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크리스티나 램 『관통당한 몸』, 한겨레출판 2022

오직 정의를 요구한다

 

 

정용숙

鄭容淑/춘천교육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jungys@c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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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위해 성노예를 착취한 것은 일본군만이 아니었다. 나치독일의 성착취는 그보다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이루어졌다. 그러나 ‘과거청산 모범국’에서도 그 이야기는 금기 중의 금기, 최후의 금기였다. 배제되고 소외된 전쟁 피해자들이 늦게나마 불려 나올 때도, 성노예와 전시 강간 피해자들은 숨죽이고 침묵했다. 이 주제는 독일에서도 2000년대에 들어서야 공론화되었으며 2009년 비로소 이 일의 일부를 정면으로 마주한 학술연구서(Das KZBordell )가 나왔다. 그 연구서의 저자인 로베르트 좀머(Robert Sommer)는 자기 책을 거꾸로 꽂아놓는다고 했다. 책등에 인쇄된 제목에 무심코 눈이 갈 때마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떠올라 괴롭기 때문이다. 지구 곳곳에는 그보다 더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주 많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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