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2022 대선, 대전환의 과제 ①

 

지방 소멸, 대안을 찾아서

 

 

김유화 金裕和

한국여성의정 전문위원. 전 여수시의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특별위원. 저서 『꽃에게 배운다』 등이 있음.

 

이관후 李官厚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전 행정안전부 장관보좌관. 공저 『한국 민주주의, 100년의 혁명 1919~2019』, 역서 『정치를 옹호함』 등이 있음.

 

이남주 李南周

성공회대 교수, 세교연구소장. 저서 『중국 시민사회의 형성과 특징』 『변혁적 중도론』(공저), 편서 『이중과제론』 등이 있음.

 

정준호 鄭埈豪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공저 『한국경제와 노동체제의 변화』 『2021 한국의 논점』 등이 있음.

 

 

이남주(사회) 내년 3월에 대통령선거가 있습니다. 촛불혁명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었는데 여러 부침 속에서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으로 개혁의 동력을 많이 잃은 느낌입니다. 이에 『창작과비평』은 내년 대선을 새 계기로 삼아 시대 전환의 절실성을 재확인하고 그를 위한 주요 의제를 제기해서 토론해보고자 합니다. 그 첫번째 자리로 이번호 대화에서는 심화하는 지역 격차 문제를 점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고자 합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격차가 계속 심화되면서 양적·질적 문제들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두가지 현상을 지적하고 싶은데요, 하나는 수도권 인구 집중이 2017년 이후로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최근의 지방대학 정원 미달 사태입니다. 국립대를 포함한 ‘지역 거점대학’에서도 미달 사태가 발생한다는 건 지역 차원에서는 굉장한 충격이었죠. 과거에는 ‘지역 격차’ 하면 주로 경제적 차이를 얘기했는데, 이제는 문화, 사회서비스, 정치적 영역에서도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는 불평등 문제의 해결도 요원해 보입니다. 당장 부동산 논란이나 자산 불평등도 수도권 집중 현상과 연관된 문제고요. 다각도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세분 모셨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왼쪽부터 이남주 정준호 이관후 김유화.

왼쪽부터 이남주 정준호 이관후 김유화.

 

정준호 저는 강원대 부동산학과에 있으면서 지역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습니다. 이전에는 산업연구원에서 지역균형발전과 산업정책을 연구했고요. 최근에는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특히 지역 격차에 따른 자산 격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유화 저는 8년간 여수시의원으로 활동했고요. 지금은 ‘한국여성의정’ 전문위원으로 일하면서 여성의 정치참여에서도 드러나는 지역 불균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대학 소멸은 곧 지역의 소멸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전남대 여수캠퍼스 위상회복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관후 저는 고향이 전남 해남이고 목포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한 이후로는 서울에서만 20년쯤 살았습니다. 그러다 2년 전부터 경남연구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오랜만에 지방에서 서울을 바라보게 됐고, 지역에서 봤을 때 서울이 이렇게 멀리 느껴지는구나 하는 것을 많이 실감하게 됐습니다.

 

지역 격차 문제의 현주소

이남주 지역 문제에 여러 측면이 있고 지역마다 사정이 다 다르기도 한데, 세분은 다양한 지역과 영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라 이야기가 풍성하리라는 기대감이 듭니다. 먼저 수도권 집중과 지역 격차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죠.

 

김유화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합니다. 출생률은 줄고 청년들은 떠나고 지역은 고령화되고 있어요. 매월 ‘이달에 인구 몇명이 빠져나갔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는데요. 시민들께 왜 떠나느냐고 물어보면 지역에서 좋은 교육 받고 자라서 대학도 졸업하고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겁니다. 젊은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고 지역은 계속 낙후되면서 지역 격차는 더욱더 벌어지게 될 겁니다. 요즘 수도권에 영구임대주택을 만들어서 서울의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죠. 물론 꼭 필요한 정책이고 좋은 의도지만 역설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교육과 일자리 문제 등 지역의 삶이 해결되지 않고는 어떤 정책을 펴도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 격차 문제는 풀리지 않으리라 봅니다.

 

이남주 인구 감소가 매우 심각한 문제이지요. 군 단위에서는 소멸위험 지역이 늘고 있다는 보도들이 여러차례 있었는데, 여수는 어떤가요?

 

김유화 1997년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이 통합된 뒤 인구 33만명이 넘었던 것이 올해 28만명 아래로 붕괴되었어요.(행정안전부 통계 2021년 4월 현재 27.96만명)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자연 감소도 있지만 다른 도시로 빠져나간 인구가 많습니다. 수도권 등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뿐 아니라, 전남 도내에서도 인근 순천시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순천이 인근 시군에 비해 교육환경이 좋고 정주여건이 좋다는 게 이유라고 봅니다. 도내 시군에서 오는 전입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순천시를 제외하면 전남 전체적으로 거의 모든 시군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관후 지금 전반적으로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생각해보면, 20세기 초반에 전체주의 국가를 볼 때 ‘유기체 국가론’ 얘기를 많이 했어요. 국가 전체가 하나의 생물체처럼 움직인다는 거죠. 그동안에 국토발전 관련 정책 입안하는 분들이 그와 유사한 이론적 토대에서 전략을 세우니, 수도권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다른 모든 지역은 수도권의 발전을 위해서 희생하는 체제로 쭉 성장해왔던 겁니다. 그 결과 수도권에 종합적인 역량이 집중되어 있어요. 반대로 지방은 다 ‘특성화’했습니다. 지금도 지역에서 산업발전이나 도시발전 사업계획을 세우면 중앙부처에서 ‘지방에서 왜 모든 걸 하려고 하세요, 잘하는 거 한두가지만 하세요’라고 말해요. 왜 수도권은 다 가지고 있으면서 지방에는 한두가지만 선택하라고 하는 걸까요?

 

이남주 균형발전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지방균형발전박람회’와 같은 행사들에서도 지역 특성화가 모범사례로 제시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관후 그래서 지방이 망했어요. 한국이 압축성장을 하면서 지난 몇십년 동안 산업의 내용이 계속 바뀌었습니다. 지금도 바뀌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바뀔 건데, 서울은 종합적 역량이 있으니 변화에 대응할 수 있죠. 그런데 지방은 농업, 제조업, 중화학공업, 광업, 관광…… 이렇게 특성화를 해놓으니까 해당 산업이 침체에 빠지면 그 지역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경남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가 마산이에요. 예전에 섬유산업이 발달할 때 마산수출자유구역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확 무너지고 나니까 새로운 동력을 찾기가 정말 힘들어요. 군산도 자동차산업이 있었지만 공장 하나 빠져나가니까 별게 없지요. 이렇게 되고 나면 급속한 인구 유출이 나타납니다. 유기체 국가론에 입각한 발전론은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각각의 지역들이 작더라도 종합적인 역량을 갖추어야 해요. 교육과 일자리가 사람들이 이동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문제들이 해결되려면 결국 문화, 서비스업, 보건의료, 돌봄 같은 역량이 지역에 골고루 발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단 사람들이 거기 살 수 있거든요.

