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최정례 시집 『레바논 감정』, 문학과지성사 2006

통곡을 멈추고 국숫발을 빠는 슬픔

 

 

김기택 金基澤

시인 needleeye@kornet.net

 

 

너는 칼자루를 쥐었고

그래 나는 재빨리 목을 들이민다

—「칼과 칸나꽃」 부분

 

레바논-감정시적 화자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 세상에 발가벗겨진 채 던져졌을 때, “찬란한 웅덩이, 잠깐의 호텔 캘리포니아”인 길바닥 물웅덩이에 올챙이처럼 그를 “누군가 떨구고”(「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 갔을 때, 그렇게 맞닥뜨린 삶이 자신을 향하여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한번 받으면 무조건 살아내지 않으면 안되는 삶. 일탈에는 혹독한 댓가가 기다리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