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지방이 지방을 죽인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강준만 康俊晩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저서 『부동산 약탈 국가』 『한류의 역사』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감정 독재』 『바벨탑 공화국』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등이 있음.

kjm@jbnu.ac.kr

 

 

이것은 모두의 문제다

 

2020년은 한국 인구가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해이다. 2019년 한국의 합계출산율(한 사람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인구를 현상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2 .1명에 한참 못 미치는 0.92명을 기록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또한 2020년은 최초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다는 점에서도 역사적이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다. 인구 감소 추세와 무관하게 수도권 인구는 계속 늘고 있으며, 이른바 ‘지방소멸’은 가속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지방소멸은 원래 일본에서 나온 개념이다. 2014년 5월, 기존 인구감소 추세를 전제로 일본의 절반에 해당하는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할 것이라 예측한 이른바 ‘마스다 보고서’는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리며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보고서를 쓴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장관은 토오꾜오가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이면서도 재생산은 못하는 인구의 블랙홀이 되면서 “일본은 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1

한국에선 2015년 이상호가 한국의 ‘지방소멸’을 예측했으며, 이듬해 국민일보는 마스다와 이상호의 분석방법을 참고해 2015년 기준 전국 지자체의 30퍼센트가량을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2 마강래도 2017년 비슷한 예측을 내놓았고,3 한국고용정보원의 2018년 보고서는 전국 시·군·구의 40퍼센트가량을 ‘소멸 위험 지역’이라고 전망했다.4

전국토의 11.8퍼센트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데다 이런 추세는 계속 강화되고 있으니, ‘도시국가’로 가보겠다는 것일까? 실제로 수도권 인구집중을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에선 ‘도시국가’ 긍정론이나 예찬론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말씀이다. ‘도시국가’ 자체가 문제될 건 없지만, 한국은 ‘도시국가’로 가기엔 땅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어느 지방도시 인구가 20만명에서 10만명으로 줄었다고 해도 그 도시의 도로, 수도, 전선, 통신망까지 절반으로 줄일 수는 없는 일이다. 어느 도시에나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인프라 비용이 있기 마련이며, 게다가 똑같은 면적에 절반의 인구만 살게 되면 재정 효율성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지적한 마강래는 “파산 상태에 가까운 30%의 도시들로 인해 온 나라가 휘청거릴 것”5이라고 우려한다.

파산은 지방의 문제일 뿐인데 왜 온 나라가 휘청거린단 말인가? 지방소멸을 국가의 문제가 아닌 지방의 문제로만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수도권 주민들 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보는 게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이게 참 묘하거니와 신기한 일이다. 더할 나위 없이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들조차 지방 문제가 곧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려고 하니 말이다.

한 국가체제 내에서 특정 지역이 파산해 그 지역 주민들이 비참한 상황으로 내몰리는데, 그걸 외면하고서 국가의 존립이 가능할까? 마강래는 지방소멸로 인해 “천문학적 액수의 연명치료 비용이 들어갈 것”이며, 이 비용은 “우리 국민 모두가 짊어지게 될 부담”이라고 말한다. 즉 지방소멸은 ‘국가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6

지방 문제는 지방이 피해자이고 수도권이 수혜자인, 그런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도 피해자가 되는 국가와 우리 모두의 문제다. 그럼에도 중앙정부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포털에서 ‘지방소멸’을 검색해보라. 대부분 지방언론 기사들이다. 이런 기사에서 거론되는 대안은 ‘지방 초광역경제권 형성’과 ‘고향사랑 기부금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지방소멸은 그 정도의 대처로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재인정권이 지난 7월에 ‘행정수도 이전’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없진 않겠지만, 그건 믿지 않는 게 낫다. 여당 일각에서 ‘서울대 지방 이전’과 ‘서울대 폐지론’까지 거론한 것에 대해선 “장난치느냐?”라며 분노해야 할 일이다. 어떤 문제를 내내 모른 척 외면하다가 그 문제가 악화돼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을 때에야 갑자기 과격한 방안을 들고나오는 사람을 믿을 수 있겠는가? 문정권은 출범 이후 지역균형발전을 외면해왔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수도권 3기 신도시 정책처럼 역행하는 방향으로 치달음으로써 지방소멸을 가속화했다.7 그러다가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라는 정치적 악재가 터지자 허겁지겁 아무 방안이나 내놓고 보는 건 진정성이 없을 뿐 아니라 역효과만 내기 십상인 ‘홍보정책’에 불과하다.

 

 

지방소멸의 책임,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부동산 가격 폭등은 ‘합법적 약탈’이다. ‘내 집 마련’ 해보겠다고 뼈 빠지게 일해 저축한 사람들, 전세·월세 값이 뛰어 살던 곳에서 쫓겨나게 된 사람들의 처지에서 보면 폭력으로 뺏어가는 약탈보다 더 나쁜 약탈이다. 폭력적 약탈을 저지른 악한은 그 정체가 분명하고 처벌할 수 있지만, 합법적 약탈엔 지목할 수 있는 행위 주체마저 없어 ‘피해자 탓하기’라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 더욱 해괴한 건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원인 진단이다. 일부 진보언론은 보수언론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과장한다고 비판하면서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을 들어 문정권을 옹호하기까지 하는데, 명색이 진보라면서 ‘합법적 약탈’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렇게까지 박약해도 괜찮은 건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언론에 물어보자. 서울에 일자리와 더불어 한국형 계급투쟁의 최고 관문인 ‘명문대학’을 집중시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문제제기를 제대로 한 적이 있던가? 아니면 이런 일련의 정책과 서울 부동산 가격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보는 건가?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시적으론 주춤할 수 있어도,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을 외면하는 반쪽짜리 분석과 비판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정부와 언론이 이런 부동산 약탈 체제를 계속 고수한다 하더라도, 누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