 

정준호

정준호

정준호 지역 간 격차의 핵심은 결국 서울과 서울 아닌 지역이지요. 서울이 중심이고 나머지는 다 배후지가 되는. 이제까지 경제성장 국면에서 수도권이 소위 두뇌 기능을 하고, 비수도권에 있는 공장들은 손발의 기능을 하면서 구상과 실행이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방이 특화 발전을 했던 것이고요. 사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간 수도권과 지방의 소득 격차가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 울산이나 창원, 마산 같은 데는 대기업 공장들이 있어서 그곳의 노동자들, 특히 노조에 소속된 분들은 소득 수준이 꽤 높았어요. 그런데 2010년대 들어 이 시스템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2012년을 지나면서 한국이 2퍼센트대의 저성장에 들어가는데, 가령 2019년 2퍼센트 성장도 약 3분의 2 정도가 정부 주도 부문이 만들어준 겁니다. 이렇게 된 데는 2010년대 들어서 한국 제조업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게 큽니다. 한국은 주로 수출 주도 경제인데 2010년대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세계적으로 교역 규모가 줄어들었어요. 그러다보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지기 시작하죠. 예전에는 울산이나 거제 같은 데서 돈을 벌어서 부가가치가 생기면 수도권, 특히 서울로 유입됐어요. 한 지역에서 타 지역으로 나가는 소득에서 들어오는 소득을 차감한 ‘순소득’이 매년 GDP의 4~6퍼센트 정도 수도권으로 유입됐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지역 제조업도 결국 글로벌 가치사슬에 연계되어 있어서, 2012년을 전후해서는 그 비중이 줄어듭니다. 비수도권에서 생산하는 부가가치 소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거죠. 생산가능인구 자체도 2010년대 중반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는데다 그 시점을 전후해서 지방의 청년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간 인구이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된 겁니다.

 

이관후

이관후

이관후 분명 국가의 발전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그 선택 자체가 틀렸다는 건 아닌데, 이제는 더이상 수도권 중심의 발전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게 여러 지표를 통해 객관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단적으로 2010년 이후로 수도권의 출생률이 전국 최저입니다. 수도권의 부가가치 기여도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정준호 그런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워낙 옛날부터 있었다는 생각에서 대부분 지금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정부 당시 균형발전전략을 실행했을 때와만 비교해도 차원이 다른 수준의 변화가 있는데도요. 가장 큰 문제는 격차의 문제라기보다는 집중의 문제입니다. 이제는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기니까 서울 얘기가 전국 얘기가 되어버리는 상황에 이르렀어요. 지역 간 격차는 으레 존재했던 거라 구조적으로 심각성이 있다는 인식을 잘 못하게 되고, 문제 상황 자체를 망각한달까요. 최근 우리가 당면한 지역 문제는 크게 두가지 차원이 있는데요. 하나는 농·산·어촌과 같은 낙후지역에서 인구가 줄어들어 지방 소멸이 나타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성장지역이 미국의 러스트벨트(Rust Belt)처럼 추락하는 겁니다. 이게 다 구조적이라는 게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어요.

 

김유화

김유화

김유화 지역에서도 ‘우리 지역이 소멸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의외로 잘 공론화되지 않아요. 지역 여론 주도층 대다수가 지역에만 있는 사람들이 아닌 점에도 그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이들의 생활은 이미 수도권 중심이기 때문에 지역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죠. 또 한편으로는 지역민들도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역 내에서 의제화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의원일 때 서울 학숙 건립사업이 시행됐는데요, 지역의 대학이 다양한 교육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고 졸업 후에도 취업 등 어려움이 있는 현실에서 우리 지역에서만 대학을 다니라고 붙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각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서울에 학숙을 지었는데, 생각해보면 참 답답한 일이죠.

 

이남주 1980년대에도 지역 문제가 많이 얘기되기는 했는데, 당시에는 지역 불균형이라고 하면 영·호남 격차 이야기였고, 그와 더불어 지역감정이 언급되는 정도였죠.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역 격차의 중심 문제로 이렇게까지 심화된 것은 2010년대 이후로, 한국사회 발전모델의 전환과 제조업의 상황 변화, 수도권 위주 발전 정책 등이 수도권 집중화를 부추기고 문제의 성격을 심각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진단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균형발전론’ 이후의 균형발전

 

이남주

이남주

이남주 문제의 해결책은 뒤에서 논의하고, 그 전에 2004년부터 논의되고 시행됐던 ‘균형발전론’ 이야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핵심적인 시도는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이었습니다. 공공기관 이전은 최근 대부분 완료됐고, 2010년경 이후로 수도권 인구 증가의 속도가 둔화된 것을 이 정책의 성과로 꼽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런데 2017년부터 수도권 인구 집중이 다시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그 정도 접근법으로는 부족했다는 방증이겠지요. 그사이에 한국은 수도권이 더 커져야 글로벌화에 적응할 수 있다는, 균형발전 자체를 부정하는 담론도 상당히 강력하게 형성됐고요.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시나요?

 

정준호 대도시 담론은 아마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OECD 국가들, 심지어 수도권 집중이 이미 강한 프랑스, 영국, 일본의 사례를 봐도 저성장 시기가 되면 대부분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요. 사실 한국도 이미 거의 완화되어 있어요. 마지막 남아 있는 게 대학교나 공장의 수도권 총량제 정도입니다. 최근에 OECD 국가들이 대도시를 성장 모멘텀으로 많이 삼고 있습니다. 대도시는 여러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정보기술(IT)이나 생명공학(BT) 같은 새로운 첨단산업들을 맞이하기 상당히 좋습니다. 고밀도 개발에 의해서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요. 이게 실증적으로 검증된 게 영국 런던인데요,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런던의 ‘창조산업’이 상당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지식기반 서비스업이나 금융 서비스업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런던이 가지고 있는 걸 낙수효과 식으로 주변 지역에 퍼뜨리자, 혹은 런던 같은 대도시를 지방에 육성하자 하는 아이디어가 정책 입안하는 곳에 많이 있어요. 이 논리를 받아 와서, 인구가 5천만명밖에 안 되는 한국에서는 핵이 한곳이면 된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균형발전’이라는 건 비수도권에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수도권을 견제할 정도의 블록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모든 곳이 일정 수준의 정주여건을 갖춰야 한다는 거죠. 어디서든 비슷한 수준의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국가의 역할로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지역마다 거점을 중심으로 블록을 만들고 일정한 수준의 균형발전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게 필요함에도 경제학적 시각에서만 보면 지역에 그 정도 투자할 돈 있으면 그냥 수도권에 GTX(광역급행철도)라도 하나 더 깔자는 식으로 더 고밀도화하자는 주장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 저성장도 맞물리면서 지역균형발전론이 위협받고 있는 거죠.

 

이남주 그런 발상이 생태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코로나19 상황만 봐도 수도권에서 발생한 환자 숫자가 전체의 60퍼센트를 넘고 있고, 확산 초기에는 이보다도 훨씬 높았죠. 집중화가 생태환경에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생태적 변화에 상당히 취약하게 만드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정준호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위험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수도권에 이미 모든 게 몰려 있다보니 대응이 어려워 완전히 블랙홀이 돼버린 거죠. 그래서 이후를 위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위해서도 균형발전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에서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넣지 말라’고 하듯이 국가의 성장도 한 지역에 쏠려 있으면 분산되어 있는 경우보다 충격에 의한 타격이 국가 전체적으로 훨씬 큽니다. 경제 충격, 전염병 등 외부 충격에 대한 차단막이 지역별로 상이하게 작동해야 해요. 그래야 서로서로 보완해줄 수 있죠.

