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척박했던 시절, 그들의 사랑

전숙희 『사랑이 그녀를 쏘았다』, 정우사 2002

 

 

이호철 李浩哲

소설가

 

 

꼭 53년 전 6·25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에 본인의 뜻대로 한강변에서 총살형으로 처형되었던 소위 여간첩 김수임(金壽任) 이야기가 뒤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이제야 실록소설로나마 발간되었다는 것 자체는 우리 사회가 이 정도로 변했고 나름대로 성숙되었다는 것을 실감케 해준다. 더구나 이 실록소설을 김수임 본인과 남다르게 친숙했던 전숙희(田淑禧)라는 분이 80세가 넘은 나이에 옛날 그때 자기자신이 보고 겪은 그대로 써냈다는 데에도 각별한 뜻이 있어 보인다. 대목대목 면밀한 사실 검증은 더 필요하지 않겠나 싶지만, 살아 생전에 한때 필자도 가까이 지낼 수 있어 드물게 인간적 진폭이 컸던 모윤숙이라는 사람의 이 사건과 관련된 거취(去就)도 무척 실감을 더해주고 있다.

1940년대 후반의 해방공간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