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차별과 연대

외국인노동자 인권침해 실태와 극복방안

 

 

설동훈 薛東勳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위원. 저서로 『외국인노동자와 한국사회』 『노동력의 국제이동』 등이 있음. dhseol@plaza.snu.ac.kr

 

 

1. 노동시장의 변화와 외국인노동자의 유입

 

2000년 가을 이후 국내 경제의 사정이 좋지 않다. 실업자 수가 1998년 수준에 근접한다는 위협성 분석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시장 상황이 불안한데도 외국인노동자는 거의 대부분 일자리를 갖고 있으며, 새로 입국하는 사람도 계속 줄을 잇고 있다. 그 까닭은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인들이 취업하기를 꺼려하는, 어렵고 위험하며 지저분한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실업과 구인난이 병존하는 ‘일자리-인력 부조응’(job-mismatch)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대졸인력의 구직난·실업, 생산기능직의 구인난·인력난이 병존해온 것이다. 중소제조업체의 생산직 인력난은 특히 심각하다. 실업률이 매우 높은데도 중소기업 생산직 인력 부족이 지속되는 것은 한국인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꺼리는 현상의 반영이다. 즉, 생존의 문제에서 해방된 한국의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의 사업장에 취업하려 하지 않았다. 1997〜98년의 대량실업 사태 속에서도 한국인들은 이 부문을 여전히 기피했다. 결국 중소제조업 생산직은 열악한 작업환경과 장시간 노동, 저임금, 그리고 낮은 직업 위신(prestige) 등을 동반하는 기피직종으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상당수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는 빈 일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대체인력을 외국인노동자에서 찾았다. 외국인노동자는 1987년경부터 한국으로 들어왔으며, 2001년에는 약 30만명에 달할 정도로 그 수가 급증하였다(설동훈 2000a, 190면). 그것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1994년 이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창구로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을 대거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입국하여 국내에서 취업한 외국인 미등록노동자들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외국인노동자 수는 1998년 국내 경기침체로 일시적으로 격감했으나, 1999년 가을 이후 다시 급증하고 있다. 그들은 전국의 공장·건설현장·식당·농장·어장 등 산업현장에서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그들은 한국 노동시장의 일정 부문을 전담하게 되었고, 그 결과 한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고령화의 진전과 출산력의 감소로 노동력 공급이 감소하게 될 미래에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유엔이 2000년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이 1995년의 노동연령 인구, 노령인구 부양비를 2050년에도 유지하려면 2035〜50년에 연간 10만명 꼴로 150만명의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조선일보』 2000.3.23). 이는 생산성 증가 등 경제성장의 다른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지만, 장래에 외국인력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데는 충분하다. 결국 외국인노동자는 국내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차지할 것이며, 이러한 경향은 자본의 전지구화가 심화될수록 더욱 뚜렷이 나타날 것이다. 외국인노동자의 국제적 이동행렬은 한국 자본을 포함한 세계적인 자본운동의 산물이기 때문이다(설동훈 2000a, 44〜54면).

외국인노동자 연구는 21세기 한국사회의 가장 큰 과제인 통일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통일 이후 한국사회가 직면할 가장 큰 난제는 남북한 주민간 상호대립과 불신일 것이다. “헤어졌던 형제가 어울려 사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을 것이냐”고 낙관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상이한 체제로 분단되어 대립한 세월 동안 사회의 이질화가 심화되었으므로, 통일 후 사회통합 과정은 별개의 두 나라가 합쳐지고 두 국민이 하나되는 과정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더불어 사는 사회’ 건설은 남북통일 후 한국사회의 가장 큰 과제가 될 사회통합의 기초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한국이 외국인노동자를 착취하는 야만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인권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사회 내부에서 자행되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의 실태를 확인하고, 그 원인을 구명하며, 극복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긴요하다.

 

 

2. 한국인의 외국인노동자 차별

 

국내 외국인노동자 약 30만명 중 65%가 미등록노동자고, 29%가 산업연수생, 1%가 연수취업자, 5% 정도가 전문기술직 종사자다. 또 이들 중에서 95%는 단순기능직 종사자이고, 그중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자격을 인정받는 ‘연수취업자’는 1% 정도에 불과하다.(임현진·설동훈 2000, 8면)

한편, 국내 생산기능직 외국인노동자의 26%는 중국동포 또는 우즈베끼스딴·까자흐스딴 동포다(Seol 2000, 136면). 그들이 외국인노동자 속에 섞여 있는 것은 구한말 이후 시작된 한민족 이산(diaspora)의 유산이다. 기아와 식민 압제 및 전화(戰禍)를 피해 해외로 이주한 한인의 후손들이 할아버지의 나라로 귀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그들을 ‘다른 외국인과 전혀 다름없이’ 대한다.

한국에는 외국인력의 수입과 관리를 규제하는 법률이 없다. 한국정부는 단순기능 외국인력을 ‘공식적으로’ 수입하지 않고, 각종 편법을 통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업연수생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그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는 중소기업청과 노동부의 고시나 예규 등의 지침밖에 없다. 제도의 미비로 한국에서는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침해 사건이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빈발하고 있다.

미등록노동자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상의 약점 때문에 임금체불, 사기 피해, 산업재해 등 인권침해를 당하고도 피해사실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등록노동자가 자신이 입은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노동부에 진정을 하거나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져 강제출국당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외국인노동자 인권침해 사건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산업기술연수생은 합법적 ‘체류자격’을 갖고 있으므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산업기술연수제도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에 대한 차별임금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미등록노동자는 한국인노동자와 거의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지만, 산업연수생은 그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는다. 그 때문에 산업연수생이 지정된 사업체를 이탈하여 미등록노동자가 되는 경우가 빈발한다. 1994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도입한 제1차 산업연수생은 절반 이상이 지정된 사업체를 이탈했다(설동훈 1999, 122면). 산업연수생의 인권침해 사건은 그들의 사업체 이탈을 막으려는 기업의 부적절한 대응방식 때문에 주로 발생한다. 한편, ‘3년차 산업연수생’에 해당하는 연수취업자는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연수생과 다름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

 

임금체불과 저임금

미등록노동자는 한국인이 일하기를 기피하는 3D 업종의 영세기업에 주로 취업하고 있다. 그들은 같은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그들이 그렇게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은 직장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곳이 있으면 직장을 바꾼다. 그러므로 그들은 차별적 저임금 문제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대신에 그들은 임금체불 문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1999년 1년간 전국의 69개 외국인노동자 관련 단체에 상담 접수된 임금체불 사례는 무려 4782건이었다(설동훈 2000b, 23면). 그들의 대부분은 미등록노동자였다.

미등록노동자의 임금체불이 심각한 까닭은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그들이 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