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애란 金愛爛

1980년 인천 출생. 2002년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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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웃

 

 

일요일 아침, 초인종 소리에 놀라 인터폰을 확인하니 흐린 화면 속에 웬 젊은 남녀가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 다 마스크를 써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가에 분명 웃음이 서려 있었다.

—누구세요?

저쪽에서 뭐라 높은 소리를 냈는데 발음 탓인지 마스크 때문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망설이다 “잠깐만요” 소리친 뒤 마스크를 쓰고 현관으로 나갔다. 잠금장치를 푸는 동안 옅은 불안이 일었지만 집에 남편이 있는데다 방문자가 외판원이나 종교인으로 보이지 않아 마음을 놨다. 현관 걸쇠 사이로 빠끔 얼굴을 내밀자 두 사람이 재빨리 목 인사를 건넸다. 휴일인데도 둘 다 신경 써서 옷을 입고 머리 만진 티가 났다. 무슨 일이냐는 듯 내가 마스크 위 눈을 크게 뜨자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 저희 901호 들어올 부부인데요.

살짝 긴장한 듯했지만 자신감이랄까 여유도 눈에 띄었다. 게다가 두 사람 다 서로를 보는 눈에 피로나 권태가 담기지 않아 딱 봐도 신혼부부 같았다. ‘밝은 사람끼리 만났구나’ 혼자 짐작하는 사이 남자가 말을 이었다. ‘곧 윗집으로 이사 오는데 입주 전 한달간 인테리어 공사를 하려 한다’고, ‘그런데 관리사무소에서 입주민 동의가 필요하다 해 각 집을 돌고 있다’는 얘기였다. 나는 걸쇠를 풀고 문밖으로 상체를 반쯤 내밀었다.

—한달이요?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자가 미안한 듯 고개 숙였다. 아마 우리 집 현관에 붙은 독서교실 현판을 본 모양이었다.

—제가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서……

내가 심각한 얼굴로 말을 흐리자 남자는 반응을 예상했는지 연신 ‘죄송하다’며 ‘소음이 큰 철거 작업은 공사 초반에만 잠깐 이뤄질 거’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게다가 주말에는 공사가 없을 거’라고. 그런 뒤 “다른 집에서는 대부분 동의해주셨는데, 저희가 최대한 주의할 테니 어떻게 양해해주시면 안 될까요?” 물었다. ‘가장 피해받는 집이 동의를 안 하겠다는데 다른 집 서명이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짧은 침묵으로 대신했다. 나는 한숨을 쉰 뒤 ‘그럼 수요일과 목요일만이라도 큰 공사는 좀 피해달라’고 부탁했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딱 두시간만이라도 소음을 줄여달라’고, ‘혹 시간을 외우기 어려우면 문자로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남자는 기회를 놓칠세라 바로 응했다.

—네, 꼭 그렇게 말씀드려놓겠습니다.

마지못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가 서둘러 뭔가 내밀었다. 상대가 서명하기 좋게 동의서와 볼펜을 두꺼운 클립보드에 고정시킨 거였다. 서류에는 이미 다른 입주민들의 호수와 이름,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낯선 이에게 개인정보를 넘기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무심한 척 서명한 뒤 서류를 돌려줬다. 그제야 두 사람은 비로소 한시름 놓은 듯 활짝 웃었다. 서명을 마치고 곧장 문을 닫으려는데 여자가 황급히 작은 종이가방을 건넸다. ‘약소하지만 감사의 뜻’이라 했다. 가만 보니 남자 손에 큰 쇼핑백이 들렸고, 그 안에 마분지 소재의 작은 가방이 여럿 담겨 있었다.

 

—무슨 일이야?

마스크를 벗으며 거실로 들어서자, 남편 호준이 까치집 된 머리를 긁적이며 나왔다.

—음…… 휴대용 손 소독제랑 과자네?

—뭐가?

—윗집. 새로 이사 온다는데. 한달간 인테리어 공사한다며 동의서 받아 갔어.

남편이 눈썹을 치켜뜨며 ‘쯧’ 소리를 냈다.

—한동안 골치 아프겠네.

그러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컵에 따르며 물었다.

—괜찮겠어? 당신 수업?

—안 그래도 말해놨어.

남편이 천천히 생수를 들이켜며 내 표정을 살폈다. 이웃 부부와 헤어진 뒤 계속 석연찮은 기분인 걸 눈치 챈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대다 불쑥 이런 말을 내뱉었다.

—자기들이 산 건 아니겠지?

