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논단

 

프로이트와 기차

『꿈의 해석』 출간 100주년을 기념하며

 

 

김종엽 金鍾曄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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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Sigmund Freud)의 『꿈의 해석』(Die Traumdeutung)이 출간된 지 100년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책에 표시된 출간연도라는 의미에서만 그렇다. 『꿈의 해석』이 실제로 서점에 깔린 날짜는 1899년 11월 4일이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찾기는 어렵다. 책이 발간된 다음날 친구 빌헬름 플리스(Wilhelm Fliess)에게 보낸 편지에서, 프로이트는 마침내 책이 전날 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짤막하게 할 뿐이다. 책의 출간연도가 그렇게 된 이유는 고사하고 그토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저술한 책의 발간에 대해 별다른 기쁨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오히려 그 당시 관심을 가지게 된 새로운 연구주제와 일상적인 일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전기를 쓴 존즈 또한 1900년이라는 출판연도는 그저 『꿈의 해석』을 출간한 출판사 프란츠 도이티케(Franz Deuticke) 쪽의 의사에 따라 붙여진 것이었는데, 책이 그보다 빨리 만들어졌을 따름이라고 말할 뿐이다.1

하지만 1900년이라는 출판연도가 프로이트의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도 출판사의 의도였음은 분명하며, 그런 결정에는 『꿈의 해석』이 새로운 세기를 여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어려 있었을 것이다. 이 기대는 그리 어긋나지 않았다. 분명 『꿈의 해석』을 기점으로 하여 프로이트라는 이름과 정신분석학은 20세기를 통해 대중의 상식으로까지 파고들었으며, 스스로를 하나의 문화로까지 번성하게 만들었다. 비록 임상적인 영역에서는 1950년대 클로르프로마진(chlorpromazine)의 발견과 그것에 의해 촉발된 정신의약품의 발전으로 왕좌를 내주었지만,2 문학과 예술, 그리고 사회이론의 영역에서 정신분석학의 위치는 아직 확고하다. 그렇기 때문에 『꿈의 해석』의 영향사에 관심을 갖는다면, 그것은 분명 20세기에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꿈의 해석』의 이해를 추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19세기의 텍스트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2000년을 맞이하면서 지루하게 논의되었듯이, 서력은 0년이 아니라 1년으로부터 시작했고(서력을 시작한 로마인들에게는 0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따라서 2000년이 20세기에 속한다3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으며, 그 연장선에서 『꿈의 해석』의 출판연도인 1900년 또한 19세기의 마지막 해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19세기와 20세기 사이에 어떤 근본적인 단절이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시대와 다른 시대 간에 근본적인 단절이란 없으며, 19세기와 20세기 사이에도 양자를 이어주는 바통들은 많이 있다. 그것은 TV나 광고산업, 영화나 자동차, 또는 전구 같은 것만을 상기해도 금세 알 수 있으며,4 정신분석학 자체도 어떤 의미에서 그런 바통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100주년이라는 발상 자체가 “19세기 후반의 발명품”5이니, 『꿈의 해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글 자체도 19세기 문화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꿈의 해석』은 19세기 유럽인들의 사생활과 문화, 정치와 테크놀로지 등에 대해 어느정도라도 익숙하지 않고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저작이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꿈의 해석』을 통해서 우리가 19세기 유럽의 삶을 다시 읽어볼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런 점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꿈의 해석』과 그것의 토대를 이루는 프로이트의 경험을 19세기에 발명되어 힘차게 확산되었던 기차와 관련하여 살펴볼 것이다. 프로이트와 『꿈의 해석』을 둘러싼 방대한 해석사에 비추어볼 때, 이것은 매우 특수한 선택이다. 하지만 기차라는 기술적 대상은 이미 낯설어진 19세기의 양상을 포착할 때 『꿈의 해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소재이며, 그에 입각해 기술문명과 그것에 대한 체험 그리고 이론의 교차점을 검토하는 것이 고도의 기술문명으로 더욱더 진입해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 상황에 대한 성찰과 약간의 지침을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꿈의 해석』에 등장하는 프로이트의 꿈 중에는 ‘혁명 꿈’ 또는 ‘툰 백작 꿈’이라 알려진 유명한 꿈이 있다. 이 꿈은 『꿈의 해석』에서 프로이트가 ‘표본 꿈’이라고 부르며 한 장을 할애하여 다루었던 ‘이르마의 주사 꿈’ 다음으로 여러번 논의되는 꿈이다. 이 꿈은 프로이트의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이 정치적 부성(父性)에 대한 적대감과 교차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꿈이다.6 그러나 현재의 맥락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프로이트가 ‘툰 백작 꿈’의 맥락을 언급하면서 했던 다음과 같은 말이다.

