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한국현대사의 영화화

「택시운전사」와 「1987」을 중심으로

 

 

김영진 金泳辰

영화평론가, 명지대 교수. 저서 『평론가 매혈기』 『영화가 욕망하는 것들』 『이장호 vs 배창호』 등이 있음. hawks1965@hanmail.net

 

 

1. 한국영화의 역사적 재현 방식

 

1980년 ‘광주사태’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정정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것이 한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보수 우위였던 국민들의 정치적 각성에 다다르기까진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울어진 운동장 체제에 기반한 정치시스템도 늘 보수 우위였고 진보로 구분되는 야당이 다른 보수세력과 연합하지 않고 정권을 잡는 데는 촛불혁명이 필요했다. 이 시국에 나온 두편의 한국현대사를 다룬 한국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2017)와 「1987(감독 장준환, 2017)은 산업화와 반공 등 국시로 정의되던 대한민국 건국신화를, 독재와 민주의 대립에서 출발해 민주주의의 승리로 귀결되는 이항 대립의 가치투쟁으로 변화시키는 듯하다.

지금까지 우위에 있었던 보수적인 정치권력은 민주화투쟁이 대문자 역사로 서술되는 것을 집요하게 방해했다. 한국영화 역시 꽤 오랫동안 한국현대사의 교차점에 선 광주민주화운동과 그후에 이어진 반독재투쟁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광주에서 일어난 역사적 트라우마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성찰한 「꽃잎」(감독 장선우, 1996), 「박하사탕」(감독 이창동, 1999) 수준에 머물러야 했다. 이 영화들에서 광주항쟁에 관한 복합적인 서술은 본격적인 발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멈추고 그 상흔이 개인의 영혼에 삼투된 과정을 규명하는 데 집중한다.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피해자를 패배의 서사 안에 가둔다. 피해자는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현재에서 과거의 상흔을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는 미래의 서사를 준비하지 못한다.

역사적 기억의 정체를 규명하고 그것이 개인의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반추하려는 것은 역사적 비극 자체가 제대로 서술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을 껴안는다. 절실하게 역사적 비극의 트라우마를 형상화하려 했던 「꽃잎」과 「박하사탕」은 주인공의 절규로 끝난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다음, 한국영화는 광주항쟁과 그후 일어난 1980년대의 반독재투쟁을 다루면서 낭만적인 영웅서사를 조금씩 도입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2007)는 순결한 피해자 집단을 전면화하고 그들이 불의에 대항한다는 영웅서사를 부분적으로 꾀했다. 이 경우도 광주항쟁의 시작부터 끝까지 복합적인 맥락을 조망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불온시된 광주민주화운동의 주체였던 시민들의 위치 변경을 시도한 것이다. 「변호인」(감독 양우석, 2013)의 경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주인공이 속물 변호사에서 반독재투쟁에 힘을 보태는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진화과정을 극화하면서 피해받는 민중을 대변하는 소영웅과 그의 정의감에 공명하는 집단의 세가 확산되는 것을 결말로 제시함으로써 희미한 승리의 서사 반경을 취했다.

촛불정국 이전에 기획되어 변화된 정국 분위기 속에서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둔 「택시운전사」와 「1987」은 대문자 역사로서의 민주화투쟁을 대중적인 신화로 주조하려는 시도가 상당한 수준 이상으로 형상화된 결과물이다. 이 영화들을 통해 대중은 비로소 광주민주화운동의 시민들, 1980년대의 반독재투쟁 참여자들을 영웅 주인공으로 동일시할 수 있었다. 이 자기동일성의 기제는 순결한 피해자라는 캐릭터 묘사 범주와 그들이 처한 비극에 부수되는 파토스를 극대화하는 데서 나오거나(「택시운전사」), 순결한 피해자들이 승리서사의 집단적 주인공이 되는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게 하는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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