 

김유화 저도 수도권이 더 커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권역별 초광역화 추진에 관심이 많은데요, 권역별로 나누어서 균형발전을 한다면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충청이나 경남의 경우는 산업구조가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어 발전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애초에 산업자원이 열악한 지역은 오히려 더욱 불균형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전남도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관한 ‘이차전지 소재부품 시험평가센터’ 공모사업에서 탈락했습니다. 이미 관련 산업기반이 갖춰진 충청권과 경쟁하게 되어 밀린 거죠. 정부가 균형발전을 한다고 말해도 각 중앙부처 차원에서는 이를 잘 담아내지 못하는 형국인데요, 그래서 가령 공모사업 선정 평가에 ‘국가균형발전지수’를 넣어야 합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실시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이남주 저도 대학에서 시행한 이런저런 사업에 대한 평가에 참여해 보면 그동안 돈 많이 쓴 곳이 평가 점수를 높게 받을 수밖에 없어요. 실적이 많으니까요. 물론 행정 시스템에서의 평가라는 건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으로 누굴 밀어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엄격하게, 기계적으로 적용시키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요. 어쨌든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평가 기준의 변화도 상당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유화 참여정부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의 우선순위를 공공기관 이전, 전략산업 육성 등 자립역량 강화에 두었는데요, 문재인정부는 중앙정부 권한을 지역으로 이관하는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입법 강화,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을 통한 지방 재정 확충 같은 방법을 추진하고 있어요. 또 작년 12월 9일에는 지역 자치를 강화하는 방향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죠.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은 눈앞에 바로 효과가 그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민의 풀뿌리 민주주의 참여가 더욱 확대되고 사회적 자본이 풍부해진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이남주 긍정적인 면을 짚어주셨는데, 사실 저는 이번 정부에서 균형발전이 제대로 의제화되지 않았다는 생각이에요. 당장 최근 가덕도 신공항 문제도 선거를 앞두고 너무 갑자기 제기되었다는 인상입니다. 이게 정말 필요하다면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어떤 필요성이 있는지 구체적인 담론을 만들어야 하는데, 담론이 상당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진행되다보니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실행 과정에서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시비 또한 생깁니다. 그러다보니 논란만 커지고 정작 발전적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죠.

 

이관후 과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없애서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경남이 크게 애먹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어도 진주, 하동, 산청, 남해, 사천이 사실상 의료공백 상태에 있어요. 거기 공공병원을 다시 세운다면 최소 300병상 이상은 되어야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이 과연 예타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입니다. ‘예타 면제 사업’으로 특혜를 주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다시 말해 이런 사업은 의제를 정치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치화라는 게 나쁜 건 아닙니다. 나쁜 의미의 반대는 관료화죠. 지금까지 많은 중앙지원 사업 선정이 관료화되거나, 효율성만을 따지는 방식으로 평가가 진행된 거예요. 그걸 넘어서려면 정치화해야 해요. 지역균형발전 자체도 정치화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경제학자들 논리에 따르면 지역을 다 없애버려야 하는데 실제론 불가능한 얘기죠. 만약에 부산, 울산, 창원, 광주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그 인구는 그냥 사라지나요? 서울로 가겠죠. 그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겁니다. 그 비용은 또 누가 낼까요? 영국이나 프랑스의 수도권 집중률이 20퍼센트대입니다. 그 정도도 너무 집중되어서 위기라며 행정체제까지 개편해가면서 지역에 새로운 거점들을 만들고 있어요. 우리는 50퍼센트가 넘었는데도 그렇게 안 하고 있죠. 이런 집중 상태에서 모든 담론이 다 왜곡됩니다. 가덕도 신공항 문제로 돌아가면, 이 문제도 정치화하지 않고 어떻게 풀 수 있죠? 김해공항이 국내 공항 중에 가장 크게 흑자를 내는 곳입니다. 그런데 지역에는 수요가 없다는 고정관념이 이미 강하니까 서울의 언론과 국회에서는 ‘고추 말리는 신공항’ 같은 황당한 이야기를 굉장히 진지하게 했습니다. 또 혹자는 기후위기 때문에 신공항을 만드는 게 어렵다고 얘기하거든요. 인천공항은 이미 활주로 세개를 쓰면서 두개 추가가 확정되어 있습니다. 하나 만들 때마다 이용객이 3천만명 정도씩 늘어요. 가덕도 신공항이 생기면 천만명 정도 수용할 거라는 예상입니다. 비행 편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환경적 부담이 훨씬 커질 인천공항 활주로 공사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으면서 가덕도는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또 부산, 울산, 경남에서 국제선을 이용하려고 인천공항을 오가는 수요가 연간 약 550만명, 동남권 항공이용객의 40퍼센트입니다. 이분들의 이동에만 일년에 7천억원 정도가 듭니다. 교통비 등으로 실제로 개인들이 쓰는 돈만 3300억원이고, 예타 지침에 따른 시간가치 환산액이 3700억원입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비용이 7~8조원 정도 든다고 하는데요, 그러면 이 이동비용만 쳐도 10년이면 수지가 맞는 공항이에요. 그 이동에 탄소 발자국이 다 남으니 환경적 차원에서도 신공항이 더 낫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도권의 사람들은 적은 비용, 짧은 시간을 들여서 비행기를 타는 반면 비수도권 사람들은 10만원씩 더 내고 시간 더 들여서 비행기를 타는 이 불공평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얘기를 안 하죠? 그저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남주 정치화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런데 그 내용에 대한 토론보다는 선거를 위한 지역 발전 공약으로만 인식될 경우 이와 관련한 공감대 형성이나 사업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도 맞고요. 이 사업도 이번 정부 초기부터 얘기가 오가기는 했습니다만, 균형발전 등의 가치를 내세워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의 토론은 막상 별로 없다가 선거에서 갑자기 의제화되어 나온다는 인상이 없지는 않았는데요.

 

이관후 선거 때문에 주목받은 건 맞지만 맥락이 없지는 않습니다. 김해공항 확장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을 박근혜정부에서 적당히 얼버무려 내린 결정이었어요. 그래서 문재인정부 들어와서 그 결정이 올바른지를 2년 동안 검증했고, 잘못된 결정이란 걸 확인했습니다. 작년 10월에 결과가 나오고 그때부터 다시 새 공항 부지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사실 가덕도 외에 다른 대안 지역이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가덕도로 너무 빨리 결정되었다고 얘기하지만, 절차적으로는 지난 2년 내내 진행되어왔어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갑자기 결정됐다고 생각하느냐? 서울 사람들은 모르거든요. 작년 11월에 신공항 부지 논의가 다시 나왔을 때 제가 서울 언론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뉴스는 인천 수도권매립지 문제만 30분을 다루더라고요. 가덕도는 한 5분 얘기하고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저거 뭐야, 저거 선거용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죠.

 

통합 논의, 어떻게 나왔고 어디까지 나왔나

이남주 앞으로라도 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특히 지역에서 지역발전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이야기할 때 그것이 단순히 지역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균형발전을 포함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가덕도 신공항 얘기가 나온 김에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얘기를 좀더 해보죠. 최근 경남권 지역 발전전략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관련 논의가 상당히 진전된 상태라고 보이는데요, 과거 균형발전 논의에서도 각 지역에 거점을 만들겠다는 접근방법은 있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의제화한 것으로는 첫 사례인 듯합니다. 다만 지금의 논의가 특정 지역의 발전전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균형발전과 연관된 것이라는 설득이 부족한 것은 아쉽습니다.

