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임국영 林國榮

1989년 경기 안산 출생. 2017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

indra885@naver.com

 

 

 

헤드라이너

 

 

신화는 폭거(暴擧)다. 더 후의 피트 타운전드는 공연 중 기타를 높이 치켜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 바람에 기타가 무대의 낮은 천장에 부딪혀 조금 망가지고 말았다. 그는 쓋, 마더퍽커,라는 심사로 내친김에 기타를 패대기쳐서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록 음악사에 처음 등장한 악기 부수기였다. 마왕 오지 오스본은 박쥐를 씹어 먹었고 씨드 비셔스는 베이스 기타를 내리찍어 관중 한명을 골로 보내버리려 했다. 커트 코베인은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굳이 샷건으로 본인의 머리를 갈겨버렸다. 존 레논과 면도날 다임백 대럴은 팬이 쏜 흉탄에 구멍이 뚫렸고 전설적인 써던록 그룹 레너드 스키너드는 비행기 추락 사고로 멤버 절반이 사망하고 말았다.

보라. 록커에게 일어나는 모든 폭거는 퍼포먼스다. 수많은 천재가 승천의 방식으로 극단적인 퍼포먼스를 택한다. 혹은, 간택된다. 그중 가장 위대한 신화이며 아름다운 폭거는 지미 헨드릭스다. 아닐 수가 있을까. 그는 육식동물이 먹이를 먹어치우듯 이로 현을 뜯었고 오므라이스에 케첩이라도 뿌리는 양 기타에 기름을 부은 뒤 불을 댕겼다. 피어오르는 불꽃 앞에 무릎을 꿇고 LSD와 가무(歌舞)에 취한 채 신음하는 그의 모습은 계시를 기다리는 샤먼과도 같았다. 실제로 그는 신과 접촉하는 데 성공했다. 나인틴식스티나인, 히피 삼십만명이 운집했던 바로 그 우드스톡 공연에서 말이다. 지미는 미국의 국가를 연주했다. 무난한 편곡이었다. 중간부터 시작된 노이즈를 극대화한 주법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흔히 그 소리는 폭격기가 지상으로 폭탄을 무수하게 떨어뜨리는 광경을 연상시킨다고 평해진다. 모르긴 몰라도 약에 절어 청각이 예민해진 히피들에게는 생생했으리라. 그들이 딛고 선 장소는 더이상 뉴욕으로부터 약 70킬로미터 떨어진 평원이 아니었다. 히피들은 베트남 어느 늪지 한가운데 알몸으로 선 채 머리 위로 떨어지는 네이팜탄을 멀거니 올려다봤다. 그야말로 떼로 귀신에 씐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일년 뒤, 27세를 일기로 지미는 죽었다. 사인은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수면 중 구토, 질식이었다. 실로 록커다운 나이에 맞이한 록커다운 결말이었다. 말하자면 지미의 신화는 완성됐다. 나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여지가 없는 그 자체로 완전한 원본이다. 내겐 새로운 신화가 필요했다. 나와 동시대에 일어난 생생한 신화가. 거대한 빛무리를 이루는 단 하나의 입자일지라도 같은 프레임에 포착되고 싶은, 지미와 한 하늘 아래 생동했던 삼십만명 중 한 사람이라도 되고픈 비루한 미망인지도 몰랐다. 평범한 인간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단 한순간이라도 벗어나고픈 갈망이 순전히 나만의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요컨대 다들 바라는 일 아니냐는 말이다. 내 인생을 다시 한번 살아도 좋을 만한 무엇으로 탈바꿈시킬 숭고한 대사건을 우리는 기다리지 않나.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경험을 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신의 폭거를 목격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이제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한편의 지극히 개인적인 신화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통틀어 내 삶이 가장 밝게 빛난 찰나를 포착한 스냅숏이다.

 

여기, 펜스 밑 개구멍을 기어서 어느 록페스티벌에 무단으로 침입한 소년 무리가 있다. 그들은 미성년이었지만 충분히 술에 절었고 담배도 피울 줄 알았으므로 도무지 무서울 게 없었다. 거칠 것 없는 그들이었으나 난생처음 목도한 대형 공연장의 위용에 놀라지 않기는 어려웠다. 학교 운동장 열댓개는 합쳐놓은 듯한 넓이의 풀밭에 그들로서는 가늠도 되지 않는 숫자의 인파가 무리를 지어 서 있거나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맥주를 마시고 튀김을 씹었다. 날은 이미 어두웠지만 사방이 오징어잡이 현장처럼 밝았다. 무엇보다 소년들의 정신을 빼놓은 것은 소리였다. 귀가 아니라 배 속을 울리는 무지막지한 음향이 전혀 새로운 중력처럼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그들, 밴드 ‘우드스톡’은 그야말로 소리의 스케일에 기가 질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폭발을 준비하는 슈퍼노바처럼 전조 없이 고양됐다.

소리의 진원지는 물론 무대였다. 우드스톡의 눈에 비친 그곳은 마치 지구를 침공하러 온 우주선처럼 거대하고 압도적이었다. 무대 앞을 만조의 바닷물처럼 메운 군중들을 살피며 멤버 중 누군가는 대형 교회의 신년 새벽기도를, 다른 누구는 전쟁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떠올렸다.

“오줌이 마렵진 않은가, 형제들?”

로니는 부러 여유로운 웃음을 흘리며 멤버들을 돌아봤다. 존은 얼굴이 굳었고 빌리는 민첩하게 로니를 마주 보며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봐, 씨드!”

