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집토끼가 아니라 호랑이다

20대 여성의 정치 참여를 중심으로

 

 

김은지 金銀智

『시사IN』 기자, 저서 『20대 여자』(공저)가 있음.

smile@sisain.co.kr

 

 

지난 3월 31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실의 주최로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대선 이후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민주당 입당이 대폭 늘어 기획된 행사였다. 민주당 조직국의 관계자는 관련 규모를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16만명의 새로운 당원이 입당했다”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말을 통해 현상의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다.

발제자로 참여한 필자에게 흥미로웠던 것은 유튜브 생중계 채널에서 본 실시간 댓글 반응이었다. “우리는 집토끼가 아니라 호랑이다”라는 댓글이 호랑이 이모티콘과 함께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올라왔다. 각기 다른 아이디를 가진 사람들이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팬심으로 해석하는 관점을 거부하는 “팬이 아니라 유권자다”라는 내용도 많았다. 행사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2030 여성 당사자들이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인데, 이는 20대 대선이 불러온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였다. 대선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다 막판 결집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시한 젊은 여성들이 한발짝 더 나아가 정치 참여로까지 걸음을 옮긴 것이다.

3월 9일 본투표 하루 전날까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0%포인트 차이로 윤석열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단언하고 다녔다. 숱한 ‘정치평론가’ 또한 비슷하게 예측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승패만 맞았을 뿐이다. 여럿을 민망하게 만들 만한 숫자가 대선 결과 분석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무엇보다 윤석열 후보의 신승을 만든 0.73%포인트라는 차이, 그리고 58 대 58 로 나뉜1 20대 남녀 표심이 그랬다.2

누군가 내게 ‘대선을 취재한 정치부 기자로서 이런 결과를 예상했느냐’고 물어본다면, 나 또한 머쓱하다. 사실 2016년 총선 이후부터 선거 결과 예측은 시도조차 안 하고 있다. 2016년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단독 개헌선(200석)까지 차지할 것이라는 여론조사와 전문가 예측이 쏟아졌다. 그러나 결과는 새누리당 122석, 민주당 123석. 여소야대로의 전환이었다. 무참하게 박살 난 ‘예측’을 지켜보며 “정치부 기자가 제일 못 맞힌다”라는 반농담 반진담과 함께 예단을 삼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래도 이번 대선에서 24만여표, 0.73%포인트 차이라는 ‘역대급’ 결과가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다만, 개표방송을 보며 내심 어깨를 으쓱한 장면이 있다. 20대 여성 표심이었다. 대선 한달 전인 지난 2월 『20대 여자』(시사IN북)라는 책을 펴냈다. 2021년 8월 『시사IN』에서 보도한 ‘20대 여자 현상’ 기사 시리즈3를 기본으로 두고, 당시 지면 분량상 공개하지 못했던 무수한 웹조사 데이터와 국승민 오클라호마대학 교수, 정치학을 전공한 정한울 한국리서치 연구위원의 원고 등을 추가해 엮었다.

『20대 여자』의 핵심 요지는, ‘젠더 이슈’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정치 균열로 떠올랐고 적어도 20대 내에서는 주요 전장(戰場)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바로미터는 한미동맹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태도, 성장과 분배 사이의 선호 등이었다. 그런데 이 틀로 요즘 20대를 보면 잘 읽히지 않는다. 위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응답 양상은 ‘성차별’에 대한 20대 남녀의 인식 차이만큼 뜨겁지 않다.

웹조사4를 통해 본 20대 여성 다수는 ‘나는 약자는 아니지만 차별받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즉 사회구조 속에서 ‘나와 세상의 관계’를

  1. KBS·MBC·SBS 지상파 3사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 중 58.7%가 윤석열 후보, 20대 여성 중 58%가 이재명 후보에 투표했다. 「20대 남녀의 다른 선택…‘성별 갈라치기’ 전략 성공 못했다」, 한겨레 2022.3.9.
  2.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 여성에게서 윤석열 후보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비율로 보면 40대 여성(60.0%)-20대 여성(58.0%)-50대 여성(50.0%)-30대 여성(49.7%) 순이다.
  3. 『시사IN』 728호(2021.8.24) 및 729호(2021.8.31) 참조.
  4. 해당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한 url 발송)는 『시사IN』의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2021년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나흘간 진행했다. 인구비례에 맞춰 선별한 1만 183명에게 조사를 요청, 전국의 만18세 이상 남녀 2490명이 참여했으며, 238개 질문에 모두 응답한 사람은 2000명이었다(요청 대비 19.6%, 참여 대비 80.3%). 연령별로 보면 20대(18~29세) 600명, 30대 600명, 그외 연령대(40세 이상) 800명이다. 95% 신뢰수준, 표집오차 전체 ±2.2%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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