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4년 『민중시』 1집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인간의 시간』 『길은 광야의 것이다』 등이 있음.

 

 

 

첫날

 

 

눈 오는 아침은

설날만 같아라

 

새신 신고 새옷 입고

따라나서던 눈길

어둠속 앞서가던 아버지 흰

두루막 자락 놓칠세라

종종걸음치던 다섯살

첫길 가던 새벽처럼

 

눈 오는 아침은

첫날만 같아라

 

눈에 젖은 대청마루

맨발로 나와

서늘하게 앉으니

가부좌가 아니라도

 

살아온 시간도 흔적도

흰 눈송이 위에 내리는

흰 눈송이 같은데

 

투둑, 이마를 치는

눈송이 몇

몸을 깨우는 천둥소리

 

아, 이대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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