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경위

 

 

2020년 6월 5일 열린 신동엽창작기금 운영위원회에서는 김수이 손택수 한기욱을 제38회 신동엽문학상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신동엽문학상은 등단 10년 이하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이의 최근 2년간(2020년 5월 31일까지)의 한국어로 된 문학적 업적을 대상으로 하며, 시·소설·평론 각 부문에서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시와 소설은 단행본, 평론은 발표 원고 기준). 추천위원(창비의 시·소설 기획위와 『창작과비평』 상임위)들이 올린 총 18편의 후보작 가운데 아래와 같은 8편이 최종 심사대상이 되었다.

이정훈 『쏘가리, 호랑이』, 주민현 『킬트, 그리고 퀼트』, 황인찬 『사랑을 위한 되풀이』(이상 시), 김유담 『탬버린』, 박유리 『은희』(이상 소설), 김건형 「지금, 교차하는 퀴어 서사들이 여는 시간」, 전기화 「부풀어 오르는 모녀서사」, 한영인 「우리 이웃의 문학」(이상 평론).

심사위원들은 7월 23일 모임에서 장시간 토론을 펼친 끝에 이 시대 주체의 문제를 유연하게 천착하며 새로운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준 주민현 시집(문학동네 2020), 당대의 실제적인 삶을 직시하면서 고유의 리듬과 정동을 담아낸 김유담 소설집(창비 2020)을 제38회 신동엽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흔쾌히 합의했다.

 

 

 

심사평

 

 

김수이 문학평론가

‘코로나의 시간’이 된 2020년은 유독 많은 시련이 끊임없이 닥쳐오는 느낌이다. 신동엽이 열망한,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껍데기는 가라」)아 “울고 간 그의 영혼/들에 언덕에 피어”(「산에 언덕에」)나는 시간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일까. ‘아직 오지 않은’에 ‘이미 와 있는’을 겹쳐놓는 역설의 동시성이 더욱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강한 암시일까. 올해 신동엽문학상의 후보들은 문학 주체와 문학 행위에 대한 서술어들을 재확인하고 새롭게 찾는 시도들로 분주했다. 피로와 활기가 뒤섞이고 질문과 응답이 교차했다.

이정훈의 『쏘가리, 호랑이』는 신동엽 문학의 본령을 이어받은 시집이라고 할 만하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자연이 주는 원시의 생명력에 감응하면서도 인간이 훼손한 자연의 상처를 깊이 내면화하는 장면들은 시의 역할을 다시금 일깨운다. 그러나 특유의 농밀한 묘사의 흐름에 간혹 철학적 개념어와 메시지가 끼어들면서 시의 호흡이 다소 흐트러졌다. 이 작품과 함께 시에서 최종 경쟁작은 황인찬의 『사랑을 위한 되풀이』였다. 그동안 알려진 고요와 공백의 바깥에 있던, 이토록 투명한 고요와 공백…… 등단 10년차 황인찬은 이미 하나의 스타일을 형성했는데, 아쉽게도 그 스타일의 지속 혹은 반복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소설에서는 박유리의 첫 장편 『은희』에 대해 오래 이야기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수년간 취재한 기자가 사실들을 재구성한 소설적 상상력과 장치들이 우리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이 비극의 ‘당사자’임을 역설하고 있었다. 소설이 동시대의 ‘폭력과 야만’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를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뚜렷한데, 피해자이기에 심지어 가해자여야 했던 미연이 30년 만에 찾아간 원장 방인곤이 기억을 상실(?)한 탓에 계속 어긋나며 흩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이 특히 압권이다. 현재진행형의 역사적 사건을 다룬 중후한 장편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도 적지 않은데, 다만 완성도에 대한 평가에 이견이 있었다.

평론은 비평적 설계 능력과 작품에 대한 정교한 해석, 사안에 대한 균형감각 등에서 탁월한 작품들이 있었음에도 각기 장단점이 대비되어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주민현의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와 김유담의 소설집 『탬버린』은 모두 작가의 첫 책이다. 쉽게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심사위원들은 신뢰와 기대 속에 두분의 문학적 모험에 동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사랑을 조각보처럼 기워서 입고”(「네가 신이라면」) “내 인생이 진짜라는 느낌”(「복선과 은유」)을 향해 나아가는 주민현은 이 실감 부족의 취약한 세계를 살아가는(혹은 돌파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 온몸으로 배운 흥(興)의 감각이 세상으로부터 강요받은 자발성을 발산하는 동시에 부수는 ‘징글징글한’(「탬버린」) 기교의 미학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 김유담의 소설들은 깔끔하고 탄탄하다. 두분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눈부신 도약과 건승을 기원한다.