 

이관후 우선 ‘메가시티’ 논의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살펴보자면, 2004년 이래로 균형발전 정책에 의해서 지역 거점을 만들어보자는 시도가 있었어요. 구체적으로는 노무현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논의와 혁신도시 사업이 대표적인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수도권 집중화를 상당히 지연시켰다고 평가합니다. 이후 이명박정부는 ‘5+2 광역경제권’을 추진했고, 박근혜정부 때는 행정구역을 넘어선 ‘지역 행복생활권’ 개념을 얘기했죠. 이 정책들을 보면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활기반이 필요하니까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면서 기존의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발전전략이 필요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거예요. 그렇게 해서 다극체제로 국토를 발전시켜야 균형발전이 가능하겠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이제는 광주와 전남이 통합 논의를 시작했어요. 대구와 경북도 그렇고요. 부울경은 한꺼번에 통합하긴 너무 크니까 지방자치법에 나와 있는 ‘특별자치연합’을 만들자는 논의가 나왔고, 그게 ‘메가시티’입니다. 중요한 건 이런 이야기를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과거의 균형발전 정책은 중앙정부가 만든 반면 지금 나오고 있는 통합 논의는 이전 정책들을 지자체에서 검토한 결과로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나온 거예요. 최근에 충청권에서도 메가시티 논의가 나오고 있는 등 이미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은 통합 논의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됐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비수도권의 모든 지역이 통합 논의를 국정과제로 동시에 요구해서 대선 의제로 올리고 국정 비전으로 추진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남주 여러 통합 논의 중에서도 ‘부울경 메가시티’가 담론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다른 지역에서 볼 때는 지금 제기된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장 광주·전남만 해도 부울경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 않나 싶기도 한데요.

 

김유화 광주·전남도 갈수록 거대해지는 수도권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걸 체득한 듯합니다. 나주 혁신도시에 공공기관들이 옮겨왔고 2차 이전도 있다지만 사실 정주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가족, 공동체가 같이 살지 못하고 사람 한명만 오게 되죠. 기업 유치를 통한 좋은 일자리와 주거, 교육, 문화, 의료 등의 복지 인프라가 같이 확충되어야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될 텐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인구가 있어야 하니 광주·전남권 안에서 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도록 서로 연합해서 규모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광주·전남이 통합되면 인구 330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2018년 기준) 115조 2300억원의 초광역 지자체가 됩니다. 다만 광주·전남 통합 논의가 민선 1기 이후 두차례 논의되었음에도 모두 무산된 전례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남주 아무래도 부울경의 경우에는 그래도 산업적 기반이 좀더 있고 부산항의 물류 허브 기능도 있다보니 새로운 동력을 만들겠다는 주장이 좀더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광주·전남에서 정주여건을 만들자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시급할까요?

 

김유화 지금 전남은 의과대학 신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남은 의사 1인당 환자수가 가장 많고, 의료사각지대인 도서지역과 농어촌에 의료 인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각종 산재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국가산업단지도 있고요. 단순히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지역의 의료복지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지역에 의과대학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교통 문제도 있습니다. 최근 4차 국토 철도망 계획이 발표됐는데요, 광주·전남지역은 두건의 사업을 제외하고는 요구한 대부분의 노선이 후순위 검토노선으로도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광주·전남 광역교통망 구축으로 시군 간 이동을 원활하게 하자는 것이었는데 아쉬워요.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내륙철도’가 무산된 것도 안타깝습니다. 동서축의 연결을 통해 영·호남의 인적·물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국가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이남주 대학교육 문제는 어떤가요? 지방대학 정원 미달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마침 관련 활동도 하고 계시잖아요.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김유화 올해 전남지역 대부분 대학의 정원이 미달됐습니다.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 2006년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따라 전남대와 여수대가 통합한 이후로 여수캠퍼스의 정원이 계속 감축되고 입학생도 점점 줄어들어 매년 약 150억원 정도의 직·간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지역의 특성에 맞게 필요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어야 하고, 그 인재가 그 지역에서 취업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여수는 국가산단이 있고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과 인접해 있어서 첨단 수산업, 관광업과 기후변화 시범도시 사업 등을 감당할 인력을 지역 대학에서 길러내고 취업으로 연결한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의 비전을 지자체, 대학, 산업계가 함께 그릴 수 있어야 하는데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이남주 지역 기업에 취업할 때, 그 지역 대학을 나온 사람들에게 일종의 ‘지역할당제’를 운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유화 공기업은 지역 대학 할당제를 통해 지역인재를 뽑고 있는데, 일반 기업에서는 이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여수국가산단 몇몇 기업에서 지역시민에게 가점제를 적용하는 형태로 채용을 하는데요, 이 ‘지역시민’의 기준이 지역에서 6개월 이상만 살면 충족됩니다. 6개월이면 타 지역에서 주민등록 옮겨놓고 잠깐만 기다리면 되는 정도죠. 지역민을 위한 제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취업하기 위해 주민등록을 옮기면 잠시나마 지역 인구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시장이 일을 잘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대안이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지역인재가 지역에서 일하면 계속해서 살게 되고 지역에 대한 사랑도 더 깊다고 해요. 최근 입학할 때부터 산업체 채용을 조건으로 내건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들이 신설되고 있는데, 지역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자면 더 탄탄한 설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관후 조금 부연하자면, 지역할당제라는 게 지금은 차별금지 때문에도 시행이 어렵거니와 일반 기업에는 애초에 강제할 수 없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일반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원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어야 하는 건데, 그렇다면 그 기업에 필요한 사람을 지역 대학에서 길러줘야 함에도 교육부는 지역 대학이 지역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아무 관심이 없어요. 대학도 교육부에만 잘 보이면 되고요. 그러다보니 지역 대학이 지역의 산업과 전혀 관련 없이 중앙에서 내려오는 사업에 맞춰서 연구하고 있어요. 지역에서는 학생들에게 지역 산업에 맞는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지역에 취업도 시키고 싶은데, 대학에서는 그렇게 하면 교육부에서 좋은 평가를 못 받는다는 거예요. 산업부에서 산학협력을 얘기해도 공염불이고요. 이런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경남에서 작년부터 ‘지자체-대학협력사업’(RIS)을 교육부에 요청해서 처음으로 만들었어요. 요지는 교육부와 산업부가 지자체에 권한을 일부 넘겨주면, 지자체가 지역의 기업과 대학을 엮어서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학과나 과목을 만들어보겠다는 겁니다.

