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점 | 이 계절에 주목할 신간들

 

 

타인의 빛과 ‘나’의 승리

 

 

김영희 金伶熙

문학평론가. 주요 평론으로 「페미니즘으로 김수영의 시를 읽을 때」 「생명의 관측소와 새로운 노동시」 등이 있음.

yhorizon@naver.com

 

 

 

주민현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창비)

 

201_412

주민현의 시집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를 읽으며 미학과 정치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시는 미학과 정치에 대한 기존 논의에 지금 중요한 의제인 페미니즘과 생태정의를 장전하여 젠더, 기후위기, 동물권 등에 집적된 사회모순을 미학적인 언어로 풀어내며 시의 정치성을 갱신하고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생빅뚜아르산을 매번 ‘다르게’ 묘사하는 예술가의 시선으로, 자신이 상상하는 ‘시와 현실’의 미래를 ‘선언적으로’ 그려낸다.

주민현의 시에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연대의 감각이 전제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란 비단 인간만이 아닌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이다. 시집 속에서 우리는 눈빛과 감정으로, 때로는 “침묵”과 “재채기”(「가장자리」) 같은 것으로 서로가 이어져 있음을 확인한다. 이러한 연결은 자본의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황금사슬보다 견고하고 본래적이다. 우리가 “흰 빵은 먹을 수 없는 것/피에 젖은 빵은 삼킬 수 없는 것”은 제빵회사 청년 노동자의 죽음이, 생명보다 우위에 있는 “피에 젖은”(「빛으로 이루어진」) 화폐가 그 빵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흙집에 내려와 앉았던 참새가/나의 화단으로 날아와 지저귀고”(「꽃다발과 따발총」) 있을 때, 강제수용소에 억류되고 강제 산아제한을 당하는 위구르족 여성의 고통과 ‘나’의 감정이 연결된다. 청년 노동자, 소수민족 여성, 개와 쥐, 영혼에 이르는 연대의 감각은 자본과 노동, 민족과 종교, 인간과 비인간의 구별 없이 모든 피조물을 이어준다. 이 순간 시는 ‘피’와 ‘총’의 역사를 기억하고 연대하는 행위가 된다.

시로써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자문하며, 주민현은 ‘이야기를 품은’ 시를 통해 주변부와 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발화한다. 전봇대 위에서 작업을 하다 고압전류에 감전된 노동자의 손을 붙잡고, 위험한 작업에 외주를 주는 현실을 기록한다(「밤이 검은 건」). 당신의 목소리로 말하고, 당신의 손을 붙들고, 당신의 집을 방문한다(「전구의 비밀」). 이때 연대의 감각은 환대의 시로 탄생한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쓴 시는, 다시 누군가의 고통을 껴안고 누군가의 생명을 붙잡는다.

여기에서 특별한 점은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강조가 ‘나’의 개별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번째 시 「오래된 영화」에서는 ‘나’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가 중첩된다. 우연과 신비로 가득하지만 필연적으로 반복되고 변화하는 두 이야기는 마치 “오래된 영화”처럼 느껴지는데, 시인은 은유로 가득 차 있는 역사를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