 

손택수 시인

문학에서 새로움은 그냥 타자가 아니라 언제나 가치 있는 타자라서 사회적 기억의 지층에 보존된 옛것과의 관계를 재구성함으로써 지속적인 운동성을 갖게 된다. 신동엽의 출사표라 할 수 있는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는 노래 대신 이야기를, 펜 대신 쟁기를, 별 대신 대지를 전경화함으로써 한국문학의 평면을 꿈틀거리게 했다. 그 대지 위로 솟은 풀잎들은 착근한 삶에 충실하면서도 미학적 모색을 포기 않는 역동성을 공유한다.

시 부문은 유이우와 황인찬의 낯선 감각에 매혹을 표하면서도 문학상의 성격을 보다 예각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정훈의 『쏘가리, 호랑이』와 주민현의 『킬트, 그리고 퀼트』로 압축하여 최종 논의를 하였다. 이정훈의 시는 가장 신동엽다운 시세계로 읽혔으나 설화적 세계와 근대적 삶을 날카롭게 병치하면서 오늘의 파편화된 삶을 엿보게 하는 흐름이 보다 자연스러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출간 전부터 기대를 모아온 주민현의 시는 첫눈에 압도적이었다. 특유의 생동하는 리듬과 사유의 치열함도 감탄스러운 데가 있었고, 무엇보다 구체적인 삶을 추상화시키는 세계에 대한 이의제기로서의 시가 늘 타자에게 자신을 개방하는 충동과 함께하고 있는 점이 미더웠다. 주민현 시인은 또한 사회의 메시지를 표 나게 따라 하지 않고도 언어 스스로 사회성을 발산하는, 우리 시로서는 매우 드문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시집 후반부의 편차에도 불구하고 수상에 선뜻 동의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소설 부문의 관심은 여러 고심 끝에 김유담의 『탬버린』과 박유리의 『은희』로 집중되었다. 먼저, 현장 기자로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직접 취재하면서 쓴 장편 『은희』는 문학제도의 입사 절차를 건너뛴 소설로서의 경이 못지않게 애써 장만한 미학적 장치들이 구석구석 덜컹거린다는 지적을 쉬 외면할 수 없었음을 밝혀둔다. 역사의 페이지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는 증인의 역할을 맡은 작가의 미래가 재현의 윤리와 관련하여 문학제도의 심층에서 보다 활기 있는 논의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상작 김유담 소설집은 단편소설의 미학을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표제작 「탬버린」은 작품 간 편차를 지울 만큼 오랜 여운을 남기는데, ‘징글징글한 삶’의 묵직한 질서를 흔들어서 공명하는 ‘징글벨’의 경쾌한 리듬으로부터 세속 사회를 관통하는 우리 시대 이야기의 힘에 깊은 신뢰감을 갖게 한다. 김유담을 통해 전형적인 가족로맨스가 낡은 것이 아니라 여전히 오고 있는 서사의 가능성이라는 걸 알게 된 것 또한 큰 소득이다.

평론에서 수상자를 내지 못하는 민망함을 누르고, 신동엽의 대지를 드넓게 열어가실 두분 수상자께 고마움과 축하를 전한다.

 

한기욱 문학평론가

촛불항쟁 이래 한국문학은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와 이야기, 그리고 그것에 담긴 새로운 발상과 어법, 정동에 주목해왔다. 주체 하나하나가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가운데 ‘나’들의 집합만이 아닌 ‘우리’ 역시 새롭게 갱신되어야 할 때다. 그렇기에 계급·젠더·세대·지역의 경계를 따라, 혹은 가로질러 표출되는 새 시대의 운동적 흐름을 중히 여기되 그 앞에서도 신동엽이 문학과 삶 앞에서 천명했던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라고 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되새기고자 한다.

