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조국사태, 대학입시 그리고 교육불평등

 

 

김종엽 金鍾曄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저서 『연대와 열광』 『에밀 뒤르켐을 위하여』 『분단체제와 87년체제』, 편서 『87년체제론』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80년대』 등이 있음.

jykim@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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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케이션 폭주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조국사태의 첫번째 변곡점, 즉 그런 폭주의 시작 지점은 검찰의 ‘공식적’ 개입이 아니라 그 이전에 있었던 조국 딸의 입시와 관련된 각종 의혹 제기였다. 그 이전의 이런저런 의혹들, 그러니까 조국의 시국사건 전력이나 그의 부모가 이사장이었던 사학재단 웅동학원 문제, 조국 동생 전처와 관련된 부동산 증여 문제 등은 조국도 여느 장관 후보자들과 크게 다른 사람은 못 된다는 실망을 주기는 했지만 그 때문에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평판이 형성되진 않았다. 하지만 딸의 대학입시와 관련된 의혹이 다수 터져나오자, 부정적 평판이 급속히 강화되었다. 이 평판 악화가 그후 불거진 사모펀드 문제를 해석하는 프레임이 된 것은 물론이고, 그 전에 제기된 의혹들도 부정적 프레임 속에 재편입시켰다. 그리고 검찰이 ‘자신감’을 가지고 개입할 수 있게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통상 어떤 프레임이 수용되면, 수용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자기강화적 속성을 띤다. 프레임을 일단 수용하고 나면, 사람들은 그 프레임 유지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기피한다. 왜냐하면 프레임을 정정하려면 자신이 판단력이 모자라거나 성급하게 판단 내리는 사람이라는 불편한 사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용한 프레임에 어긋나는 정보만 계속 접하면 그 프레임은 의심받고 버려질 것이다. 하지만 경합하는 정보들이 공급되면, 최초에 수용된 프레임은 지속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조국사태는 대단히 복잡한 현상이지만, 그것이 몇달간 우리 사회를 뒤덮게 된 계기는 조국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의 형성과 정착이었고, 그것의 핵심에는 입시 문제와 교육불평등이 놓여 있다. 이런 의제가 그토록 인화성이 높은 사회, 그것이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각자의 경험, 이기심, 자기정당화 욕구, 전략적 계산은 물론이고 공적 대의를 향한 열정마저 한꺼번에 불러들이고 소용돌이치게 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 사회이다. 조국사태는 조국의 사태일 뿐 아니라, 우리의 사태이기도 한 것이다.

 

 

2

 

지난 8월 중순경 나온 기사 가운데 「외고 → 고려대 → 의전원… 조국 딸, 필기시험은 한 번도 안 봤다」1가 있다. 그것은 자유한국당의 김진태 의원이 2019년 8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처음 했던 말인데, 거의 같은 따옴표 제목 기사가 여러 신문에 게재되었다. 김진태가 생각한 시험이 뭔지 모르겠지만, 정해진 시간 동안 문제를 풀고 그것에 따라 성적을 받는다는 의미라면 조국 딸이 한번도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는 그의 말은 거짓이다. 하지만 진위와 무관하게 이런 기사가 선동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 사회이다. 그런 말을 듣는 즉시 우리는 자신이 겪었던 중요한 시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그것을 준비하며 애썼던 힘겨운 시간과 시험의 결과로 겪은 영광 또는 비참을 되살려낸다. 그리고 그런 시험 없이 명문대와 의전원 입학을 거머쥐었다는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그 말을 한 김진태 의원이나 그 말을 받아쓴 여러 신문의 기자들이 대중을 선동하려는 의도를 가졌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그런 인식에 그들 자신이 이미 설득되고 분노한 상태였을 가능성이 크다. 무릇 뭔가 좋은 것을 가지려면, 시험을 잘 봐야 한다, 그런데 시험도 보지 않다니, 그것이 대학입시와 사법고시라는 두개의 시험으로 승승장구해온 국회의원과, 대학입시와 언론‘고시’ 잘 본 것이 그가 인생에서 이룬 많은 것의 토대였을 기자의 심리일 수 있다.

이렇게 대학입시는 우리 사회에서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깊은 곳에 파고들어 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우리 사회성원들은 입시와 관련된 일련의 인지적 편향을 갖게 된다. 가장 전형적인 것이 자신이 치른 입시를 정당화하려는 심리이다. 입시가 자원배분에 큰 영향을 발휘하는 사회에서 그것에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받는 보상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치른 입시를 ‘좋은’ 제도, 적어도 나름의 장점을 가진 제도로 기억한다. 예컨대 필자 세대가 치른 학력고사는 지금 주입식 교육의 원흉으로 비난받는 수능보다 훨씬 더 주입식 교육과 ‘잘 어울리는’ 시험이었다. 하지만 학력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서 좋다는 대학에 간 사람들은 주입식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는 것은 인정할지언정(그것도 쉽지 않은 정직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사고력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험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기능 면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고 믿는다. 이런 자기정당화 심리는 자녀의 입시에 과몰입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히 자식이 치른 입시에 대해서도 생겨날 것이다.

