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

 

촛불 이후 되새기는 4·3문학

 

 

김동윤 金東潤

문학평론가, 제주대 국문학 교수. 저서 『작은 섬, 큰 문학』 『소통을 꿈꾸는 말들』 『제주문학론』 『기억의 현장과 재현의 언어』 『4·3의 진실과 문학』 『신문소설의 재조명』 등이 있음. kdongyun@hanmail.net

 

 

1. 광장의 촛불과 오름의 봉화

 

지난겨울 우리가 이뤄낸 촛불혁명은 찬란하고 황홀한 역사가 되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언제 어디에 이처럼 명예로운 위업이 있었던가. 오래도록 자랑 삼기에 충분하다. 물론 혁명의 진정한 완수는 적폐를 확실히 청산하여 나라다운 나라를 만듦으로써 이뤄지는 것이겠지만.

촛불은 서울 광화문뿐 아니라 부산의 서면 중앙로, 광주 금남로, 대전 둔산동 등 전국 각처에서 동시다발로 타올랐다. 제주에서도 제주시청 집회에 20회 동안 연인원 56천여명이 참가했다. 비행기 타고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제주 사람들 중에는 촛불을 보면서 무자년(戊子年)에 오름마다 타올랐던 봉화를 떠올린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집회의 자유발언대에서 4·3을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가 밀어붙였던 국정교과서의 왜곡된 4·3 기술을 규탄하는가 하면, 4·3 해결을 위해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기도 했다.

‘촛불’과 ‘봉화’는 상통하는 불꽃이다. 적폐를 없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고 불을 밝혔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개개인이 존중되는 공화국에 대한 염원은 다를 바 없다. 결국 오래전 제주에서 청산 못한 적폐 문제가 촛불혁명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촛불혁명의 완수는 4·3항쟁의 완수이기도 하다.

실로 4·3은 제주와 한반도만이 아니라 세계사적 흐름에서도 주목되는 항쟁이었다. 2차대전 이후 세계체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쌓인 긴장이 제주섬에서 폭발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학이 여기에 주목함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었다. 4·3문학은 공산폭동론 외에는 허용하지 않던 난공불락의 벽을 전위에서 기어코 무너뜨리면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중심에는 현기영(玄基榮)이 있었다. 항쟁 30주년에 발표된 그의 중편 「순이 삼촌」(1978)은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했다. 이 작품은 제주섬에 그런 믿기 어려운 참사가 있었고, 그 상흔이 계속 곪아가고 있음을 많은 독자들에게 충격적으로 인식시켰다. 국내에선 연구논문도 없고 언론도 침묵하는 가운데 연이어 발표된 현기영 소설은 4·3 인식의 전범(典範)이 되었다.

재일작가 김석범(金石範)4·3문학에서 뚜렷한 위상을 지닌다. 김석범이 ‘제주4·3평화상’의 첫 수상자(2015)가 된 것은 4·3 작가임과 상관성이 크다. 그가 국제적으로 펼친 평화운동은 작품세계와 연관된 활동이기 때문이다. 1957년부터 발표된 그의 4·3소설들은 1988년 『까마귀의 죽음』과 『화산도』 제1부가 번역 출간되면서 국내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특히 『화산도』는 2015년 완역되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4·3항쟁이 이제 70주년을 맞는다. 촛불혁명의 완수 여정과 맞물린 중차대한 이 시점에서 4·3문학은 진지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해야 한다. 이에 4·3문학의 두 거장인 현기영과 김석범의 소설을 다시금 짚어보고자 한다.1 4·3문학에서 지금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지, 그러려면 어떤 방식이 유용할지를 짚어본다. 특히 적극적인 현재성의 의미를 부여하는 맥락에서 항쟁담론으로서 4·3문학에 방점을 둘 것이다.

 

 

2. 봄의 항쟁담론으로서 4·3문학

 

4·3은 오랫동안 겨울 이야기였다. 대표적인 4·3시집인 김경훈의 『한라산의 겨울』(삶이보이는창 2003)과 강덕환의 『그해 겨울은 춥기도 하였네』(풍경 2010)에서도 그 계절을 내세웠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수만의 죽음 대부분은 무자·기축년 겨울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진상규명운동도 억울한 죽음을 신원(伸冤)하라는 요구가 주된 방향이었다. 4·3특별법도 “194731일을 기점으로

  1. 현기영 소설은 『마지막 테우리』(창작과비평사 1994) 수록 단편들, 김석범 소설은 『화산도』(전12권, 김환기·김학동 옮김, 보고사 2015)를 텍스트로 삼는다. 아울러 이 글에는 필자의 논저 『4·3의 진실과 문학』(각 2003) 『기억의 현장과 재현의 언어』(각 2006) 『작은 섬, 큰 문학』(각 2017), 「4·3항쟁의 소설화 양상」(『제주작가』 2017년 가을호) 등에서 기왕에 논한 사항을 토대로 재구성하거나 고쳐 쓴 부분이 적잖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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