 

나는 아우쎄 호수로 여름휴가 여행을 떠나기 위해 마차를 타고 서부역으로 갔다. 그러나 그보다 일찍 출발하는 이슐행 기차가 여전히 승강장에 서 있었다. 거기에는 이슐에 있는 황제를 다시 알현하러 가는 툰 백작이 서 있었다. 그는…그가 이슐행 기차를 타고 출발한 후,…‘배경’을 이용해 예약된 객실을 얻으려는 사람이…있으면, 법석을 피워서라도 같은 권리를 요구할 작정이었다.…그때 내 의사면허시험에 정부감독관으로 입회하였기 때문에 안면이 있는 한 신사가 다가왔다.…그가 자신의 공직을 내세워 1등칸 반액표를 요구했다. 역무원이 동료 직원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1등칸 반액표를 가진 이 분께 어느 객실을 드리면 좋을까?” 내가 보기에 그것은 특권의 전형적인 예였다. 결국 나는 1등칸 요금을 다 지불하고, 객실을 지정받았다. 그러나 통로가 없는 칸이라 밤에는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었다. 역무원에게 불만을 말해보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나는 승객들에게 찾아오는 불시의 욕구에 대비해 기차 바닥에 최소한 구멍이라도 하나 뚫어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야유함으로써 역무원에게 분풀이를 했다. 그런 다음 실제로 새벽 3시 15분 전 ‘꿈’을 꾸다가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어났다. (ID: 208〜209면, 강조는 인용자)

 

이 인용문에서 우리는 19세기말 기차여행에 관련된 몇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프로이트는 일찍 역에 도착했다는 점이다. 이는 프로이트가 기차시간에 늦는 것에 대해 강한 불안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하나의 기차 안에 1등칸이나 2등칸 또는 3등칸이 함께 붙어 있으며, 기차표 가격이나 좌석 배분에 정치적 지위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예컨대 공무원이나 귀족들은 반값에 1등칸 좌석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꿈이 사회체제에 대해 매우 전복적인 내용을 담게 된 것은 이런 부당한 차별에 대한 저항감이 기차를 타기 전 프로이트의 마음속에서 피어올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그리 이해하기가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하지만 통로가 없는 칸이어서 밤에는 화장실에 갈 수 없는 기차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우리들이 타는 기차와는 사뭇 달랐던 19세기 유럽의 기차로 돌아가보아야 한다.

19세기 유럽의 기차는 마차를 대치하기 위한 것으로 출발했다. 따라서 초기 증기기차는 기능에 따라 다양했던 여러가지 마차, 즉 짐차, 우편마차, 승객용 마차를 하나의 기관차에 필요한 만큼 배치하여 연결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객차의 경우 3등석이나 4등석

  1. E. Jones, The Formative Years and the Great Discoveries, 1856-1900, in The Life and Work of Sigmund Freud, vol.1, N.Y.: Basic Books, Inc. 1961, 360면. 이것은 흥미롭다면 흥미로운 침묵이다. 이렇게 생각되는 이유는 우선 프로이트가 평소 숫자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꿈의 해석』을 저술하던 시절 프로이트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친구 플리스는 숫자와 주기에 대한 약간은 미신적인 이론을 발전시킨 사람이었고, ‘1851년과 1856년’ 꿈처럼 『꿈의 해석』에 숫자에 대한 꿈이 등장하며(S. Freud, The Interpretation of Dreams, in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 4-5, tr. under the General Editorship of J. Strachey, London: Horgath Press 1900/1958, 435〜39면, 이하 각기 IDSE로 약칭),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Psychopathology of Everyday Life)의 마지막 장 또한 숫자에 관련된 무의식적 사유를 다루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시대는 ‘세기말’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시대이며, ‘세기’라는 말 자체를 유행하게 만든 시대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1900년이라는 출판연도에 대해 프로이트는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았다.
  2. E. Shorter, A History of Psychiatry: From the Era of the Asylum to the Age of Prozac, N.Y.: John Wiley & Sons Inc. 1997.
  3. 움베르또 에꼬 「서문」, 에꼬 외 편, 김석희 역 『시간박물관』, 푸른숲 2000, 7면.
  4. 에릭 홉스봄, 김동택 역 『제국의 시대』, 한길사 1998.
  5. 같은 책 87면.
  6. 이 꿈에 대한 정치적 해석으로는 C. Schorske, Fin-de-Siècle Vienna, N.Y.: Vintage Books 1981, 4장; William J. McGrath, Freud’s Discovery of Psychoanalysis: The Politics of Hysteria, Ithaca: Cornell Univ. Press 1986, 259〜80면; 김종엽 「국왕 살해와 부친 살해」, S. 프로이트, 김종엽 역 『토템과 타부』, 문예마당 1985, 241〜327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