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 | 새로운 25년을 향하여 | 언론
한국 언론, 어디에서 길을 찾을까
박주용 朴珠龍
창비 인문교양출판부 편집자.
munjibang@changbi.com
얼마 전 한 경제방송에서 이른바 ‘노(No) 재팬’이 이제는 자취를 감추었다며 제시한 통계 그래프가 소동을 일으켰다(한국경제TV 2022.12.2).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항의로 일본산 제품을 불매하는 ‘노 재팬’ 운동이 확산되며 일본산 맥주의 수입이 급감한 바 있다. 이후 수입액은 다시 늘고 있지만 2019년 이전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2022.10 기준)에 불과한데, 해당 방송의 그래프에서는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프의 세로축(수입액)이 수치 범위를 거의 무시하는 수준으로 조작됐기 때문이다. 몇달 지난 보도였으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파격적인(?) 대일 외교 행보 이후 새삼 화제가 되었다. 해당 보도를 캡처한 한 커뮤니티 게시물의 댓글이 강렬했다. “기레기들 전부 화형시켜야 함.” 한국 언론에 대해선 맹렬한 반감밖에 남은 것이 없다는 이 말에서 나는 잠시 길을 잃었다. 언론이라는 소통수단이 또다른 소통공간에서는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상황이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저러나 일본 맥주의 부활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 유력 언론들의 주요 관심사로 다뤄지고 있다.
이같은 언론의 위기 앞에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전 정부에서도 ‘가짜뉴스’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았고 정책과 입법 등이 추진되었지만, 지금 정부는 오히려 거짓과 진실의 의미를 뒤틀고 두들겨 자기식대로 말해버리는 가짜뉴스 생산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핵심 관계자들이 연일 ‘가짜뉴스 퇴치, 자유 수호’를 외치고 있지만 이 정부가 말하는 가짜뉴스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쉽게 찾아볼 수 없으며, 그들 스스로 정의 내릴 생각도 없어 보인다. 다만 그 의중을 추정해볼 근거 정도가 있는데, 바로 떠들썩했던 ‘바이든/날리면’ 논란에서 대통령실이 MBC의 최초 보도를 ‘악의적 가짜뉴스’로 규정한 사례다. 아마도 정부가 말하는 가짜뉴스는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모든 보도와 여론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현 정부의 언론 정책과 언론관으로 앞선 사례와 같은 왜곡된 보도를 방지할 수 있을까? 기대조차 어려울 것이다. 요컨대 언론과 정부를 포함한 사회의 공식적인 소통기구들은 현재 제 기능을 잃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99% 시민들의 독립언론’을 표방하며 지난 2012년 문을 연 이래 한국 독립언론을 상징해왔다. 이명박정부의 언론 장악 과정에서 탄압당한 언론인 몇명이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 모여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이 조직이 어느새 후원회원 4만명의 대안언론으로 성장했다. 존재감은 그 이상이다. 국내 주요 기업의 조세도피처 법인 설립, 삼성 이건희 성상납 스캔들, 세월호참사, 국정농단 등 굵직한 이슈를 최초 보도하거나 사건 추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보도를 선보이며 탐사언론의 가치를 증명해왔다. 최근에도 검찰 견제와 ‘대장동 50억 클럽’ 보도 등을 주도하면서 활약하고 있다. 기존의 레거시 언론들이 주춤한 사이에도 꾸준함이 돋보인다. 언론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팽배한 가운데 ‘정통 저널리즘’을 표방하면서도 신뢰와 자원이 성장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독립언론은 우리 언론의 오늘과 내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뉴스타파 1기 신입기자로 입사하여 11년간 취재기자로 활동해온 홍여진 기자를 만났다. 그에게 먼저 뉴스타파가 가진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물었다.
제가 뉴스타파에 입사한 게 2013년인데,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강제진압 사건현장을 담은 영상보도를 보고 나서였어요. 경찰들이 밀고 들어오는 폭력진압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다니, 이건 제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보도인 거예요. 거기에 감명을 받아서 당시 다른 매체에서 일하고 있다가 뉴스타파로 옮겨왔습니다. 여기가 언론사인지 단체인지, 월급은 받을 수 있을지 싶었지만, 그동안 카메라가 비추지 않았던 약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를 하고 싶었어요.
시간이 흘러 제가 몸담은 뉴스타파가 어느덧 2022년에 10주년을 맞았는데요, 후원회원도 10년 전 2만명에서 이제 4만명이 되었어요. 저희가 이만큼 올 수 있었던 이유 중엔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다는 것도 물론 있겠죠. KBS, MBC, YTN 등 레거시 언론에서 활발히 활동하다가 해직된 언론인들이 세운 곳이라 인지도에 힘입은 바가 있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 탐사보도를 하지 못했다면 유지도 성장도 어려웠을 거라고 봐요. 뉴스타파는 삼성에 대한 비판 보도나 조세도피처 보도처럼 남들이 쉽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