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토론 │ 시민운동의 현주소를 묻는다

 

풀뿌리 운동과 전국적 운동

 

 

유종순 劉鍾淳

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대표, 반부패국민연대 이사, 시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사무국장,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사무총장, 서울민주시민연합 부의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역임. che-yoo@nate.com

 

차병직 車炳直

변호사,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남녀차별개선위원회 위원, 인권운동연구소 운영위원, 오마이뉴스 논설위원. 저서로 『NGO와 법』 『인권의 역사적 맥락과 오늘의 의미』 『사람답게 아름답게』 등이 있음. bjcha@hklaw.co.kr

 

 

발제 1: 유종순

 

1.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현황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은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6월 민주항쟁을 통해 한국사회는 ‘폭압적인 국가권력의 민주화’라는 과제를 넘어 ‘시민사회의 민주화’라는 새로운 사회발전의 과제를 안게 되었으며, 시민·사회운동 진영은 김영삼정권과 김대중정권을 거쳐 오늘의 노무현정권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사회의 민주화를 진전시키며 양적으로 성장하였다. 내용도 통일·반전평화·재벌개혁·정치개혁 등의 이슈에서부터 청소년·노인문제·화장실문화·장묘문화 등 생활영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해졌고, 아울러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역별·사안별 연대운동도 매우 활발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상성의 빈곤과 이에 따른 사회발전의 전망 부재, 인적·물적 재생산 구조의 취약성, 그리고 전문성·조직역량·실무역량 등의 부실로 인해 전체적인 운동역량은 미약한 수준에 놓여 있는 것이 우리 시민·사회운동의 현실이다. 2003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시민·사회운동 단체는 2만여개(시민운동정보센터 『한국민간단체총람』)에 달하지만, 극소수의 메이저급 단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는 그 활동이 매우 부실하다. 활동에 필요한 인력의 부족은 물론 활동조건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1998년 수도권주민자치연구모임에서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단체 403개를 실태 조사한 결과(「수도권 지역운동단체 현황조사」)를 보면 대부분의 단체에 상근자가 한두 명에 불과하고(43%), 상근인력 없이 간판만 있는 단체도 전체의 16%나 된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은 5,6년이나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민·사회운동의 불균형적 성장이 주원인이다. 여론을 환기하는 선전과 폭로 위주의 활동이 주요한 운동방법으로 정착되면서, 운동의 주체인 사람(시민)의 변화, 발전보다는 법과 제도의 개혁에 자연스럽게 촛점이 맞춰진 결과다. 따라서 메이저급 시민·사회운동단체에는 언론의 적극적인 관심 아래 풍부한 물적·인적 역량과 프로젝트들이 몰리는 반면, 사람과 지역 중심의 풀뿌리 시민단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눈물겨운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시민·사회운동 진영의 ‘큰손’들이 돈과 사람을 싹쓸이하고, 심지어 각종 민간위원회의 위원과 기업의 사외이사마저 독식하는 사이에 시민·사회운동 진영은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고착화되고 말았다. 어쨌든 언론의 상업주의에 기대어 소위 ‘언론플레이’에 주로 의존하는 사업방식이 문제제기와 그 해결에 어느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시민·사회운동이 대중과 결합하여 밑에서부터의 착실한 발전과정을 밟고 시민 속에 뿌리를 내리는 데 비효율적일 수 있으며, 시민·사회운동이 ‘밑에서부터’의 힘을 갖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시민·사회운동 진영의 취약한 재생산구조도 바로 이러한 토대의 취약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2.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과제

21세기를 맞이한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은 이제 지난 활동을 돌아보고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시민·사회운동이 진정으로 역사와 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인류와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당면한 현실 세계의 과제에 대해 냉정히 분석하고, 그것을 근거로 한 진정한 진보의 전략과 전술을 찾아야 한다. 현재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당면과제는 권위주의시대 이후의 새로운 사회발전 상을 제시하는 것과 함께 사회발전의 주체인 시민을 시민사회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방도를 찾아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과제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사회발전의 종합적인 패러다임에 대한 논의와 이를 위한 사상문화운동의 활성화다. 급속한 사회변화 속에서 현재 시민·사회운동의 세계관과 가치, 21세기의 새로운 사회발전 상, 이전의 민주화운동과 현재의 시민·사회운동 사이에 존재하는 연속성과 차이점, 시민·사회운동의 방향 및 그에 따른 전략과 전술 등등 앞으로의 시민·사회운동을 향도할 사상문화적인 내용 마련이 시급히 요청된다. 이러한 사상문화운동은 풍부한 토론과 실험, 실천을 통할 때 앞으로의 운동에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