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주체화의 빛과 그림자

허우성 『근대 일본의 두 얼굴: 니시다 철학』, 문학과지성사 2000

 

 

이정우 李正雨

철학아카데미 원장

 

 

주체는 자기규정을 통해 성립한다. “나는 …이다”(개인 주체) 또는 “우리는 …이다”(집단 주체)의 형식을 통한 자기정체성의 수립을 통해 주체는 형성된다. 삶이란 결국 무수한 주체들 사이에서 성립하는 관계들의 총체이다. 철수의 주체, 여성 주체, 민족 주체, 계급 주체 등등. 그러나 주체화는 곧 객체화이다. 주체는 자신의 소여(所與)들을 내면화함으로써 주체화된다. 곧 주체화는 한편으로 소여들에 동화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소여들에 자신의 색깔을 입혀 자기화하는 것이다. 주체화는 능동이자 수동이며, 주체 되기이자 객체 되기이다. 인간은 주체화의 두 계기가 갈라지는 경계선상에서 살아간다.

주체화는 빛의 형성이다. 자신의 힘으로 포섭하지 못했던 객관적 소여가 주체 속에 녹아들어감으로써 주체는 자신을 보존하고 확충한다. 그 극단적인 경우는 주체가 겪는 한 순간의 ‘생명사건’을 이데아와 결합하는 경우이다. 로댕(R. Rodin)이라는 한 인간의 개별적이고 우연한 손놀림이 예술적인 이데아를 구현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