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진행중인 기억으로서의 햇볕정책

이원섭 『햇볕정책을 위한 변론』, 필맥 2003

 

 

김창호 金蒼浩

중앙일보 학술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wjsans@joongang.co.kr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인간은 기본적으로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엄격한 인과론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는 현재 속에 투영돼 현재를 규정한다.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현재의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현재 자신의 존재조건에 따라 과거는 다른 방식으로 현재에 투영돼 현재화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과거가 현재를 규정한다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과거는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가 과거를 현재화한 결과를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일 뿐이다. 나아가 이같은 기억방식의 차이는 역사해석 사이의 인식론적 경쟁을 야기하게 되고, 그것이 역사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수많은 논쟁도 결국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로 표현될 수 있다.

이원섭(李元燮)의 『햇볕정책을 위한 변론』은 지금으로부터 그리 머지않은 과거에 햇볕정책에 대한 ‘기억’을 하나의 입장에서 정리한 것이다. 햇볕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당시와 별로 다른 것이 없다. 오히려 지금도 동일한 대립이 재현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