최종심 시 부문 심사에서 중요하게 거론된 작품은 이정훈 황인찬 주민현의 시집이었다. 이정훈의 『쏘가리, 호랑이』에는 민중의 생활상과 오랜 노동의 감각이 배어 있는 한편으로, 펄펄 살아 있는 생물의 세계가 경계 없이 펼쳐져 전설의 호랑이조차 거할 넉넉한 자리를 마련한다. 이정훈의 시는 민중문학의 전통, 토착 언어, 새로운 정동이 교차하는 지점에 독특한 시세계를 만들어냈다. 이와 대조적으로 황인찬의 『사랑을 위한 되풀이』는 우리 당대의 도시적 삶, 특히 그 문화적이고 구성주의적인 측면에 촉이 닿아 있다. 그의 시가 지닌 참신한 발상과 설정, 구성되는 삶의 반복과 차이를 세련되게 보여주는 스타일의 매력은 부인하기 힘들다. 주민현의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의 빼어남은 여럿이지만 특히 우리 시대 주체의 문제를 유연하게 천착한 것을 높이 사고 싶다. 시인은 젠더·계급·지역 등의 경계로 찢겨진 사람들—분열된 자아들까지—이 각자의 색깔과 무늬를 간직한 채 ‘기워져,’ 알록달록한 ‘퀼트’ 같은 ‘우리’가 될 수 없을까 묻는 듯하다. 노동하는 사람의 생활감각과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이 배어 있고 세계와 타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순정함이 특별하다. 심사위원들은 세 시집을 놓고 치열한 논의를 벌인 끝에 주민현 시집을 수상작으로 뽑기로 했다.

소설 부문 최종심에선 박유리의 장편 『은희』와 김유담의 소설집 『탬버린』이 팽팽한 경쟁을 벌였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소설화한 『은희』는 감당하기 힘든 역사적 참사의 진실을 직시하고자 분투한 역작이다. 희생자와 가해자 양측의 인물들을 정성껏 형상화한 데다 극적인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은희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작품의 중앙에 배치한 듯하다. 그런데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서고자 하는 문학적 고투의 과정에서 시도되는 서사적 기법과 장치, 정동이 그리 혁신적이지는 못한 것 같다. 『탬버린』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가족관계, 학창 시절, 직장생활 등을 활달한 사실적 필치로 펼쳐 보인다. 김유담의 소설에는 데뷔작 「핀 캐리(pin carry)」에서 표제작 「탬버린」에 이르기까지 젠더, 계급, 지역의 문제가 가시처럼 아프게 들어박혀 있다. 특히 한국사회의 삶과 인간관계에서 지역의 요소가 얼마나 깊숙한 차별의 원천이 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세속적인 인물들의 속내가 무람없이 드러나는 등 거친 면도 눈에 띄지만 김유담 소설 고유의 활력은 우리 당대 사람들의 실제적인 삶을 직시하면서 그 고유의 리듬과 정동까지 살려놓는 본격 예술에서 나온다. 두 작품 모두 한국문학의 신선한 기운을 담아냈다는 데 동의하면서 『탬버린』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평론 부문에서는 최종심에 세편이 올랐다. 전기화의 평론은 모녀서사를 ‘역사화’할 것을 주문하면서 조남주 백수린 김유담의 소설을 저마다의 특성을 짚으면서 정치하게 분석한다. 한영인의 평론은 장류진 이주란 윤이형의 소설을 각각 ‘연극적 자아’ ‘자연인의 이념’ ‘소심인의 형상’ 같은 흥미로운 발상을 통해 적절하게 분석함으로써 비평적 묘미를 보여준다. 김건형의 평론은 퀴어 서사에 대한 본격 비평으로 주목할 만하며, 자신 있는 담론 전개에다 텍스트를 세밀하게 읽는 미덕도 갖추었다. 세 평론이 모두 상당한 미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으니, 특정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에 비해 큰 시야의 변혁담론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으며, 서구 진보담론에 기댄 비평이 지닐 수 있는 취약함에 대한 자각이 충분치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숙고 끝에 수상작을 내지 않고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

 

 

 

수상소감

 

‘우리’는 이미 강하다

 

 

주민현 朱民賢 1989년 서울 출생. 2017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 등이 있다.

 

 

7월 여름에,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 문학순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 4·3평화공원 일대와 4·3 유적지인 목시물굴 일대를 걸었습니다. 제주도민들이 학살당한 당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전히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보고 듣고 읽는다 해도 영원히 가닿지 못할, 체험하지 못할 어떤 시간과 마음들이 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말할 수 있으며, 무엇을 말해야만 할까. 요즘은 전보다 더 많은 고민과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n번방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으며, 문단 내 불공정한 관행과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쁘고 좋은 한편으로는 이 상의 의미가 한층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신동엽 시인의 시와 그의 시에 담긴 시대정신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 상의 의미를 무겁게 느끼며 더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게 됩니다.

