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파병·북핵 그리고 한미동맹

 

 

강태호 姜泰浩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역임. 현재 한겨레신문 정치부 차장(통일팀장). kankan1@hani.co.kr

 

 

 

동맹 50주년을 맞은 한미관계는 미국 쪽의 주한미군 재편추진과 반전평화운동의 이라크 파병반대 등 내외로부터 이중의 변화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이라크 파병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동맹의 의무라는 것이다. 명분없는 전쟁은 거부해야 한다는 비판이 따랐다. 그러나 지난 50년 휴전협정 아래서 우리에게 동맹 없는 안전보장은 없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도 말했다. 얄팍한 계산일 뿐 전쟁으로 평화를 사려는 것이라는 비난이 퍼부어졌다. 촛불시위에 이어 반전평화운동에 나섰고 노무현을 지지했던 이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노무현정부는 출범 전부터 부시 미행정부와 갈등 조짐을 보이던 터였다. 설상가상으로 3월초로 가면서 북핵위기는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북핵해법을 둘러싸고 노무현 대통령은 군사적 수단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부시행정부와 정면으로 맞섰다. ‘전쟁은 안된다’였다. 그러나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론과 충돌위기까지 치달았던 핵위기 앞에서 노대통령은 ‘국익’을 선택했다. 새 정부가 강조했던 수평적 한미관계는 한미동맹 중시에 자리를 내준 듯했다. 노무현정부는 평화의 명분도 대등한 한미관계도 모두 잃은 것일까.

사실 어떻게 보면 전쟁을 반대하고 그래서 파병을 거부하는 일이 더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 국제판 편집장은 「오만한 제국」(“The Arrogant Empire,” Newsweek 2003년 3월 24일자)에서 미국은 고립무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동맹국들 중 이처럼 많은 나라가 단호하게 미국과 반대입장을 표명한 적도 없으며, 이처럼 많은 대중의 반대·분개·불신을 자아낸 적도 없다. 오늘날 미국을 지지한다는 것은 대다수 나라에서 정치적으로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후쎄인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자국 국민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럼 왜 노무현정부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일’을 선택했을까? 노무현정부는 3월초 이라크 파병만이 아니라 북핵문제에서 다자대화 지지,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 등 매우 중요한 결정들을 내렸다. 파병도 그렇고 다자대화 지지 또한 노대통령이 보였던 소신과는 다른 것이다. 국익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분명 고뇌가 수반됐을 그 결정들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의 반전·반미운동이 정부의 파병결정과 반드시 제로섬의 대립관계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노무현정부의 파병결정을 이라크 전후특수나 미국으로부터 무슨 특별한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미국의 파병요구를 거부할 경우 단순히 북핵문제의 악화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외교적 보복과 경제적 불이익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한국의 신용평가등급 전망 하락으로 촉발된 경제의 추락은 문제였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시절 중앙정보부(CIA) 고위관리를 지낸 케네스 폴락은 지난 3월 13일 멕시코 유력일간지와 회견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미국의 뜻을 거역하면 응분의 댓가를 지불할 것이다.” 폴락이 멕시코에 한 협박을 무디스가 한국에 했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3월초 한국경제에는 갑자기 적신호가 켜졌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과 함께 북폭론이 번지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 확산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대한 투매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북핵문제의 악화와 이를 둘러싼 이견을 들어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 전망을 2단계 하락시켰기 때문이다.

토머스 번 무디스 국가신용팀 부사장은 4월 2일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의 한국상공회의소 초청 연설에서 노골적으로 북핵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북핵문제이며 노무현 대통령의 대중영합주의 선거공약이나 재벌개혁,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등은 큰 고려요인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미국 조야는 ‘비공식 북폭론’을 내세우며 다른 한편으로는 은근히 시장을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 북폭론은 시간이 갈수록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한미동맹 강화론’으로 변질됐다. 한 ‘수구언론’에 실린 칼럼은 그런 점에서 정곡을 찔렀다. 경제부장이 쓴 이 칼럼은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한국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한국이 전쟁을 반대한다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미국과 함께 간다며 한미간 공조를 재확인하는 길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발 북폭론’에 대해 노대통령은 전쟁은 안된다며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