 

광역권 구상의 의의

이남주 최근 나오고 있는 통합 논의를 기존 광역경제권 아이디어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균형발전 흐름에 부합한다는 차원에서 평가해주셨는데, 구체적으로 기존 광역경제권 이야기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좀더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정준호 김대중정부 이후 중앙 주도의 지방자치제가 형성되면서 17개 시도의 시장 또는 지사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상황입니다. 최근 논의되는 통합 아이디어는 외관으로만 보면 8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지적도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차이는 우선 탑다운(top-down)이 아니라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사실 지역 규모 확대에 반대하시는 분도 많아요.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요즘 ‘마을’ 단위 얘기가 많거든요. 이때 마을을 지역의 모든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마을 개념이 중요하다고 보지만 한편으로는 경계하게 되는 게, 마을은 개인의 연장이지 ‘지역’이 아닙니다. 지역은 다양한 개인과 마을의 거대한 네트워크예요. 일종의 소국가죠. 마을 단위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모든 걸 개인에게 넘기겠다는 거예요.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 보수당은 정부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기 위해 커뮤니티 기반의 사회적 경제를 강조해요. 극단적으로는 지역에 그렇게 복잡하게 투자하지 말고 개인에게 수당이나 많이 주자는 식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시민민주주의의 진지로서 마을 단위의 생활은 그것대로 하고, 광역 규모의 균형발전은 ‘초광역’ 단위로 가는 거죠. 한국 시스템에서는 장기적으로 행정구역 통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초광역 단위로 통합하고 분권화하면 중앙정부도 많이 편해져요. 권역 수준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투자하고 권한을 주면 되거든요. 물론 초광역 내부에서 지역 간 격차가 또 문제 되기는 할 겁니다. 특히 전라도, 강원도가 농촌, 산간지역이 많기 때문에 그 안에서 격차가 심해요. 지금의 통합 논의에서 그 부분에 대한 고려가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미 대구·경북이, 부울경이 역사적으로든 생활적으로든 공유하는 바가 있는 것처럼, 지역 내의 불균형 문제는 그 안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게 하면 되리라 봅니다.

 

이관후 초광역 개념에 대해 첨언하자면, 부울경이 최근 주장하는 ‘메가시티’ 구상은 정확히는 외국에서의 ‘메가리전’(mega region)에 더 가깝습니다. 인근 시군 지역을 모두 포함하는 주장이거든요. ‘메가리전’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 생소하다보니 개념적으로 완전히 같지는 않은 메가시티로 현재는 논의되고 있는 거고요. 부울경과 달리 대도시 없이 통합 논의를 하는 곳에서는 초광역 개념을 도입할 때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수도 있겠죠.

 

이남주 한가지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우리가 80년대 이후로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광역시 개념을 도입하고 지역을 분리했는데, 지금은 다시 통합의 방향으로 간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분리 당시 광역시 도입의 논리는 무엇이었나요?

 

정준호 저는 그게 ‘욕심’이었다고 봅니다. 인구가 늘어나면 권한이 많이 생기고 입김도 세지잖아요. 그리고 정치인들도 지역 단위가 늘어나면 일자리 하나 더 생기는 거고요. 지금도 똑같은데요, 현재는 균형발전위원회에서 계획을 세우면 그 시행권한이 시도지사에게 있어요. 그런데 요즘 인구 백만 이상 도시에 대해 ‘특례시’ 이야기가 나옵니다. 가령 경남의 경우는 창원시에서 이 시행권한을 자기네한테도 독립적으로 달라고 하는 거예요. 경남도에서는 자기 시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관철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인구수로 다 밀어붙일 수 있는 거거든요. 균형발전 논리와는 상충하는 움직임입니다.

 

이관후 이른바 ‘소지역주의’죠.

 

정준호 권역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두고 특례시가 또 나와서 기존 시도지사와 권한을 동일하게 가져간다는 건데, 지금 경남과 창원의 관계 같은 경우면 지역 내부에서 직접 권한 조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특례시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걸 중앙정치로 가져와서 해결해달라고 하는 겁니다. ‘분권한다고 하면 지방에 단위가 많은 게 좋은 일 아니냐’ 하면서요.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여하튼 지금 통합 논의를 할 때 절대 80년대 과거 행정체계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고, 현재 한국사회에 맞게 행정체제와 정주여건을 재구축한다는 개념으로 임해야 합니다. 하나 덧붙이면, 정주여건을 갖추려면 가장 중요한 게 교통 인프라예요. 이게 잘 되어 있다는 건 권역 내에 순환형 교통망이 구축되어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수도권만 온전히 갖춰져 있어요. 강원도만 해도 이게 없으니 속초에서 춘천 가는 거보다 서울 가는 게 더 편합니다. 대부분 지방 도시 사정이 비슷하고요. 서울에서 접근하기 좋은 도시가 그 지역의 중심지가 되고 있어요. 이런 수도권 중심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균형발전의 축을 달리 설정해야 합니다. 비수도권도 어엿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여자로 생각해야지, 단핵으로서의 수도권에서 나오는 낙수효과를 언제까지고 주장할 수는 없죠.

 

이관후 경남에서도 부울경 메가시티 논의에서 지리적으로 소외감을 표출하는, 예를 들면 진주 같은 서부 경남 지역은 어떡하느냐 하는 얘기도 있어요. 그런데 일단 메가시티는 거기대로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는 거고요. 서부 경남도 메가시티의 효과를 일정 정도 누리면서, 동시에 전남의 광양·순천·여수와 하나의 권역을 이룬다고 보는 편이 맞아요. 그리고 더 서쪽으로는 목포·나주·광주·군산이 하나의 권역이고요. 제가 공공병원 문제로 하동에 갔었는데요, 거기 계신 분들께 밭에서 일하다가 다치면 어디로 가시느냐고 여쭤보니 광양으로 가신대요. 하동에서 같은 경남인 진주로 가면 40분이 걸리는데 광양은 20분이면 가거든요. 그런데 중앙에서는 공공병원 건립 예산을 경남하고 전남에 따로 줍니다. 그러니까 그 지역에 계신 분들이 그 돈 합쳐서 광양권에 하나 지으면 안 되냐는 말씀을 하세요. 기존의 행정구역에 얽매이지 않으면 영·호남을 가를 이유가 별로 없어요. 각각의 메가리전을 구획해놓고 횡으로 연결하면 됩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경남, 전남, 경남연구원, 전남연구원이 같이 ‘남중권 계획’을 세우기로 했어요. 부울경 메가시티 계획도 부울경의 세개 연구원이 일년 동안 연구해서 만들었거든요.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요. 시도 간에 딱 잘라서 경계 짓는 지금까지의 중앙 방식은 비효율적입니다. 예산도 중앙부처별로 자기네가 만든 사업에 대해서 따로 주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만든 계획에 통으로 지급해주면 좋겠는데, 절대 이렇게 안 하려고 해요. 지역의 사업을 두고 계획이든 지원이든 자기들 권한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중앙정부의 비협조와 고정관념이 지역의 협력적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권에서 연방까지

이남주 지금까지의 광역분권에 대해서는, ‘분권’이라고는 하지만 중앙정부에서 제도를 쥐고 계속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고 이에 맞서 최근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의해 제기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2007년 대선에서 이회창 당시 무소속 후보가 얘기했던 ‘강소국 연방제’ 개념도 나름 의미있는 제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국을 인구 500만~1천만명 규모의 여러 권역으로 나눠 국방·외교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각 권역에 이양하고, 각 지방정부를 유럽의 ‘강소국’ 수준으로 육성한 뒤 장기적으로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 구조로 전환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분권이 단순히 자원을 조금 더 분배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 지역에 대한 정치적 의사결정권을 독자적으로 가지도록 하는 구조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말이죠.

