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지구온난화의 파국은 얼마나 가까이에?

 

 

빌 매키븐 Bill McKibben

환경문제 전문 저술가. 그의 저서 『자연의 종말』(The End of Nature)은 일반독자를 대상으로 지구온난화를 다룬 최초의 책이다. 본지 2005년 겨울호에 「카트리나 이후의 미국」을 기고한 바 있다. ⓒ Bill McKibben 2006 / 한국어판 ⓒ (주)창비 2006

* 이 글은 The New York Review of Books(2006.11.16)에 수록된 “How Close to Catastrophe?”를 번역한 것으로, 다음 책들에 관한 서평 형식의 글이다. James Lovelock, The Revenge of Gaia, Basic Books 2006; Kelly Sims Gallagher, China Shifts Gears, MIT Press 2006; Travis Bradford, Solar Revolution, MIT Press 2006; Alex Steffen ed., WorldChanging, Abrams 2006; Architecture for Humanity ed., Design Like You Give a Damn, Metropolis 2006—편집자.

 

 

임박한 대재난

 

제임스 러블록(James Lovelock)은 지구상에서 가장 흥미롭고 생산적인 과학자 중 하나다. 그가 소량의 화학물질까지 감지할 수 있는 전자포착장치를 고안해낸 덕에 과학자들은 DDT가 조류의 알껍질에 미치는 위험을 인식하고 염화불화탄소(CFC, 탄소·수소·염소·불소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로 ‘프레온’이라는 상품명으로 알려져 있다—옮긴이)가 어떻게 오존층을 파괴하는지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유명해진 것은 이 때문이 아니라 하나의 은유, 즉 지구를 스스로 안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단일한 유기체—러블록은 여기에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의 이름을 붙였다—로 간주하는 것이 유용하리라는 발상을 내놓은 덕택이었다.

사실 그가 제안한 소위 가이아 가설은 처음에는 그다지 분명치 않았다. 그는 “그 개념이 나오고 처음 10년 동안은 가이아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나를 포함해 거의 없었던 듯하다”고 썼다. 그러나 이제 그 가설은 하나의 이론이 되었고, 다른 과학자들이 아직 완전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조롱거리가 되진 않는다. 그 이론에 따르면 지구는 “자기조절체계이며 유기체들, 지표면의 암석들, 대양, 대기가 하나의 진화하는 체계로서 긴밀하게 연관된 총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언제나 현재의 생명체에 가능한 한 적합하도록 지표면의 상태를 조절하려고 한다.”

초기의 뉴에이지 가이아 추종자들이 애용한 지구의 의식과 의지의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이 이론은 태양이 그 자체의 항성진화(恒星進化) 때문에 상당히 뜨거워졌는데도 어떻게 지구가 수십억년간 계속해서 생명체에 대해 쾌적한 상태를 유지해올 수 있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빙하기, 해양조류, 암석풍화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지구는 대기중에 열을 가두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기온 역시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이런 항상성은 우리가 화석연료를 단기간에 흥청망청 써버려 대기중에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한 탓에 지금 교란되고 있다. 실제 러블록은 내가 아는 어떤 유능한 관측자보다도 더 암울한 예측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가 이미 지구를 벼랑 너머로 밀어버렸고, 이제 곧 기온이 눈에 띄게 급속히 상승하여 현재 통용되는 컴퓨터 모델 대부분이 제시하는 음울한 예측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구가 스스로의 열을 내리려고 이미 애쓰는 단계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열 증가는 특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는 곧 다음과 같은 여러 현상들이 중첩되리라 예상한다. 계속 더워지는 바닷물에서 해양조류가 죽어감에 따라 이 작은 식물이 대기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비율이 감소할 것이다.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증발률이 커지면서 열대림이 사라질 것이다. 태양광선을 반사해 우주 밖으로 돌려보내는 백색의 얼음이 사라지고 푸른색의 바다 혹은 고위도상의 진녹색 아한대림이 태양광선을 흡수함으로써 지구의 ‘알베도’(albedo), 즉 반사율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얼어붙은 북극이나 바다 밑 얼음결정체에 갇혀 있던 메탄이 상당량 방출될 텐데 메탄은 그 자체가 온실가스이다.

열거한 과정 중 일부만으로도 지구가 균형을 잃고 파괴적으로 뜨거워지기에 충분하며, 수십년 안에 우리가 사는 온대지역은 기온이 섭씨 8도가량 상승하면서 다시 그 열로 인해 수많은 지역에서 기존과 같은 삶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러블록은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 책(The Revenge of Gaia—옮긴이)의 화보란에 실린 붉은 사막 사진에는 “현재의 화성, 그리고 지구가 종국에 다다르게 될 모습”이라는 간단한 설명이 붙어 있다. 무모한 종인 인류가 완전히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저서 홍보여행 중 가진 인터뷰에서 러블록은 유능한 지도자가 현재의 북극 근처에 새로운 거주지를 마련해준다면 약 2백만명, 즉 현재 세계인구의 약 30분의 1은 생존하리라고 내다보았다. 이외에도 비록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점점 더 군도(群島)에 가까워지긴 하겠지만 영국제도(the British Isles)처럼 생존가능한 지역들이 남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헤아릴 수도 없는 수십억의 사람들”이 사멸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너무 늦지 않았는가

 

여든이 넘은 러블록은 이같은 예측이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후학 전문가 집단에서 심층검토를 거쳐 내놓는 것보다 더 암울하며 어떤 의미로는 일종의 육감에서 나온 것임을 시인한다. 러블록 자신이 언제나 솔직히 인정하듯, 그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실수를 저질러온 바 있으므로 그의 예측에는 다소 회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비록 CFC의 위험을 인식하는 데 필요한 장치를 고안하긴 했지만, 동시에 그 위험이 심각한 피해를 주진 않는다면서 태평스레 그 문제를 무시해버리기도 했다. 미국의 화학자 셰리 롤런드(Sherry Rowland)와 마리오 몰리나(Mario Molina)는 안심해도 된다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오존층 파괴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를 수행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