—뭘?

—저 집 말이야. 둘 다 넉넉잡아도 삼십대 초반으로밖에 안 보이던데. 우리도 그렇지만 저 나이에는 절대 못 살 액수잖아? 요즘 같은 때.

남편이 잠시 침묵하다 대꾸했다.

—부모가 해줬나보지. ……인상은 어때?

나는 허공을 향해 두 눈을 깜빡였다.

—아직 사회 때 덜 묻고…… 주류로 오래 살아온 인상?

그런 뒤 종이가방 입구를 벌려 그 안의 어둠을 빤히 응시하다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말을 했다.

—이거, 세계과자점에서 이천 얼마면 사는 거네. 다 합쳐도 스물몇가구인데, 자기들 집값에 비해 너무 약소한 거 아니야?

 

며칠 뒤 재활용품 배출일이 돌아와 폐지상자를 안고 승강기 앞에 섰다. 남편과 ‘내년 봄, 이사 전까지 살림을 간소화하자’ 약속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조만간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이미 출퇴근 시간만 세시간 가까이 드는 남편에게 ‘여기서 좀더 멀리 나가자’ 권하기도 어려웠지만, 간다 해도 지금보다 작은 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전세매물도 드물고, 최근 급격히 오른 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이미 이 집에 들어올 때 얻은 빚이 있었다.

얼마 전 남편은 거실 한가운데 서서 ‘우리도 이제 미니멀리스트로 살자’ 했다. 나는 그 말이 ‘선택’이 아닌 ‘포기’처럼 느껴져 불편했지만, 남편이 결혼 후 지난 십년간 모은 브랜드별 맥주잔을 동네 중고마켓에 통째로 내놓는 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게 또 너무 헐값에 팔리는 걸 보고도. 우리는 이사 전 거실을 가득 채운 책장도 미리 정리하기로 했다. 두차례 유산 후 원래 다니던 학습지회사를 그만두고 독서지도사로 오년 가까이 일한 동안 집에 책이 계속 늘었다. 그중 우리는 시의성이 떨어지거나 너무 낡은 책, 어쩌다 두권 생긴 책, 당시에는 좋았지만 더는 안 볼 것 같은 책들을 처분하기로 했다. 평소라면 어디 기부했을 텐데, 집값 폭등 후 갑자기 마음이 인색해진 남편은 ‘한푼이라도 아껴야 된다’며 중고서점에 내놓을 책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중고서점의 매입가로는 최근 화제작이 일순위고, 그다음이 스테디셀러, 절판된 지 오래라 고가에 거래되는 책 순서였다. 물론 개중에는 최근작이라도 중고로조차 받아주지 않는 책도 있었다. 그런 건 대개 폐지상자에 들어갔다. 상자 속 책을 보며 내가 아쉬운 표정을 짓자 남편은 ‘앞으로도 책이 꾸준히 늘 텐데 사람 대신 짐이 집을 차지하게 둬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새삼 책을 ‘짐’으로 표현한 남편 얼굴이 낯설어 흘깃댔다. 신혼 초 ‘우리의 시작을 이웃과 함께 하자’며 유니세프 정기후원을 먼저 권한 남편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주말마다 조금씩 책 정리를 하기로 했다. 이번 주에는 철학과 역사를 버리고, 다음 주에는 시와 소설을, 다음에는 자연과학을 추리는 식이었다. 양이 적지 않은 만큼 파지값을 높게 받아서인지 책은 내놓는 족족 금세 사라졌다. 그저 책을 버릴 뿐인데 누군가에게 무언가 ‘베푼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속도였다.

책이 담긴 폐지상자를 들고 승강기 앞에 서 있자니 그간 일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신문에 연일 갱신되는 숫자와 그래프를 보고 불안해하다 종내 입을 다물지 못한 몇몇 순간과 한동안 넋이 나간 얼굴로 출근 버스에 오른 남편 모습도. 이윽고 승강기 문이 열리고 여느 때처럼 무심히 안으로 들어서다 처음 보는 광경에 멈칫했다. 승강기 내부가 두꺼운 잿빛 부직포로 온통 감싸져 있어서였다. 문득 며칠 전 만난 윗집 부부가 떠올라 ‘이제 시작인가보다……’ 한숨 쉬었다. 그러곤 검지를 구부려 1층 단추를 누르다 낯선 게시물을 발견했다. 가만 보니 901호 부부가 관리사무소에서 준 양식에 따라 직접 작성한 듯했다. 부부는 “주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공지 기간에 맞춰 공사를 마치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끝내기 허전했는지 한마디 덧붙였는데, 너무 오랜만에 듣는 말이라 그런지 내게는 그게 몹시 생경하게 다가왔다.