 

정준호 영국의 경우를 보면, 여기도 ‘이중정부’라고 해서 중앙정부에서는 국방·외교·산업·경제를 맡고 나머지 자질구레한 것은 지역에서 한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점차 이런 인식과 제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모든 걸 일일이 조정하기 힘들다는 걸 이제 아는 거예요. 한국도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의 일정 수준을 지역에 주는 것이 행정의 밀도나 시민의 참여를 고려했을 때 적절하고 세계적 흐름에도 맞습니다. 어찌 보면 ‘연방제’는 그 표현 때문에 빛을 못 보는 개념인데요. 국가 시스템에 회의적이던 프루동(P. Proudhon)도 국가에 준하는 기능을 하는 개별 단위가 모여 하나의 연합체를 구성하여 이득을 공유하는 연방을 이야기했어요. 이처럼 연방 개념은 상당히 고차원의 아이디어이고 의미도 있거든요. 저도 장기적으로는 분권을 연방에 준하는 수준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역 단위로 연방제를 한다고 했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중앙정부가 자기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데 있어요. 지금 영국도 프랑스도 겪는 문제인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많이 하는 것이 바로 ‘싱글 팟’(single pot)이라고 해서 중앙정부가 예산을 하나의 덩어리로 지역에 나눠주고 구체적 쓰임에 관여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당연히 단번에 100퍼센트 재정분권화하지는 못하겠지요. 한국 같은 중앙집권제 국가에서는 그렇게 하면 대혼란 상태가 될 거고요. 그러니 과도기에 이런 방법을 사용해보고 그다음에 재정, 입법, 과세 등 여러 권한을 나누어가야 하겠습니다.

 

이남주 일단 재정분권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세수가 수도권에서 많이 생기는데 왜 그걸 지방에 넘겨야 되느냐’ 하는 반론이 있는데, 균형발전이 돼야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도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담론으로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중앙관료 집단이나 일부 여론에서는 지역정치에 대한 불신이 꽤 높아서 지역 토호들이 예산을 다 유용한다는 식의 생각이 퍼져 있기도 합니다. 이를 이유로 중앙정부에서 예산의 사용처를 지정하고 그게 또 중앙집권적 행정을 강화하고 있지요.

 

김유화 말씀하신 대로 예산의 용처가 다 정해져 내려오니까 지역에 자율성이 별로 없어요. 또 지역마다 재정자립도가 다 다르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있기도 하고요. 예산을 확보하려면 중앙에서 내려오는 공모사업을 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 사업을 못할 수도 있고 하지 않아야 될 사업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악순환이지요. 같은 현상이 도 단위에서도 발생해요. 선출직 도지사가 바뀌면 도에서 지역으로 집행하는 예산 내용이 바뀝니다. 도지사의 공약 사업은 시군 전체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자체마다 각각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보조금 사업으로 집행하곤 하죠. 최근에는 광역-기초자치단체 간 재정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재정부담 협의·조정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요. 방금 말씀하신 ‘싱글 팟’이 시행된다면 지역마다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쓸 수 있어서 좋겠고요. 그게 못 미덥다면 각 지자체에서 상황에 맞게 사업을 짜서 예산을 청구하는 상향식 방법도 가능하겠죠.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재정 집행이 이전보다 훨씬 투명해진 건 사실입니다만, 예산 사용과정에서 실명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자체장이 최종결재를 하더라도 예산이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감시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저는 윤리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실명제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관후 지역은 스스로 계획을 세울 능력이 없다든지 예산을 함부로 쓸 거라는 인식이나, 도지사가 바뀌면 예산 사용처가 막 달라지는 현상의 근본 원인은 언급하신 중앙 주도의 공모사업에 있어요. 지금 공모사업을 어떻게 하냐면, 국토교통부나 산업통상자원부 같은 중앙부처들이 어떤 사업을 전국에 몇개 선정한다며 공고를 내면 지방정부들이 경쟁을 해요. 그 사업을 어디서 하든 별 상관이 없어서 적당히 안배해 서너 지역 뽑아서 시행합니다. 그런데 지역에서는 자기들이 어느 부처의 무슨 사업이 선정될지 모르잖아요? 그러니 다 신청해야 합니다. 그중에 두어개가 선정됐다고 치죠. 그 사업들 간에 연관관계가 전혀 없습니다. 선정된 사업들을 쭉 늘어놓고 이것들을 어떻게 연관시킬지 그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렇게 몇십년 하다보니까 지역 공무원들한테 가서 종합적인 도 발전계획을 세워보자고 하면 웃어요. ‘그게 무슨 소용 있습니까, 공모사업 선정되면 그때부터 그게 우리 도의 주력 사업인 겁니다’라는 식이에요. 종합적인 발전계획이 없으니까 어디에 돈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정치인 바뀔 때마다 쓰는 데가 바뀌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서 먼저 계획을 세우고 중앙정부에 예산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중앙정부에서는 계획 검토해서, 그동안 공모사업에 쓰던 예산을 여기에 주면서 중간중간 평가하고요. 종합적인 계획이 이미 서 있으면 도지사나 시장, 군수가 바뀌더라도 큰 틀을 유지하면서 부차적인 변화를 해나갈 수 있습니다. 역량이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필요한 거죠.

 

분권의 선결과제, 지역의 정치적 역량 강화

이남주 분권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정치적으로 관철시키는 힘도 중요합니다. 수도권 인구가 50퍼센트를 넘었다는 건 다시 말해 주요 정치세력에게도 수도권을 겨냥한 의제가 제일 중요해진다는 거죠. 수도권은 단일한 영역으로서 전체의 절반을 넘는 데 비해 다른 지역은 그나마도 다 나눠져 있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력을 갖기 더욱 어려워집니다. 지역구 국회의원도 인구수로 나누는 현행 제도대로면 수도권 비중이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철해야 할 균형발전 의제와 개혁과제는 점점 많아지고 있음에도 비수도권의 정치적 발언권이 과거보다도 훨씬 떨어진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렇듯 비수도권이 점차 힘을 잃는 상황, 특히 군 단위의 정치적 영향력은 거의 의미가 없어지는 지금의 현실이 분권과 연방제적 접근의 당위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차원에서 지역의 정치적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유화 최근 순천 인구가 늘고 광양 인구가 줄면서 순천 일부와 광양, 곡성, 구례를 묶어 하나의 선거구를 만들었어요. 순천 시민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찾아 광양으로 가야 하는 거예요. 국회의원을 한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조정하다보니까 일어난 현상인데요, 이렇듯 인구가 감소할수록 지역대표를 만들기가 점점 더 어렵겠다는 위기감이 있습니다. 특히 상황이 어려운 지역일수록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의 이익을 더 강하게 주장해야 하는데, 선거 때마다 이리저리 자르고 붙이면서 인구비례로 국회의원을 뽑는 현행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 국회의원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이남주 항상 논의는 있는데 실행은 되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일이죠. 단적으로 군 단위에서 보면, 예전엔 군 두곳에서 한명을 뽑았는데 지금은 4개 군에서 국회의원 한명을 뽑는다든지, 주변 시하고 일부러 엮어서 선거구를 만드는 등의 왜곡된 구조가 생기고 있거든요.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의석수를 늘리고 최소한 군 세곳당 국회의원이 한명씩 나올 수 있게 보장하는 식의 전환이 없으면 국회에서 지역대표성이 보장되기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입니다.