다행히도 저는 시를 쓰면서 슬프고 괴로운 순간보다 기쁘고 즐거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받았고, 함께 글을 쓰고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아무리 써도 전혀 나아가는 것 같지 않은, 마치 처음 시작하는 것과 같은, 늘 질문이 필요한 이 고독한 작업을 함께하고 있는 이들이 곁에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저의 시를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계속 써올 수 있었습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함께 쓴다는 것의 의미를 요즘은 더 많이 생각합니다. 시를 쓰지 않았다면, 아마 그런 삶도 그런대로 괜찮았겠지만, 저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분들이 있어서 계속 다음 한편을 다시 쓸 용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어떤 시가 좋은 시인지, 어떤 시를 써야만 하는지, 그런 것은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시를 쓰면서 삶에 대해, 인간에 대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더 많은 질문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 고민과 생각을 계속해서 글쓰기로서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회의하고 절망하기보다는 더 열심히 말하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기 위해 제가 알고 있는 아주 강하고 멋진 이들을 떠올립니다. 각자의 개성 있는 목소리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펼치는 여성작가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마리 로랑생의 부드럽고도 강한 그림을, 주파수 도약 발명가였다는 헤디 라마의 이야기를, 남동생의 재능에 가려졌지만 500여편의 곡을 남긴 파니 멘델스존의 음악을 떠올립니다. 그러면 저도 저의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부끄럽게도 이런 단체를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대낮에도 전화를 거는 사람이 있고 새벽에도 전화를 받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화선을 타고 흐르고 있겠지요.

문학에 수신자와 발신자가 있다면, 제가 들어야 할 이야기와 제가 해야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보다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기꺼이 듣고 저의 이야기도 꺼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이제껏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좀더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함께 말하고 쓰는 이들이 모여서 조금씩 이제까지와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어 봅니다.

“미래의 여자들은 강하다”(「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펭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강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상소감

 

문학의 일

 

 

김유담 金裕潭 1983년 부산 출생.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탬버린』 등이 있다.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날은 올해 가장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이 연이어 찾아온 날이었다. 오전에 수상 소식을 전화로 들었을 때, 암 투병 중인 고향 친구를 떠올렸다. 조금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 친구에게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먼저 소식을 전해온 건 친구 쪽이었다. 나는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도 믿기지 않아, 전화기 너머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친구는 나의 첫 책 『탬버린』을 가장 좋아해준 독자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소설집을 묶으며 괴로운 마음이 앞섰다. 『탬버린』에 실린 8편의 소설이 그저 내게만 의미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그것을 책으로 내놓는다는 것에 약간은 회의적인 감정을 품기도 했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불안에 휩싸여 있던 내게 친구는 이건 우리의 이야기라며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었다. 고향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줘서 고맙다고, 유수의 문학상을 받은 그 어떤 소설보다 『탬버린』이 더 좋았다는 과찬까지 안겨주었다. 친구를 만나면 나 역시 큰 문학상을 받게 됐다고, 알고 보니 네가 소설 보는 안목이 좀 있는 모양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그를 조금 웃겨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름이 가기 전에 그를 한번 더 보러 가기로 한 약속은 이제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친구는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쳤다. 그는 늘 ‘학생’이 아니라 ‘제자’를 키운다고 했고, 투병기간 내내 제자들을 그리워했다. 세상을 떠나기 두달 전, 결과적으로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된 자리에서 친구가 세월호 이야기를 꺼냈다. 세월호참사 당시 밤마다 많이 울었다고, 본인이 그 배에 타고 제자들이 그 안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되풀이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그는 고백했다. 정작 자신에게 닥칠 비극은 예상하지 못한 채 그해 봄 내내 슬프고 미안한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는데, 그건 어쩌면 스스로 죽음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며 삶에 대해 겸손하지 못했다는 친구에게 나는 그렇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히려 그는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자신의 일처럼 가깝게 느꼈기에 오래 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소설과 문학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삶을 겪어보지 않는 한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의 고통과 아픔이 나와 멀지 않은 것이라 여기면서, 사람의 마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문학의 일에 가깝다고는 생각한다.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의 고통을,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에 자발적으로 서명했다는 말을 하면서 해맑게 웃어 보이던 친구의 마음을, 나는 모른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부족한 점은 부족하다고 고백하면서 정직하게 오래 쓰고 싶다.

큰 격려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나보다 더 기뻐해주는 가족들 덕분에 수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육아와 가사 노동에 시달리느라 창작할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는데, 상을 받게 되면서 그간의 토로가 엄살처럼 비칠까봐 걱정도 된다. 쓰는 일도, 사는 일도 만만치 않지만 씩씩하게 한걸음 더 내디뎌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