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케이트 브라운 『체르노빌 생존 지침서』, 푸른역사 2020

사료와 증언으로 재난의 의학적 영향을 파헤치기

 

 

최은경 崔銀暻

경북대 의과대학 교수 qchoi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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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습기 살균제 유통 판매에 관한 1심 재판 결과 무죄가 선고되어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에 독성이 있으나 실제 유해성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피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의 근거를 들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심대한 고통을 안겨준 ‘원인 미상 폐 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가 아니라는 점이 더 믿기 어렵다. 과학적 인과관계 추론이라는 소위 ‘합리적’인 과정이 몸과 신체의 경험을 배신하는 순간이다.

환경성 질환 앞에서 의생명과학은 때로는 진실을 밝혀내기에 무력하고 심지어 주어진 진실조차 누르는 권위적인 목소리가 될 때가 많다. 주로 환경물질의 장기 영향을 평가하는 만성질환에서 몸의 경험과 증언은 객관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무시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하필이면 그 질환을 내가 앓게 된 이유를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원인물질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