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작가에게 듣는다

 

폭력의 유산

 

 

르끌레지오 Jean-Marie Gustave Le Clézio

프랑스의 소설가. 장편소설 『조서』 『대홍수』 『혁명』, 단편집 『발열』, 평론집 『물질적 황홀』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폭력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폭력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문학, 영화, 음악 속의 폭력. 그런데 이 모두가 실제 삶의 폭력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폭력은 현대의 문화에 편재(遍在)한다. 언어적 폭력, 난폭한 감정, 정치적 폭력 등 온갖 형태로 우리의 삶에 존재한다. 왜 폭력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세계적인 문제인 전쟁 같은 것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전쟁 하면 일반적으로 1914년과 1939년에 전세계를 포화로 몰아넣은 두차례 세계대전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보다도 국지전이면서 각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민족해방전쟁, 한국전, 베트남전, 알제리전, 그리고 최근의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쟁과 우리 현대의 폭력성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내 생각에는 이중의 연관이 있다. 물리적인 폭력에서 정신적인 폭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폭력에 일반 시민이 감염되고, 그렇게 되면 도덕의 기본마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도스또옙스끼의 『죄와 벌』에서 라스꼴리니꼬프가 던진 “신이 부재한다면 어떤 행동이라도 용납이 되는가” 하는 식의 개인 차원의 형이상학적인 질문과는 무관한 상황이 된다. 오히려 무력이 유일한 진리라면, 또 군대의 힘이 국가를 넘어선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되는가, 어떻게 하면 요행에만 의지해야 하는 행복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이 가능해질까 등 집단의 운명에 대한 질문을 해보게 된다. 또 한편으로는 문학(또한 예술 전반)은 문학만을 위해 존재할 수 없으며, 예술가들은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더이상 주장할 수 없게 된다. 그들은 슬픔과 고독과 혼돈을 전달하게 될 것이다. 현대의 삶의 환경은 유럽, 러시아,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폐허 위에 구축된 것이다.

 

프랑스와 한국은 모두 폭력이라는 유산을 물려받았다. 양국은 유사한 국토 면적, 동질적 문화라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전쟁, 잔인한 외국 점령군의 체험, 국토분단이라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몇십년의 간격을 두고 서로 다른 배경의 역사를 바탕으로 리얼리즘을 탄생시켰다. 점령과 전쟁을 겪으면서 한국문학과 프랑스문학은 이 폭력성의 위급함을 표현해야 할 필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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