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총선 이후, 시민정치의 길을 묻다
정현곤 鄭鉉坤
정치학 박사. 세교연구소 선임연구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책위원장. 공저 『천안함을 묻는다』가 있음. jhkpeace@empas.com
바야흐로 다시 정당의 시대인가. 4·13총선 이후 온통 ‘기—승—전—정치’로 드러나는 소란스러움이 이 시절의 특징을 증언한다. 정당정치의 가벼움이 그리 미더울 수 없기에 우리는 시민들이 복원시킨 이 정치현상을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총선을 놓고 모두들 뜻밖의 결과라고 말했다지만 시민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아픔과 분노를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결과만도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겪고 또 겪고 속고 또 속고 있다는 심정으로 정당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변화를 향한 시민들의 아우성에 비해 대책없는 시민사회를 질타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겠는가.
‘뭐라도 하는 사람.’ 이번 4·13총선을 준비하면서 시민사회단체가 스스로를 표현한 말이다. 이 말에는 두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하나는 절박감이다. 실정을 저지르고도 약체 야당과 언론장악에 기대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는 정부와 여당을 상상하는 것은 너무 괴로운 일이었기에, ‘뭐라도’ 해야 했다.1) 무력감도 있었다. 박근혜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과제를 내걸었음에도 도대체 선거판에서 정당에 영향을 미칠 방법이 없는 것이 답답했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한다면 그 말은 곧 뚜렷한 그 ‘무엇’이 없음을 실토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에 반해 정당체계는 그 지리멸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금 살아났다. 만약 정부여당이 스스로 호언장담하던 수준의 의석을 얻었다면, 우리의 정당체계는 균열을 넘어 파괴 수준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의 목소리가 수렴되는 의회공간의 위축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시민들은 정당체계를 살려놓았다. 국회는 다시 유의미한 민주정치의 제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정당들이 민주정치를 향한 시민들의 바람에 부합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간 수없이 혁신을 부르짖었지만 취약한 정당구조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스스로는 답을 찾기 어려운 것이 또한 정당이다.
시민사회 정치기획의 전환
이명박정부 집권 2년차, 민주의 위기가 민생의 위기를 부추기던 2009년 무렵 시민사회는 정부의 횡포를 물리치기 위해 일련의 정치기획을 준비한다.2) 이 정치기획은 창당을 목표로 삼는다거나 또는 정치를 대상화하는 데서 나아가 시민사회의 직접적인 정치 개입력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이 기획의 1차적 목표는 2010년 6·2지방선거였고 그 이후 2012년 총선과 대선도 염두에 두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정치담론이 시민정치와 연합정치였고 유력한 도구로 ‘희망과대안’이 그해 10월에 창립된다. 당시 논의에서 시민사회가 내세운 논점은 세가지로, 기존 정당 속의 정치블록을 지향하지 않는 독립적인 기획이라는 점, 기존의 정치적 중립 테제를 넘어선다는 점, 그럼에도 새로운 정당을 도모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새로운 비전과 세력, 미디어, 정치와 사회조직을 재구성할 여러 공간을 생성한다는 것이었다.3) 여기서 ‘희망과대안’은 정당과 시민사회를 엮는 일종의 거멀못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로서 정책연합, 가치연합이라는 좀더 의미있는 정치연합을 꾀했다. 이같은 정치기획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1:1 여야 구도라는 후보단일화의 기제로 작용, 선거승리를 이끌게 되면서 빛을 보았다.4)
한편 2011년 8월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거부를 주민투표에 부치는 무리수 끝에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박원순(朴元淳) 변호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다. 당시 시민사회 인사인 박원순이 민주당의 박영선(朴暎宣) 의원을 누르고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가 되는 과정은,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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