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조명암, 시인과 작사가의 두 얼굴

이동순 엮음 『조명암 시전집』, 선 2003

 

 

강헌 姜憲

대중음악평론가. authodox@empal.com

 

 

묵직한 촉감으로 다가오는 조명암(趙鳴岩)의 시전집은 20세기 한반도를 살아냈던 예술 혹은 예술가의 하릴없는 운명의 포물선을 격렬하게 보여준다.

그는 모더니즘이 상륙하던 1930년대에 김기림과 동행했던 시인이면서 동시에 대중음악의 손꼽히는 작사가이기도 했다. 고급/저급으로 가르는 미성숙한 문화적 이분법이 식민지 지식인사회를 지배하던 시기에 조명암의 이같은 작업은 그 자체로 문제적이다. 그리고 그는 해방 후 저 치열한 해방공간에서 조선문학가동맹의 일원으로 숱한 극작활동과 연극무대로 뛰어들면서 일제말 「어머님 안심하소서」 「결사대의 아내」 같은 친일 국민가요의 노랫말을 썼던 자신의 부역행위를 극복하고자 몸부림쳤고, 분단이 고착화하는 1948년 월북하여 또다른 인생의 막을 연다. 하지만 그는 임화와 김남천 그리고 김순남 같은 친(親)박헌영 계열의 남로당계가 아니었음인지 그들과 같은 처참한 숙청의 고초를 겪지 않았으며 1993년 5월 평양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북한 예술계의 주축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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