……좋은 이웃이 되겠습니다.

양팔로 폐지상자를 안고 그 문장을 멍하니 바라보다 목적지 도착을 알리는 ‘땡!’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대형 쓰레기통과 음식물 쓰레기통, 재활용품 수거함이 한데 모인 어둑한 장소로 걸어가며 두달 전 집주인과의 통화를 떠올렸다. 만일 그 전화가 아니었다면, 아니 그보다 일년 넘게 이어진 이 전염병이 아니었다면, 그사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지 않고, 노동가치니 화폐가치니 하는 것들이 이렇게 떨어지지 않았다면, 나도 저 윗집 부부처럼 밝은 얼굴로 이웃을 환대할 수 있었을까? 하고.

 

*

 

두달 전 식탁에서 교재를 연구하다 집주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년 전 전세계약 갱신 때를 제외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성인이 된 뒤 이십여년간 십여차례 이사를 다니고 이제는 정말 ‘어른’이 되었는데도 휴대전화에 집주인 이름이 뜨면 여전히 긴장됐다. 깊은숨을 쉰 뒤 통화 단추를 누르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내가 “여보세요”라고 하자 집주인이 밝게 안부를 건넸다. 그러곤 몇마디 더 보태다 ‘갑자기 집을 팔게 됐다’며 ‘남은 기간까지 두분 사시는 데 문제는 없을 거’라 했다. 다만 ‘계약기간 이후에는 새 집주인이 들어가 살려는 것 같다’라고.

 

다음 날 동네 부동산중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주인분과 통화하신 걸로 안다’며 ‘매입을 희망하시는 분이 그래도 도장 찍기 전 집을 한번 보고 싶다는데, 방문 가능하냐’는 거였다. 수화기 너머 공인중개사 아주머니는 사년 전 이 집을 계약할 때 한번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우리에게 꽤 친절했는데, 기분 탓인지 태도가 살짝 바뀐 것처럼 느껴졌다.

 

약속 당일, 왜 그랬는지 우리 부부는 청소를 참 열심히 했다. 엄밀히 말하면 진짜 ‘우리 집’도 아니고 누가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집 안 곳곳을 정성스레 쓸고 닦았다. 이런 식으로 집과 헤어지는 게 억울하고 서운하면서도, 이 이십년 넘은 아파트를 우리가 얼마나 공들여 가꾸고 깨끗이 사용했는지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 초인종이 울리고 새 집주인 될 부부가 현관에 들어섰을 때 나는 그들 얼굴을 보고 조금 놀랐다. 공인중개사 포함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였지만 이 집을 구매하기로 한 부부가 딱 내 또래로 보인 까닭이었다. 왜 그런지 내 머릿속에 ‘집주인’은 늘 노인이었다. 대부분 육십대 이상, 못해도 오십대 중반의 혈색 좋고 깐깐한 이들이었다. 당장 이 집 주인만 해도 그랬다. 그는 큰 공기업에서 꽤 높은 자리까지 올랐다 은퇴한 칠십대 남성이었다. 공인중개사 아주머니로부터 그가 이 집 말고도 다른 지역에 아파트를 세채나 더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란 기억이 났다. 방문객을 보고 내가 뒤로 물러서자 그들은 신을 벗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서며 “실례합니다”라고 했다. 그러고는 소곤소곤 자기들끼리 “이 자리에 식탁 놓으면 되겠다” “이 방은 소윤이 주면 되겠네”라는 식의 대화를 이어갔다. 그뒤 공인중개사의 안내에 따라 베란다를 살펴보고, 욕실 물을 틀어보고, 천장 벽 모서리에 곰팡이가 피지는 않았나 꼼꼼히 확인했다. 한두번 겪은 일도 아닌데, 나조차 그런 식으로 누군가의 공간을 침범한 적 있는데, 그걸 보자 지난 시간 우리가 겪은 과정이, 그 모든 노출과 공개가 부당하고 지리멸렬하게 느껴졌다. 대여 혹은 매매 의사만 있으면 누구든 실거주자 집에 들어와 모든 걸 살펴볼 수 있다는 게. 어쩌면 우리가 사회초년생도 신혼부부도 아닌, ‘성장’과 ‘단계’를 조금이나마 맛본, 이제 중년에 접어든 부부라 그런지 몰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시대인과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