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崔泳美

1961년 서울 출생. 1992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가 있음.

 

 

 

햇빛 속의 여인

 

 

가끔씩 나는 그 방에 간다

밤새 나를 지우고 비워낸 뒤

날카로운 아침햇살에 묶여

차마 일어날 용기가 없어,

눈을 감는다

 

마지막 그날까지 이 고장난 기계를 끌고

밥을 먹이고 머리를 감기고

지겨운 양치질을 몇번 더 해야 하나?

이를 닦다가 길을 걷다가도, 문득

당신이 기다리고 있는, 그 방을 그려본다

끊어진 손목, 피멍 든 손으로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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