켜내며 사는 어질고 인정 어린 사람들의 형상으로부터 나온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시인은 사람살이와 사회의 진실을 발견한다.

이원의 『사랑은 탄생하라』는 슬픔을 온전히 거두어들이기 위해 애쓴 흔적이 가득한 시집이다. 그 슬픔의 목록이 무엇이라고 특정하기는 힘들지만 확실한 점은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회피할 수 없는 슬픔의 사건(세월호)이 용해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시집은 슬픔으로 인해 무릎이 꺾인 사람이 다시 제 힘으로 일어서는 과정을 곡진하면서도 과장된 감정의 누설 없이 그려낸다. 제 힘으로 일어선다고 말했지만 고통에 빠진 사람의 손을 마주 잡아주는 사람의 감각 또한 시집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힘을 모아 슬픔을 극복한다’는 말이 어떤 감각과 상상력에 기댈 수 있는지 이 시집은 증언한다.

장석남의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는 결국 시란, 인생이란, 질문 없는 답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초기작부터 서정시가 지닌 여백의 미, 언어의 즉물성을 잘 살려왔던 시인은 계속해서 시란 무엇이고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소박한 방식으로 물어왔다. 소박한 허무주의라고 말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장석남의 시에는 한국문학이 가져보지 못한 자율성이 있다. 도덕을 강요하지 않고 자유로우며 억압이 없다. 여기엔 개인의 미적 각성이 세상의 많은 것을 구원한다는 믿음과 아름다움,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바로 이 위태로움 속에 이 시집의 아름다움이 있다.

 

소설 부문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은 바깥의 편견에 굴하지 않고 자존과 자긍을 잃지 않던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의 작가가 바라본 동시대 한국의 풍경이다. 2010년대 중반 한국사회의 마음을 앓고 있는 책이자, 그 마음을 살피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입동」으로 시작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로 끝나는 단편들의 배치가 의미심장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비통한 사람들, 그 무너진 마음들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은 일견 무력해 보이지만, 마침내는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케테 콜비츠)는 절박한 호소이자 명령이 되어 독자에게 돌아온다. 방관, 혐오, 폭력 등 바깥의 현실과 마주하며, 사랑과 책임, 이해와 용서에 대한 이 책의 질문들이 비수처럼 다가오는 것은 바로 그 울림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안재성의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는 한국전쟁기 평양에서 인민군 영남지역 교육위원으로 파견된 정찬우의 일대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안재성이 아니었다면, 촉망받는 청년 교육자로서 전쟁의 포연에 휘말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전쟁포로가 되어 천신만고를 겪은 정찬우의 생애는 역사의 지층에 영영 묻혀 있었을 것이다. 이념 대결이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어떻게 짓밟는지를 증언한 작품은 적지 않지만 실존인물의 방대한 체험수기를 바탕에 두되 이만한 실감으로 육박해 들어오는 작품은 흔치 않다. 이 작품이 분단체제의 새로운 전환점에 다다른 우리 앞에 도착한 것도 어쩌면 우연만은 아닐지 모른다.

정미경의 『새벽까지 희미하게』는 동시대 중간계층의 의식과 무의식을 그만큼 집요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묘파한 작가가 드물었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지난해 초 안타까운 부고가 전해진 이후로 우리는 더이상 그의 새 작품을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는 단순한 유고작이 아니다.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그는 ‘마지막’을 수습한 게 아니라 ‘새로운 처음’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해진은 『빛의 호위』에서 잘 고안된 소설적 장치들을 통해 서로 다른 공간을 겹치거나 서로 다른 시간을 포개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건한 태도로 존재의 문제를 다룬다. 수록된 소설들이 섬세하게 그려낸 인간의 지도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빛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기억하고 보존하려는 자취들이다. 역사적 폭력과 사회적 억압의 한가운데서 “살아 있다는 감각”으로 응결하는 빛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이 작가가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고, 그 빛으로부터 어둠을 다시 성찰하는 이 소설집은 작가가 그의 문학 여정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음을 뚜렷이 예감하게 한다.

강경석 김성규 백영경 송종원 이남주 장이지 차미령 천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