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해리 포터는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남을 것인가

 

 

손향숙 孫香淑

서울대 초빙교수, 영국 아동문학 전공. 주요 논문으로 「소년과 제국: 19세기 중엽 이후의 모험소설과 학교소설」 등이 있다. seoyun1010@hanmail.net

 

 

 

1. 전세계를 강타한 해리 포터 열풍

 

62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적으로 2억 5000만권, 영국에서만 1350만권이 팔려나간 해리 포터 씨리즈의 여섯번째 이야기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는 판매 개시 전부터 예매만으로도 베스트쎌러가 되었다.J.K. 롤링(Rowling)이 여섯번째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영국에서 해리 포터를 출간해온 블룸즈베리(Bloomsbury)의 주가는 7퍼센트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판매 개시 24시간 만에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는 영국에서 200만부 이상, 미국에서는 690만부가 팔렸다. 2005년 7월 16일 0시, 해리 포터 6권의 판매를 기다리며 대형서점마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과 해리 포터를 위한 촛불행진, 세계 곳곳의 온갖 파티 등 새로운 해리 포터 이야기가 발표될 때마다 되풀이되는 지구촌의 들썩임은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었다. 해리 포터에 베스트쎌러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아동문학 베스트쎌러 목록을 새로이 만든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의 결정이 성공적이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한편 세계적인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와 미국 야생보호연합(U.S. National Wildlife Federation)은 미국의 스콜래스틱(Scholastic)판이 아닌 캐나다 레인코스트(Raincoast)판 『해리 포터』를 사달라고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레인코스트가 스콜래스틱과 달리 100퍼센트 재생용지를 사용한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이 역시 해리 포터 열풍의 규모를 짐작케 하는 흥미로운 에피쏘드이다. 그린피스와 야생보호연합은 이 캠페인이 재생용지 사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리 포터 씨리즈는 출판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적 공방을 야기하기도 했다. 영국과 미국에서 두달 가량의 시차를 두고 판매되었던 1~3권의 경우 국경 없는 인터넷 주문에 국경을 따져야 하는 까다로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하루라도 빨리 해리 포터를 만나고 싶어한 미국의 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영국 블룸즈베리의 책을 주문하기 시작하자 블룸즈베리와 스콜래스틱 간에 마찰이 빚어졌으며 그 결과 4권부터는 대서양 양쪽에서 동시 출간이 이루어진 것이다.6권의 경우, 2005년 7월 9일, 예정된 신작의 서점 배포를 일주일 남겨둔 싯점에서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British Columbia) 대법원은 책 내용 발설금지 명령을 내려달라는 레인코스트의 요청을 수락했다. 브리티시콜럼비아의 한 서점이 실수로 몇권의 책을 먼저 팔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책을 사간 사람들에 대해서 책에 대한 이야기, 복사, 판매를 금지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공식적으로 책이 팔리는 7월 16일 전까지는 책을 읽지도 말라고 명령했다. 이러한 법원의 조치에 대해 기본권 침해라는 강력한 반발이 일었으며 독자의 읽을권리에 대한 새로운 공방을 낳았다.

전례 없는 인기와 천문학적 판매수치를 기록한 만큼이나 해리 포터 씨리즈는 마케팅의 승리일 뿐 문학작품으로서의 가치는 없다는 혹평에서부터 표절시비, 이단에 대한 찬미라는 기독교계의 반발에 이르기까지 온갖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해리 포터와 관련된 악성 루머와 평자들의 혹평까지도 해리 포터 열풍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키는 데 일조한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걸쳐 발표된 다이아나 윈 존스(Diana Wynne Jones)의 작품이 최근 표지에 “포터보다 더 화끈한”(Hotter than Potter)이라는 문구가 새로 덧붙여져 출판되었다는 사실에서 드러나듯이 기존의 이름있는 작품들까지도 해리 포터 열풍에 기대어 부활을 노리는 것이 요즈음 아동문학계의 실정이다.

그렇다면 대단한 문학적 성취라는 학계의 평판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해리 포터가 누리는 인기의 비결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선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지적하는 마케팅전략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보자.

 

 

2. 해리 포터의 마케팅전략

 

현대 마케팅의 핵심은 소비자 위주라는 데 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물건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현대 마케팅에서 가장 중시되는 포인트이다. 그러나 해리 포터의 경우 이를 의도적으로 거스르는 전략이 구사되었다.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유포함으로써 구매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작품에 대한 어떤 평도 책이 팔리기 전까지는 일절 공개되지 않았고 작가 인터뷰 또한 금지되었다. 중무장한 대원들의 삼엄한 경비 아래 책들이 서점으로 운반되는 모습이 텔레비전 카메라에 잡히면서 해리 포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과 조바심은 최고조에 달하고 이와 함께 작품 줄거리에 대한 온갖 추측이 인터넷 싸이트와 인구에 회자되었다. 정보공급이 아닌 정보차단이라는,반(反)소비자적인 블룸즈베리와 스콜래스틱의 마케팅은 해리 포터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배가시키면서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데 일조했다. 정보와 최신 유행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소비자들의 불안심리 자극은 확실히 성공적인 마케팅전략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해리 포터 씨리즈의 영화판권을 사들인 AOL 타임 워너(AOL Time Warner) 역시 해리 포터 열풍과 관련하여 면밀히 고찰할 필요가 있는데, 이들은 상품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유포하고 이를 통해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유통채널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AOL 소유의 세계적 시사잡지 『타임』(Time)은 어린이들이 얼마나 해리 포터에 빠져 있는가를 소개하는 글을 싣는다.AOL의 CNN뉴스는 해리 포터 현상을 헤드라인으로 다룸과 동시에 황금시간대를 할애하여 해리 포터 마니아들과의 인터뷰를 방영한다. 『피플』(People)은 작가 롤링의 신데렐라 같은 성공스토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포춘』(Fortune)과 『머니』(Money) 역시 해리 포터 현상 만들기에 일조한다. 이렇게 탄탄하게 자리잡은 해리 포터 현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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