 

정준호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미국을 보면 상원의원은 50개 주가 똑같이 두명씩을 뽑잖아요. 이렇듯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고요. 강원도 얘기를 하자면, 강원도도 인구가 많이 줄었는데 군 하나하나의 면적은 워낙 넓어요. 인구수 맞춰서 서너개 군을 합치니까,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데도 하루 꼬박 걸리는 거예요. 헌법재판소에서 선거구 획정에 대해 결국 인구수 비례로 해석했는데, 정치인들이 이에 대해서는 고민을 좀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 논의는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들을 우리가 버릴 것이냐 가져갈 것이냐 하는 문제와도 연결돼요. 대부분의 주류경제학자들은 그런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다 떠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세상이 마냥 그렇게 되나요?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고, 정부는 모든 사람들을 일정 정도까지 책임져야 하잖아요. 이런 문제야말로 경제적 논리만으로 따질 수 없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사회적·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김유화 또 한편으로 저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게 되는데요, 21대 국회에 전남을 대표하는 여성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습니다. 지역의 문제를 모두 남성 국회의원이 풀고 있는 거죠. 최근 남녀 동수, 여성할당제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지역 내 성별 간 의석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고, 더욱이 지역에서는 성적인 편견도 경쟁도 심합니다. 전국적으로 여성의 점유율이 기초단체장 3.5퍼센트, 광역의원 19.4퍼센트, 기초의원 30.8퍼센트예요. 수도권을 제외하면 이 수치는 더 낮아지는데요, 전남의 경우도 기초의회에 여성 의원이 비례대표 한명만 있는 시군이 8곳이나 됩니다. 지역분권시대, 풀뿌리 지역정치 시대에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지역 여성 정치인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남녀 간의 성별 격차가 심해 여성의 경력단절이 빈번하고 젠더 폭력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요. 또한 저출생·고령화, 보육과 돌봄, 교육, 환경 등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생활정치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관련 의제를 생산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의 정치문화를 해체해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정 수 이상의 여성 의원이 있어야 합니다. 국가에서 법으로 여성의 정치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고, 각 당에서부터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준호 ‘모든 공간은 정치적이다’라는 말도 있거니와 지역은 그 자체로 정치적 동원의 수단이기 때문에 정체성에 있어서 지역이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최근 ‘정체성 정치’라고 할 때에 많이 나오는 얘기가 젠더 문제예요. 더욱이 그것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요. 가령 중화학공업도시 같은 곳에서 젠더 문제가 더 심각해요. 워낙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하거든요. 현실적으로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환경 문제든, 에너지 문제든, 젠더 문제든 더 강하게 발화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이 지역별로 차별적이라는 겁니다. 또한 지역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정체성을 정치적으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대표성이 취약해지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관후 2014년에 광역의원 선거인구 편차 기준(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구와 가장 적은 지역구 간 인구비율)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3:1은 위헌이고 2:1로 맞춰야 한다고 결론 냈을 때, 제가 그 판결을 비판한 논문1을 썼습니다. 그때 비판의 핵심은 일괄적으로 표의 등가성을 높이는 것이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를 오히려 더 크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현실적으로 대도시 국회의원은 늘어나고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 의원은 줄어듭니다. 농어촌에 사는 국민들은 지금도 교육, 의료, 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도시에 사는 국민들보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데, 도시가 농어촌보다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예산 불평등이 지속되거나 가속된다면 이것이야말로 ‘다수의 폭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선거가 특정한 주거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정치적 대표를 항상 더 많게 한다면, 이건 민주주의의 원칙을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그런 부분을 왜 정치가, 특히 진보정치가 고려하지 않는지를 계속 생각했는데요, 한국 진보가 여러 균형과 평등에 의식수준과 감수성이 높고 실제로 그것을 확보하는 데도 많이 기여한 데 비해 ‘지역인지 감수성’이 매우 낮아요. 저는 한국의 진보가 굉장히 서울중심주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를 바꾸거나 국가의 정책을 결정할 때 지역인지 감수성이 없어요. 꼭 정치적 지향과 관계없이도 이런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이, 제가 지역균형발전 관련해서 서울에서 기자들과 얘기할 때가 있었는데 정말 딴 나라 얘기 듣는 것처럼 하는 겁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더니 죄다 서울 출신이더라고요. 70년대생이면 사오십대잖아요. 그런데 그때 이후로 출생한 사람 중에 정책결정자와 가까운 사람들, 관료, 기자 등등의 상당수가 서울 출생이거나 아니면 어렸을 때 서울에 와서 자라면서 지역은 여행에서의 풍경으로만 기억하고 있어요. 수도권 인구 비중이 50퍼센트를 넘은 만큼 이제부터는 의식적으로 강조하지 않으면 정말로 지방은 보이지 않게 될 겁니다. 일례로, 기획재정부가 세종청사에 있는데 그외에는 지역 사무실이 없어요. 행정안전부는 그래도 승진할 때마다 지역에 가서 몇년씩 근무하다 와요. 저는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 관료들도 때때로 지역에 파견 발령을 냈으면 좋겠어요. 단 몇년이라도 근무해야 지역인지 감수성이 높아지지 않겠나 하는 거죠.

 

지역균형발전과 남북관계

이남주 지역균형발전과 다극화를 고민하다보면 남북관계와의 연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균형발전과 남북관계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제가 기초자치단체와 북한 지방정부 간 교류사업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있어서 지역을 좀 다녀보니 여러 아이디어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완도는 양식기술을 북에 전수해서 협력하려고 한다든지, 평창은 여기서 소 종자를 가지고 가서 북에서 소를 키우게 하고, 현지에서 도축까지 해서 그것을 남북 전역으로 공급한다든지 하는 건데요. 당장에야 여러 면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중앙에서 단극적 교류만 할 것이 아니라 다극적으로 힘쓸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 그게 지역의 역량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정준호 남북관계가 이렇게 경색된 상황에서는 작은 단위에서의 움직임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원도의 경우는 남북관계에 따라 지역경제가 움직이는 곳이 많아요. 고성이 대표적이죠. 제가 있는 학교에서도 통일 관련 연구원을 둬서 세미나도 많이 하고 방금 말씀과 같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지방정부도 엄연히 정부잖아요. 꼭 중앙정부만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지방정부에서 작은 단위의 새로운 경로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신뢰를 구축하는 경험이 쌓이면 활로가 뚫리고 긴장 완화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나 합니다.

 

이남주 우리 스스로 한반도를 공간적으로 재구성한다는 차원에서도 유의미하겠네요.

 

정준호 한반도 재구성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축을 연결시키는 거죠. 무슨 말이냐면 강원도의 경우 위치상 수직축에 있는 원산과 잇는 식으로 연계하자는 겁니다. 지역 간 교류가 활성화되면 외국과 FTA 체결해서 교류하듯이 다른 지역하고 연결되면서 다양한 기회를 생각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리라고 봅니다. 이렇게 연계의 축을 확보하면 나중에 통일이 되었을 때 분권화된 통일한국의 상을 미리 엿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국가 대 국가로만 만나면서 단극적 교류만 있다보니 그런 상황을 못 꾸리는 거죠.