한영외고 졸업자(아니 모든 외고 졸업자)에게도, 고려대생(서울대생이나 연세대생)에게도, 그들의 학부모에게도, 조국 딸의 입시 의혹은 그들이 당연하게 느껴온 자부심의 원천이 함께 매도당하지 않을까 두려움을 자극하는 일이다.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조국 딸 입시가 화젯거리가 될 때마다 “우리 딸은 정시로 대학에 갔지만”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 않아도 될 말로 밑자락을 깔았던 동기는 뻔하다. 조국사태에 대한 내 논평이 내적인 정당화 동기에 의해 오염되지 않았음을 청자에게 환기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니 “논문 제1저자는 심했어”라거나 “강남 아줌마가 하는 건 다 했네”라는 비아냥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조국 딸의 입시의혹에서 자신과는 다른 어떤 과잉의 지표를 찾으려는 심리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이렇게 대학입시가 자아 정체성에까지 침투하는 사회에서는 자아-이미지 또는 자기 이익 같은 동기에 의해 편향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런 동기 없이도 단순히 자기 경험과 사회적 위치에 속박됨으로써 생기는 편향도 강력하다. 대입을 겪은 이들은 모두 자기가 겪은 입시제도를 잘 기억한다. 하지만 다른 시기의 입시제도는 잘 모른다. 물론 이러한 무지의 원인은 입시제도가 자주 변경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어떤 해는 수능을 두번 치르기도 했다는 것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해당년도 또는 그 어간에 대입을 치르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적이 있었느냐고 되묻는다.2 자기가 치른 해의 입시에 대한 강렬한 기억과 그외 다른 해의 입시에 대한 무지라는 비대칭적 인지 경향은 우리 사회 성원들의 일반적 특성이다.

이런 편향 때문에 웃음거리가 된 대표적 예가 자유한국당의 주광덕 의원이다. 그는 불법적으로 취득한 조국 딸의 학생부를 공개해서라도 그녀의 영어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폭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확신했던 것 같다. 하지만 외고에서 영어 내신성적 6등급일 때가 있었다는 사실이 영어실력이 형편없다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그는 외고 내신성적 실태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특목고 없던 시절에 고등학교를 다닌 자기 경험에 속박되면, 국회의원쯤 되는 사람도 얼마나 우스꽝스러워지는지 잘 보여준 예이다.

같은 유형의 인지적 편형이지만, 그 속내가 잘 드러나지 않은 것도 있다. 조국 딸의 입시와 관련해서 일부 서울대생이나 고려대생이 집회를 통해 격렬하게 비판한 일이 그것이다. 그들의 집회는 전략적인 면도 있고, 앞서 지적한 정당화 욕구에서 비롯되기도 했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집회 참여자 상당수가 심한 분노를 드러냈는데, 이를 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대나 고려대의 경우 현재 입학생의 대략 75%가 수시전형으로 합격했고, 수시전형의 대부분은 특기자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이므로 그들도 조국 딸처럼 이런저런 스펙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을 텐데, 그렇게 분노하는 이유를 얼핏 봐서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시기의 입시에 대한 우리의 전반적 무지를 생각하면, 그들의 태도를 일부 이해할 수 있다. 조국 딸은 2010학번이고, 군대를 다녀와서 더 나이 많은 학부생도 있겠지만,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대체로 2016~19학번이다. 그런데 이들과 조국 딸 시기의 입시 사이에는 일정한 변화가 있었다. 나중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명칭이 바뀐 입학사정관전형은 2008년에 시작되었다. 그런데 몇년 운영해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불거졌다. 대입전형의 종류가 너무 많고 복잡해서 학부모의 불만이 컸고, 학생부에 어떤 내용을 얼마나 기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명료하지 않아 학교나 학생별로 기록의 내용과 분량의 차이가 극심했다. 스펙에 제한이 없다보니 고교생이 정식 학술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이름을 올리거나 저서나 역서를 발간하고 해외 봉사활동 등에도 참여했는데, 그런 스펙을 쌓을 기회와 조건 면에서도 학교 및 학생 간 차이가 너무 심했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가 불러올 사회적 파장을 걱정하며, 2013년에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것에 입각해 대학별 전형 유형의 개수를 제한하고, 고등학교 외부에서 쌓은 스펙의 학생부 기재를 금지하고, 학생부 기록분량(글자수)을 통제하고 항목을 정돈했다. 그러므로 이런 제도 변경이 제대로 적용된 2015년 이후 입시를 치른 서울대나 고려대 학생들은 조국 딸의 단국대 의대 논문 제1저자 등재는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보일 것이다. 그들도 ‘소논문’을 쓰고 그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기도 했겠지만, 기본적으로 학교의 정규 프로그램을 경유해서 이루어진 일이다. 그런 시스템을 경유한 이들에게 조국 딸의 스펙은 이상하고, 어떤 과잉과 불공정의 징후로 보인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2008년에서 2015년까지의 입학사정관전형은 용납하기 어려운 ‘부정’으로 가득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제도가 또 한번 바뀐다면, 현재 학생부 기재 원칙에 맞춰 서울대나 고려대 학생들이 잔뜩 쌓아올렸던 교내 스펙들 또한 괴상한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아니 그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이 본다면, 지금도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2019년 서울대 입학생의 평균 봉사시간은 139시간이고 가장 사회봉사 시간이 많은 신입생은 489시간이라고 한다. 하루 4.89시간씩 100일을 했다는 얘기다. 신입생 평균 교내상 수상은 30개이고, 가장 상을 많이 받은 이는 108개에 이른다.3 이런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