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연극무대에 비유하는 정도로는 삶의 피비린내나는 진실을 꿰뚫을 수 없다고 여긴다면,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맨몸으로 끝까지 상대를 제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각의 링은 어떤가? 권투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링 위에 올라선 이들이 피투성이가 되면 될수록 잔인하고 치열한 삶의 모습을 더욱더 생생하게 드러내준다.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는 세상과 정정당당하게 맞짱뜨고 싶었으나 어찌어찌 하다보니 오갈 데 없이 막판에 몰려버린 두 남자의 이야기다. 두 남자에게 권투는 맥빠진 삶의 돌파구 정도가 아니라, 죽기살기로 뚫고 나아가야 할 유일한 생존의 길이다. 중년의 나이, 등 돌린 가족, 뇌 충격에 의한 치매, 감당키 어려운 빚더미, 태식(최민식 분)의 삶은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