 

이남주 제가 생각하는 지점이 바로 그런 부분인데요, 남북이 앞으로 다시 협력적인 관계로 간다고 했을 때 지금대로면 또다른 중심주의, 중앙정부 중심주의가 강하게 작용하지 않겠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남북 교류도 특정 지역으로 집중되는 양상이 아니라, 좀더 지역균형발전의 취지에 걸맞은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관후 그간 남북교류가 서울과 평양을 중심으로만 진행되어왔죠. 지역에서도 스스로 ‘남한 지역과 북한 지역 간에 개별적 교류가 과연 가능할까’ 하면서 주저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과거 사례를 보면 작은 실마리들을 지역마다 찾아보기는 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완도 사례도 있고, 경남은 딸기를 가지고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고요. 그런데 최근에 나온 얘기가, 남북 간에 산업적 시간차가 있다는 겁니다. 남쪽에서는 서서히 사양산업이 되고 있는 것이 북에서는 아직 필요한 적정기술이라는 거죠. 이런 산업이 꽤 있어요. 예를 들면 부산·경남에는 중소 조선소가 많습니다. 조선소가 배를 만드는 곳이지만 배를 고치고 업그레이드할 때도 필요하거든요. 특히 작은 어선들은 중소 조선소에서 감당해야 해요. 그런데 북한 어선이 굉장히 열악한 상황입니다. 가끔 일본에서 표류하는 경우도 보도되잖아요. 이것들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쉽지 않거든요. 마산항이나 영도의 중소 조선소들을 사양산업이라며 그냥 문 닫게 할 것이 아니라 원산, 청진에 있는 북한 어선들 수리하고 개량하고 기술 전수하게 하는 거죠. 이런 식의 교류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이미 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지금부터 지역끼리 교류협력의 틀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꼭 이런 부분까지 서울과 평양이 다 정해주려 하지 않았으면 해요.

 

김유화 실제로 남북 간 교류에 대해 지역민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민간 차원을 넘어 교류사업을 정책으로 시행하려는 지자체가 늘고 있고요. 서로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접점을 찾아 지역 간 교류를 시행한다면 이념적인 갈등도 점차 해소할 수 있겠죠. 예를 들면 순천의 경우는 북한에 같은 이름의 도시가 있어요. 두 도시가 교육과 교통의 거점이라는 점에서도 연결되는 면이 있거든요. 일견 사소해 보이더라도 이런 이유를 들어서 친밀감을 형성하기에는 작은 지역 단위가 더 유리합니다. 지역민들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해서 북한에 지원·교류 사업을 도모한다면 이후 교류에서도 시너지가 나리라 봅니다.

 

지방 소멸로 이어지기 전에

이남주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지역 격차 문제를 이 시점에서 대화 주제로 다룬 것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지역 의제를 미리 공론화해서 선거 국면에서도, 새 정부 들어서서도 지역균형발전 문제가 중요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하자는 건데요. 지금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해 효과적일까 짚어보면서 대화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정준호 비수도권이 망가지는 것은 국가 전체가 망가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점차 강하게 듭니다. 그간 비수도권의 순소득 4~6퍼센트 정도가 계속해서 수도권으로 유입되어왔어요. 대략 연간 70~100조원 안팎인데, 이건 수도권도 비수도권에 의존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는 거예요. 한국은 전통적으로 제조업 국가니까 생산적인 부가가치들은 제조업의 중심지인 비수도권에서 온 거죠. 그렇기 때문에라도 반드시 한국을 균형발전 담론에 맞춰 리빌딩해야 하고요, 이때 필요한 개념이 ‘순환형 초광역 경제권’입니다. 기존의 광역경제권과 달리 초광역권 내에서 저출생·고령화 등의 인구 문제, 디지털 전환, 에너지 전환 등의 미래사회에 대응해야 합니다. 지금은 단적으로 석탄발전소가 충남 등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요. 거기서 생산된 에너지들은 다 서울로 가고요. 이제 수도권으로 모든 자원을 몰아주는 것 그만하고 일정한 권역 내에서 해결하고 순환하는 방식의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또 비수도권 지역의 제조업을 방기하는 것은 한국 경제를 직격하는 문제입니다. 비수도권 지역에 이미 있는 제조업의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디지털사회로의 전환을 도모해야 합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디지털로 전환한다고 하면 단순하게 수도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IT, BT 산업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지금까지 버틴 데는 비수도권 제조업이 큰 역할을 한 거거든요. 삼성전자든 현대자동차든 SK든 LG든 주요 공장은 대부분 비수도권 지역에 있어요. 그 밑으로 여러 하청업체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고요. 여전히 제조업에서 상당한 부를 생산해내고 있는 만큼 이러한 산업에 대해서도 전환이 필요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까 이관후 연구원 지적처럼 지역인지 감수성을 키워야 합니다. ‘지균충’ ‘지잡대’ 같은 혐오 표현이 지금 사회의 지역인지 감수성을 가늠하게 하는 것인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김유화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에 사는 삶이 행복해야 합니다. 교육과 보육의 문제, 일자리 문제 등 지역에서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 굳이 서울로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삶과 환경이 중요하고, 그만큼 지역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을 텐데요. 지금 논의에 탄력을 받고 있는 지역분권을 통해 지역민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치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지역민들의 힘이 지역균형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관후 수도권에서 나타나는 거의 모든 문제가 사실 지역과 관련되어 있어요. 단적으로 최근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인데, 이게 정확히는 ‘수도권 부동산 문제’죠. 지방에서 ‘부동산 문제’라고 하면 미분양을 먼저 떠올리거든요. 이렇게 다른 거예요. 수도권에 부동산 문제가 왜 생겼을까, 정책 실수가 어디서 났을까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수도권에 주택 공급이 충분한가를 두고 논쟁이 많았죠. 그런데 2000년 이후로 20년 동안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가 130만명입니다. 서울의 출생률이 지금 1인당 0.72명밖에 안 되는데 서울 인구는 계속 늘어나요. 출생률은 마이너스임에도 인구가 늘어나는 규모가 이렇다면, 수도권 주택 공급이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를 놓고 그 안에서만 이야기하는 게 애초에 유의미한 논쟁인가요? 장기적으로 볼 때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의 정주성이 높아지고 지역의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오지 않아도 되게 해야죠. 가장 핵심적인 것은 청년입니다. 지역 대학의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신입생들이 계속 서울로 올라갈 거예요. 그 사람들은 서울에서 일자리 얻어서 계속 살게 되는 거죠. 서울의 청년 문제, 부동산 문제, 일자리 문제를 지역 문제 해결하지 않고서 극복할 수 있을까요? 서울 문제는 서울의 열기를 내려야 해결되는 상황이고, 그렇게 하려면 지역의 정주여건을 어떻게 높일지, 특히 지역의 교육과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먼저 봐야 한다는 겁니다. 수도권을 머리로, 지역을 손발로 생각했던 기존 국토발전 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왔습니다. 지금 과감하게 바꾸지 못하면 정말 기회를 놓치는 겁니다. 지역균형발전 담론 안에서 재정, 정책, 정치제도, 심지어 헌법에 이르기까지 최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 곧 위협받게 될 거라고 봅니다.

 

이남주 지역 문제가 그간 위에서 주어지는 발전 모델, 분권 모델에 의해 좌우되었는데, 이제는 아래로부터의 흐름을 만들어서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지금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반드시 연방제라고 규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분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재정, 교육, 정치 영역에서 필요한 개혁에 대해서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지역 문제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의제화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도 좌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2021.4.24. 창비서교빌딩)

 

 

  1. 이관후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의정논총』 제11권,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