잠자코 무대가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 씨드를 존이 소리쳐 불렀다. 이봐, 씨드라니. 이 정신 나간 새끼들 같으니라고. 애석하게도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는 땅도 오브 코스 싸우스 코리아다. 교포도 혼혈도 아닌 네명의 소년들에게는 한국식 성과 이름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호명과 말투에 버터가 발린 이유를 밝히기에 앞서 멤버들을 소개하려 한다. 먼저 우드스톡의 리더이자 보컬을 맡은 로니. 몸이 다부지고 목소리가 걸걸한 쾌남이며 명실상부한 프런트맨이다. 다음은 베이스를 맡은 빌리. 수려한 외모에 키가 훤칠한 슈거보이다. 드럼을 치는 존은 체구는 작지만 생각이 깊은 우드스톡의 해결사다. 해결하기 어려운 일, 특히 금전적인 문제가 생길 때면 어김없이 존이 나섰다. 솔선하지 않으면 로니의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지만. 기타의 씨드는 베일에 싸인 쿨가이인데 존이 생각하기에 씨드는 이모우(emo) 감성에 심취한 찐따였다. 로니의 적극적인 러브콜로 마지막에 영입한 멤버였지만 대화에 참여하는 일이 적었고 연주 실력마저 형편없는데다가 심지어는 의욕도 없어 보였다. 표정이 늘 구겨져 있어서 가끔 불시에 뒤통수를 갈겨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 녀석이라고 존은 속으로 평했다.

“흥분하지 말라구, 악동 형제!”

어느새 달려나간 로니가 씨드의 어깨에 팔을 감고 돌아왔다. 존은 씨드가 더욱 거슬렸다. 로니가 친한 척을 하는데 행주라도 씹어 문 듯한 얼굴이라니. 한편 웃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빌리가 입을 열었다.

“로니 말이 맞아, 맨. 밤은 이제 시작됐고 우리는 무대가 달아오르길 기다려야만 해. 그때까지 블루스 타임이나 즐기자고.”

빌리는 장사진을 이룬 사이드 코너로 발길을 옮겼다. 우드스톡은 인파를 헤치며 걸었다. 처음 겪는 록의 향연은 소년들이 상상하던 것과 차이가 컸다. 그들이 접한 해외 록페스티벌 실황 영상에서는 공연에 몰입한 뮤지션과 광분한 군중만을 볼 수 있었다. 먹을거리와 상품을 부려놓은 부스가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패션, 술, 담배뿐만 아니라 록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영화 배급사의 부스마저 네온 간판을 내걸었다. 존은 예루살렘에 입성한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분노를 떠올렸다. 유대민족의 명절인 유월절을 맞아 대성전을 찾은 순례자들로 예루살렘이 문전성시를 이룬 때였다. 종교인과 상인들은 대목을 놓치지 않고 순례자들을 열렬하게 등쳐먹었고 그 행태에 그는 경악했다. 너희는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 마가복음 11장 17절 말씀. 존이 성경에서 가장 사랑하는 구절이었다. 지저스에게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했겠는가. 그는 밧줄로 만든 채찍을 들고 성전 정화에 착수했다. 성스러운 일격에 얻어터지자 소를 파는 장사꾼은 왕방울만 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고 양을 팔던 이는 가없이 온순해졌다. 비둘기 장사꾼을 지붕 위로 날려버린 직후 지저스는 눈에 띄는 테이블이란 테이블은 싹 뒤집어엎어버렸다. 그가 누구던가.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기 전까지 묵묵히 목수 일에 매진한 사내였다. 사실상 막노동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지저스에게 그 정도 실력행사는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여러모로 록킹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었으리라고 존은 생각했다. 어차피 신화는 폭거다. 저 대형 브랜드의 소굴이 된 성전을 정화하기 위해 우드스톡이, 정확히 말하자면 로니가 나섰다. 마이 로드, 용서하소서. 존은 신실한 개신교도였지만 로니를 우상으로 숭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로니는 끝내주는 슈퍼스타였으니까.

로니에 대한 존의 내적 간증이 무르익어갈 즈음 우드스톡은 행진을 끝냈다. 이제 때가 됐음을 예감한 그들은 잠자코 군중과 무대를 응시했다. 소년들은 각자 조금은 비슷하고 다소간은 다른 생각에 잠겼다. 한심한 꼴이군. 한방 먹여주지. 로니는 비웃음을 지었다. 그는 60 ~70년대 영미권의 록을 숭배했다. 그 시절 이후의 음악은 일부러라도 듣지 않았는데 특히 브릿팝이라 일컫는 마시멜로우 혹은 다크초콜릿 같은 감수성의 영국발 모던록 계열은 그가 가장 혐오하는 장르였다. 그런 음악은 게이들이나 듣는 것이라 여겼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공연 중인 모던록 밴드의 음악을 몰래 들어오던 존으로서는 멜로디에 귀 기울이고 있는 티를 내지 않는 것이 곤혹스러웠다. 자칫하면 로니에게 두들겨 맞고 버림받을지도 몰랐다. 잠시 후, 무대에 올랐던 그룹이 환호를 받으며 퇴장했다. 그리고 인터벌에 들어가면서 조명이 어두워졌다.

“리더, 시작하는 거야?”

빌리가 로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로니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동료들을 돌아봤다. 씨드를 제외한 세명의 소년은 상기된 안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와서 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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